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55)
255화
* * *
파드득! 파드드드득!
박쥐들이 날아다니는 동굴 안.
남궁완 아저씨가 자못 불만스러운 얼굴로 수면을 내려다보았다.
남궁 세가의 무사가 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말했다.
“길이가 길지는 않습니다. 빠져나가는 데 1각(15분)이 채 되지 않습니다.”
“······.”
그렇다.
동굴의 끄트머리가 수중 동굴이었다. 다리가 닿지 않을 정도의 수중 동굴의 입구는 산중의 계곡으로 빠져나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뒤쪽에서 누군가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수, 수영할 줄 모르는데······.”
동굴 안이라 울리듯 선명하게 들리는 중얼거림이었다.
남궁 세가의 무사가 이어서 곤혹스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계속으로 빠져나가기 전에는 잠깐 잠수를 해서 가야 합니다······.”
“······.”
첩첩산중이로구먼.
부인들이 말한 먼젓번 탈출자는 수영은 할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정찰을 함께 간 다른 무사는 무심하게 보고를 올렸다.
“해의 높이를 보아 사시(9시~11시)정도 되어 보입니다.”
벌써 해가 뜬 모양이었다. 거리는 멀지 않았지만 미끄러운 바닥에 여든 명이나 되는 부인들을 데리고 한 번에 이동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불이 난 쪽은 서북쪽 능선이었습니다. 아직도 타오르고 있습니다만 바람이 반대쪽으로 불고 있어 여기까지 번지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작은 마을을 육안으로 확인했습니다.”
남궁완 아저씨가 답했다.
“마을?”
“예. 서남 방향으로 5리 정도 되는······.”
남궁완 아저씨께 계속 보고하는 것을 들으며 부인들을 보았다.
수영을 못 하니 무사들이 한 명씩 직접 데리고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남궁 세가의 무사인 창천단원이 스물. 그 중 열 명 정도는 경계와 주변 탐문 등 조사를 한다고 치면······.
‘모두 빠져나오려면 반나절은 걸리겠는데.’
찰방.
게다가 빠져나가야 할 계속물은 어마어마하게 차가웠다.
급하게 떠나오느라 짐을 얼마 챙기지도 못했는데 갈아입을 옷이 있을 리도 없었다.
‘식사도 문제고······.’
찰방, 찰방.
수면에 손장난을 하며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나를 응시하고 있던 남궁류청의 시선과 마주했다.
“뭐 하는거야?”
“어? 아, 그냥 고민 좀 하느라. 물이 차가워서 나가면 바로 옷을 말려야 하겠어.”
말하는 사이 다가온 남궁류청이 내 손목을 잡아챘다.
“뭐, 뭐야?”
남궁류청은 대꾸없이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내 손을 닦아주려는 찰나.
“공자님, 제가 하겠습니다.”
내 호위가 남궁류청과 내 사이에 끼어들듯 막아섰다.
“······.”
남궁류청이 내 호위를 노려보다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어머?”
“아휴······.”
그리고 안타까운 탄식들이 부인들 방향에서 터져 나왔다.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돌아보지 않아도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아니 정말 얘가 진짜 아까부터······!’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뭐라고 해 봤자 내 얼굴만 파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속으로 씩씩거리며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굴었다.
‘너 정말, 나가서 보자.’
그때 남궁완 아저씨가 나와 남궁류청을 불러 모았다.
“연이와 류청, 모두 이리 와 보거라.”
남궁완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너희 둘은 먼저 돌아가거라.”
“네?”
“출구의 위치를 보아 산 반대편으로 온 듯 보인다. 여기서 다시 돌아가려면 산을 돌아가야 할 테니 시간이 더 들 게야. 도착까지 아슬아슬하겠구나.”
남궁류청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버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비무 대회는 잊어버린 거냐?”
남궁류청은 고민할 거리도 아니라는 듯이 답했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어쩔 수 없지요.”
“······.”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천마지보를 야율이 손에 넣게 둘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이 사실을 두 사람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조용한 것이 이상하다는 듯 남궁류청이 나를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남궁완 아저씨 조차 잠시 내 말을 기다려 줄 정도였다.
내가 입을 열 기색이 없자 남궁완 아저씨가 말했다.
“하지만 여기 너 한 명 있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지. 차라리 네가 먼저 가서 본가에 연락을 취하거라.”
“······알겠습니다.”
의외로 남궁류청이 순순히 수락했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나와 호위, 공손월의 부하 그리고 남궁류청과 남궁류청의 호위 이렇게 다섯만 먼저 돌아가기로 정했다.
남궁완 아저씨와 작별인사를 했다.
“나중에 보자꾸나. 승리보다는 다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해.”
“먼저 가보겠습니다.”
남궁 세가의 무사가 물에 뛰어들고 공손월의 부하가 뒤따랐다. 그 다음 남궁류청, 나, 그리고 내 호위 순이었다.
물살은 전혀 없다 싶었다. 횃불을 든 남궁 세가의 무사를 따라 가다보니 그가 어느 순간 잠수했다.
나 또한 숨을 크게 들이쉬곤 뒤따라 잠수했다. 물속은 생각보다 어둡지 않았다. 곧바로 계곡으로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수면 위로 햇빛이 부서지듯 흔들거렸다. 늘 그렇듯 주변을 쓱 둘러보던 나는 눈을 부릅떴다.
“······!”
입을 열자 차가운 물만 밀려들어 왔다. 손을 휘저어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고 말했다.
“푸하! 모두, 조심해! 지금 이곳에 우리 말고 누군가······!”
갑자기 남궁류청이 내 머리를 붙잡으며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첨벙!
입과 코고 물이 밀려 들어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후 내 시야에 보인 건 투명한 계곡물에 누군가 붉은 물감을 풀어낸 듯이 핏물이 퍼지는 모습이었다.
남궁류청의 팔에서 흘러나온 피였다. 화살이 박혀 있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내 얼굴이 저렇게 되었으리라.
남궁류청을 신경 쓰다가 내게 오는 공격을 놓쳤다.
모골이 송연했다.
이어서 우리가 있던 수면 위로 화살이 박히는 것이 보였다.
보통은 수면에 막혀 힘을 잃을 화살들이지만, 공력이 담겨있어 일반 화살보단 훨씬 깊게 파고들었다.
나와 남궁류청은 잠수한 채 화살이 쏟아지는 자리를 빠져 나왔다.
“푸하! 하아, 류청! 괜찮아?”
“너는? 다친 데는 없지?”
“······없어.”
남궁류청이 다행이라는 듯 희미한 웃음을 짓고는 제 팔에 박힌 화살 깃을 잡고 그대로 뽑았다.
“······!”
핏물이 전보다 크게 번져 나왔다. 하지만 이를 묶을 여유는 없었다.
다시 우리를 향해 화살이 날아왔다. 나와 남궁류청은 곧장 바위 위로 올라갔다.
“두 분, 괜찮으십니까? 습격입니다!”
먼저 동굴을 나와 계곡 주변에 경계를 서고 있던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정신없이 날아오는 화살을 쳐내고 있었다.
몇몇은 이미 당한 듯 싶었다. 제일 앞서 올라간 남궁 세가 무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당한 듯 보였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계곡의 가장 큰 바위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남궁류청에게 소리쳤다.
“엄호 좀 부탁해.”
나는 날아온 화살을 쳐 내지 않고 바람을 일으키며 잡아챘다.
나무가 빽빽한 이런 숲속에서 화살을 날리는데 먼 거리에서 쏠 수는 없었다.
즉 적들도 숨어 있을 뿐 꽤 가까운 거리란 뜻이었다.
하나, 둘, 셋, 넷.
네 개의 화살을 잡아낸 후, 자연지기를 담아 날아온 방향을 향해 날렸다.
손으로 던지긴 했으나 이기어검과 같은 원리였다.
주변의 소리조차 차단한 채 나는 모든 집중력을 화살에 쏟았다.
나무와 수풀을 지나고, 어느 순간 화살은 내 조종력을 벗어났다.
“······됐다.”
제대로 명중했다. 수풀 사이 숨어 있는 사람 모양의 빛들이 픽픽 쓰러졌다.
놀란 궁사들의 대열이 흐트러지고 쏟아지던 공격도 확 줄었다.
“어서 아저씨께 연락을······.”
말하던 때였다.
나는 섬뜩하게 다가오는 느낌에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스쾅-!
내가 있던 자리의 바위에 커다란 흉이 남았다.
계곡 건너편에서 날아온 공격이었다. 복면을 쓴 흑의인이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어제 오전에 진법에 들어가기 전 마주쳤던 사람이었다.
강자. 최소 절정에서 초절정.
그자는 내게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금안의 능력으로 그가 어디로 공격을 이어 나갈지 보였다.
나는 그 공격을 흘리듯 피하며 바로 반격했다.
스각!
깊게 들어가지 못했다. 옷자락 너머 살결만 조금 벤 느낌이었다.
‘아, 아쉽네.’
나름대로 회심의 반격이었는데.
습격자는 내 반격에 꽤 놀란 듯한 모습이었다.
쿠릉! 쾅!
남궁류청은 이 사내를 따라 함께 나타난 자들과 얽혀 있었다.
다른 무사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나는 계속 이어지는 습격자의 공격을 피했다. 조금만 잘못되어도 가차없이 베일 것을 알 수 있었다.
챙! 스각! 쾅!
짤븡 사이에 수십 차례의 검격이 이어졌다. 눈과 정수리가 타오르듯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검을 섞을 수록 느낌은 확신이 되었다.
‘백도의 정종무공을 익힌 사람.’
검법을 알아볼 수 없는 것이 명문 대파는 아니었고, 보법에 남아 있는 흔적을 보아 소속은 무림맹. 그리고 이 사람은 백리 세가의 검법에 대해서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본인의 검술에 차용한 부분도 있었다.
점차 검에서 조급함이 느껴졌다. 내가 쉽게 밀리지 않자 당황하는 것이 검에 묻어났다.
짧았으나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지나고.
쿠르르릉!
벼락이 내려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광풍이 몰아닥치듯 주변을 휩쓸고, 사방에서 비명과 신음이 들렸다.
습격자가 검을 거두고 황급히 물러났다. 그리고 습격자가 물러난 자리에 어느새 남궁완 아저씨가 홀연히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