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91)
291화
제갈화무가 잠시 멈추었던 설명을 다시 이어 나갔다.
“하지만 네 말대로 연천의 술법에는 부작용이 있었어. 이상을 느낀 하늘이 우리를 감시하기 시작했거든. 인과율이 틀어지면 그만큼 본래대로 복구하려는 의지가 생기더군.”
“그게 천마가 말하던 대적자라는 거고.”
제갈화무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또한, 기억과 의지, 무공을 물려 준다는 계획은 좋았지만, 후후 내 꼴을 봐. 업을 감당하지 못한 꼴을.”
조롱이 듬뿍 묻어나는 자조적인 어조였다.
제갈화무는 천마대총의 힘을 받아들여 이를 이용해 버티고 있을 뿐, 그의 병이 치료된 것은 아니었다.
평생 천마대총에 묶여 살아간다치더라도, 천마대총의 힘은 오래 받아들이고 있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몸에 부하가 가기 때문에.
본래라면 내가 달성할 수 없는 경지를 달성하게 만들어 주는데 몸에 좋을 리가 없었다.
“처음 널 만났을 때부터, 네게 이 이야기를 해 줄 날만을 기다렸어.”
“그래서 다 말하고 나니 속이 시원해?”
다소 날카로운 목소리에도 제갈화무는 좋다는 듯이 웃을 뿐이었다.
지금껏 본 표정 중 제일 아이 같으면서 시원해 보이는 낯이었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한 건가?”
묘한 표정으로 잠시 나를 바라보던 제갈화무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길고 가는 손가락은 멀쩡해 보이는 얼굴과 달리 그간의 병색을 나타내듯 뼈만 남아서 바짝 마르고 부르터 있었다.
그 병색이 완연한 손끝이 어느새 내 이마에 닿았다.
“원래라면 난 죽을 운명이었지. 네가 있기 전까진.”
그의 말이 왠지 모르게 불길하게 느껴졌다.
나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
“모든 우연이 만나 한곳을 향하니, 너는 필시 살 수 있을거야.”
이게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란 말인가.
제갈화무는 내 의문을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걱정하지 말렴. 네가 사랑하는 아버지가 오고 있으니.”
“아버지?”
몸을 뒤로 살짝 빼고 지금 무슨 소리냐고 물으려 했으나, 갑자기 몸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이게 무슨······!’
크게 뜬 내 눈을 제갈화무의 손이 덮었다. 목덜미의 솜털이 쭈뼛 서며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아주 예전에 이런 일을 겪은 적 있었다.
나는 억지로 힘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나 또한 살아가는 거야.”
속박을 간신히 벗어던졌을때, 목소리가 아니라 머릿속으로 직접, 마치 의지가 느껴지는 듯한 감각이었다.
영원히 네 안에서 함께.
시야가 암전되었다.
* * *
좌사는 천마대총으로 들어가는 백리연을 쫓지 않았다. 처음부터 목표는 오로지 그라는 듯 굴었으니까.
그러나 예상은 했지만, 천마대총으로 향하는 백리연에게 눈길조차 안 주는 것이 조금 기이했다.
‘천마지보를 노리던 것도······ 천마대총을 지키던 것도 아니고······ 대체 무슨 상황인 거지?’
쿠릉 – 쾅!
검날의 예기를 강화하는 검기와 달리 검강은 온전히 내공으로 유형화하는 식의 강화였다.
당연히 검강이 검기보다 훨씬 수준이 높았고, 훨씬 강했고, 훨씬 내공의 소모가 많았다.
좌사가 마구잡이로 휘두른 손을 상앗빛의 선명한 진기로 만들어진 검강이 막았다.
쩌엉-!
검강과 맨손의 충돌인데도 팔목부터 팔꿈치, 어깨, 목덜미까지 끊어질 것만 같은 고통이 올라왔다.
‘이런 소모 속도라면 대충 한 시진 정도 버티려나?’
백리연이 들어간 지 1각 정도 되었으려나?
한쪽 손이 없어서 그나마 상대할만 했다. 멀쩡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한들 뼈가 드러난 상처 부위로 장력을 내뿜거나 공격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검을 막는 정도가 최선이었다.
정신없이 손속을 나누었다.
처음에는 검강에 상처를 입곤 했던 좌삳 무슨 방법을 찾았는지 이제는 더 이상 상처가 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몇 번의 충돌 만에 검강을 상대할 방법을 좌사가 깨달은 것처럼 남궁류청도 좌사의 이상한 점을 여럿 깨달았다.
“좌사.”
“······ .”
좌사는 입을 열지 않았다.
대답할 생각이 없더라도 보통 눈동자 정도는 굴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나 흰자위까지 새빨개진 눈동자는 마동도 없었다.
‘숨도 쉬지 않아.’
움직임도 딱딱했다. 아주 정직하게 직선적인 움직임만 보였다.
팔보다 더 긴 검이라는 이점을 이용하여 간격을 유지하고 있을 때, 좌사가 갑자기 엄청난 장력을 뿜어냈다.
남궁류청은 장력을 가르며 황급히 몸을 뒤로 뺐다.
장력이 강타한 바닥이 움푹 꺼졌다.
‘스치기라도 했다면······ .’
섬뜩한 공격이었다.
그는 여러 상황을 따지고 결론을 냈다. 남은 건 확인해 보는 것뿐이었다.
남궁류청은 밀리는 척 꾸미다가 틈을 타 정확히 목덜미를 가격했다.
사람이라면 지켜야 할 심장이나 머리를 공격할 때도 태연하게 맞부딪치던 좌사였다.
하지만 목을 노리는 순간, 아주 예민하게 반응했다.
‘정답.’
물론, 그 약점을 확인한 결과 내줘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좌사의 공격 범위 안에 들어간 남궁류청의 옆구리에 발길질이 날아왔다. 협곡 절벽을 부수던 힘이 담긴 일격 그대로였다.
직접 몸통에 타격을 입기 전 팔로 간신히 막았지만, 충격을 모두 감할 수는 없었다.
남궁류청은 그대로 10장 가까이 날아갔다.
천마대총 방향으로 날아간 남궁류청은 넝쿨을 잡았다. 힘을 버티지 못한 넝쿨 일부가 우드득 떨어져 나왔으나, 남궁류청은 몸을 빙그르 돌려 그대로 바닥에 착지했다. 그리고 몸을 숙인 채 기침했다.
“콜록!”
새빨간 피가 협곡 바닥에 흩뿌려졌다.
‘강시라니.’
확실해졌다.
목덜미에 있는 희미한 실선.
좌사의 번개같은 움직임 때문에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으나, 목을 공격한 순간 희미하게 드러났다.
‘강시가 이렇게 강할 수 있던가?’
하지만 강시라면 이 상황이 모두 설명이 되었다. 그의 조부와의 싸움에서 목을 베였다던 좌사가 어째서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지만, 세상에 그가 아직 알지 못하는 경지는 많았다.
남궁류청은 고지식하지만, 제가 알지 못하는 지식이나 무공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누구보다 유연한 편이었다.
남궁류청은 곧장 쫓아올 좌사의 공격을 대비하다가 멈췄다. 이상하게 좌사가 움직이지 않고 우뚝 서 있었기 때문이다.
남궁류청은 피식 웃으며 손등으로 입가를 닦았다.
그는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처음부터 기다릴 생각 따위 없었다. 그녀의 뒤를 쫓는 건 그가 항상 하던 일이었다.
그리고 고작 이깟 시련에 포기할 생각이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포기하고 남았다.
자신과 같은 사람을 또 한 사람 알았다.
남궁류청이 입을 열었다.
“네 놈이 거기서 포기할 리 없다는 걸 알았지.”
좌사 뒤쪽으로 이제는 거의 흩어진 안개를 헤치고 검은 옷과 붉은 눈의 청년이 걸어왔다.
좌사는 누구에게 먼저 덤벼들지 고민하는 듯 보였다.
야율이 물었다.
“연이는?”
“천마대총에.”
“혼자 보냈다고?”
“보다시피.”
남궁류청이 좌사를 가리키듯 고개를 까딱였다.
“병신.”
짜증스레 중얼거린 야율에게서 타오르는 듯한 열기와 새카만 어둠같은 마기가 갈라져 흘러나왔다.
* * *
백회혈로 몰아치는 밀려오는 기억들. 제갈 세가가 그동안 쌓아온 무공. 지식.
천마지보를 받아들였을 대와 비슷하면서 처음 내가 만신의의 금안을 얻었을때의 느낌과도 비슷했다.
또한, 신기하게도 주화입마에 빠졌을 때, 나치 불의 폭포에 휩쓸린 것 같았던 때와 비슷하기도 했다.
만류귀종이란 게 이런 것일까?
결국, 끝에는 하나로 수렴하는 것이었다.
나는 원망하듯 생각했다.
‘꼭 이렇게 해야 했어?’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하지만 웃음소리와 같은울림, 그리고 만족한 듯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조금은 미안하다는 듯한 마음도.
쿠아아앙–!
후두둑.
거대한 소음과 얼굴을 때리는 느낌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언제 쓰러졌는지, 나는 돌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뺨을 까끌까끌한 무언가가 쓸어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금색의 눈을 지닌 고양이가 내 뺨을 핥아 주고 있었다. 결이었다.
그리고 결이의 감정과 생각이 내게 흘러들어왔다. 공유한다는 느낌이랄까.
나는 벌떡 일어났다.
“화무는······!”
아무도 없었다.
벽에 달린 횃불만 타오르는 복도.
본래 자리잡고 있던 을씨년스러운 석상들만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처음 제갈화무를 이곳에서 마주쳤을 때부터그래, 어쩌면 예상했었다. 그가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게 이런 끝일 줄은 몰랐다.
나는 손을 뻗어 바닥에 덩그러니 남아 있던 접선을 쥐었다. 딱딱하고 차가웠다.
쿠쿠쿵-!
바깥이 대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안으로 들어오며 줄어들었던 소리가 다시 커져 있었다.
후드득 떨어지는 가루들을 막아주듯 결이를 끌어안았다. 접선과 달리 부드럽고 말랑거리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고,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들렸다.
나는 울컥 치솟는 감정을 억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