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
죽으라는 법은 없나 보다
“……으으.”
온몸에 힘이 빠졌다.
사우나에서 진하게 땀을 뺀 것처럼 온몸이 나른해져 왔다.
[헌터 : 주동훈] [기력 : 0/100]기력이 0이 되면 발생하는 현상.
하지만 몸과 달리 머리는 주전자처럼 끓고 있었다.
“안 돼…….”
살고 싶다는 욕망, 생존을 위한 본능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할 만큼 했다는 생각도 조금은 들었지만, 나는 왠지 마음이 쓰라렸다.
이런 개죽음을 위해 3년 동안 고생한 게 아닌데.
이런 망한 삶을 살고자 한 게 아니었는데.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바람 앞 잔불처럼 흐느적거리는 뼈다귀 세 마리뿐.
‘랭커는 개뿔, 고작 오크 밥이 될 운명이었다는 거냐.’
힘이 빠졌다.
억울하면서도 분했다.
나는 고작 가랑이가 찢어진 뱁새였던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고 싶어 하는 것 자체로도 큰 잘못이 있단 말인가?
“취이이익!”
내 심리적 체념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건지.
오크가 비릿한 웃음과 함께 승리의 포효를 내지를 때였다.
[조건 달성 메시지를 확인하세요!]“음?”
눈살을 찌푸렸다.
사실 아까부터 떠 있었던 것 같은데.
화가 나서, 너무도 열 받은 상태라.
눈앞에 어렴풋이 새겨진 메시지를 살필 겨를이 없었다.
“……?”
하지만, 이내 퍼뜩 정신을 차렸다.
평소의 그것과는 다른, 완전한 황금색의 메시지였기 때문.
나는 재빨리 그것을 클릭했다.
[히든 조건을 달성합니다!] [‘고유 능력 : 저주받은 네크로맨서’ 전용 히든 조건입니다!] [조건 : 1만 사용의 법칙!]– 고유 능력의 등급을 높이기 위해서는 막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 스킬, ‘평범한 스켈레톤 소환’(E급)을 10,000번 사용하세요!
“어어?”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입에서는 어벙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메시지 근처에는 황금 가루가 화려하게 흩날리고 있었고.
삐걱, 삐그덕?
앞에서 오크와 대치하고 있던 뼈다귀들 역시 무슨 일인가? 하며 멍하니 서 있었다.
‘1만 사용의 법칙?’
처음 들어보는 조건이었다.
하긴 알고 있었으면 히든이라는 표시가 의미 없겠지.
‘그렇다는 건.’
내가 여태껏 사용한 스킬의 횟수가 만 번이라는 말일까?
하긴 지금이 대략 3년 차니까 매일 10회씩만 반복했어도 그쯤 되긴 하겠는데…….
그때였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등급이 D급으로 성장합니다!]아아아아.
하늘아. 신아.
D급이라니……?
3년 동안 대답도 없더니, 이제 와서?
뭐, 어쨌든 땡큐긴 한데.
[등급 변화에 따른 보상이 도착합니다!]그래, 빨리! 빨리!
뭐라도 좀 던져줘 봐!
나는 속으로 정체 모를 신을 향해 재촉했다.
“취이이이이익!”
오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기에 급할 수밖에 없었다.
[기력이 차오릅니다!] [기력 : 100/100]“좋아!”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내게 기력이란.
여분의 목숨과도 같은 것.
채앵! 챠앙!
오크의 도끼가 뼈일이의 대검과 두어 번 부딪혔다.
그런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소리가 울렸다.
힘없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아닌, 힘으로 튕기는 소리!
“오오.”
스켈레톤의 힘이 이전과 달라진 것이다!
[스킬, ‘평범한 스켈레톤 소환’(E급)의 등급이 상향 조정됩니다!] [스킬, ‘각성한 스켈레톤 소환’(D급)으로 변화합니다!]그에 맞추어 메시지가 떠올랐다.
[스킬 : 각성한 스켈레톤 소환] [등급 : D] [효과1 : 기력 10을 소모하여, 중급 스켈레톤을 소환합니다. 최대 10마리까지 가능합니다.] [효과2 : 각 스켈레톤에게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바뀐 거라고는 본래 ‘하급’ 스켈레톤이었던 게 ‘중급’으로 변화한 것.
그리고 하나 더.
[새로운 스켈레톤의 주 무기가 설정됩니다!] [해당 스켈레톤 : ‘뼈다귀4’, ‘뼈다귀5’] [앞으로 해당 스켈레톤은 당신의 명에 반응할 것입니다!]“어어?”
나는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메시지를 몇 번이고 다시 쳐다봤다.
‘주 무기가 설정됐다고? 그렇다는 건…….’
지난날의 개고생이 주마등처럼 뇌리에 스쳤다.
여태껏.
각성조차 안 한 놈들을 훈련시키겠다고 설쳤던 거였나?
그냥 능력이 봉인된 거였어?
이런 망할 놈들이.
진즉에 알려줬어야지!
나는 다시 시선을 전방으로 돌렸다.
“취익! 취이익!”
오크가 열 받은 듯 투레질하고 있었다.
갑자기 강해진 스켈레톤 때문에 상당히 화난 것 같았다.
채앵! 타앙!
뼈일이가 휘두르는 대검과 뼈이가 찌르는 창, 그리고 뼈삼이가 쏘아내는 화살을 막는 데 급급한 오크.
‘그래, 이 녀석들이 어떤 녀석들인데.’
E급일 때는 비리비리했지만.
D급으로 성장한 이상, 같은 D급한테 밀릴 녀석들이 아니다.
그만큼 훈련에 열의와 성의를 다했다.
아마 오크가 상위종이 아니었다면, 이미 뼈일이의 대검에 반 토막이 났겠지.
고개를 끄덕인 나는 곧바로 기력을 사용했다.
‘새로운 능력을 얻었으면 또 바로 써보는 게 헌터로서의 도리 아니겠어?’
[스킬, ‘각성한 스켈레톤 소환’(D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뼈다귀4’가 등장합니다.] [스킬, ‘각성한 스켈레톤 소환’(D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뼈다귀5’가 등장합니다.]바닥에서 울컥 솟은 검은 기운과 함께.
투루루루…….
두 마리의 스켈레톤이 구성되었다.
뼈사와 뼈오였다.
“키야.”
나는 황홀하다는 표정으로 녀석들을 살폈다.
평소 아무런 무기 없이 멍하게 있던 뼈다귀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뼈사는 본인의 몸집만 한 커다란 방패를 들고 있었고.
뼈오는 마법사라도 되는지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탱커와 법사인가?
이야, 이러면 스켈레톤으로 그럴듯한 파티 구성까지 할 수 있잖아?
삐그덕!
먼저, 앞으로 방패를 내세운 뼈사가 하체를 살짝 숙였다.
그러고는 오크를 향해 내달렸다.
“취익?”
한참 싸우고 있던 오크가 당황한 듯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는 감히 그딴 방패로 날 막느냐는 듯, 도끼를 강하게 휘둘렀다.
따앙!
하지만 손쉽게 튕겨 나가는 녀석의 도끼.
그런 녀석의 뒤로.
[‘뼈다귀5’가 스킬, ‘파이어 볼’(Lv.1)을 사용합니다.]화르르륵!
뼈오가 생성한 불덩이가 녀석의 위로 떨어졌다.
“취이익! 취익!”
오크가 익어버린 피부가 괴로운 듯 괴성을 질렀고.
푸숙! 푸욱!
무방비한 녀석의 목젖을 뼈이의 창이 꿰뚫었다.
놀랍도록 무서운 연계요, 속도였다.
“와.”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을 뿐.
[‘강인한 오크’를 처리합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내게 느껴진 감정은 두 가지였다.
죽을 뻔한 상황에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새로운 능력에 대한 설렘.
‘아무래도.’
난 이번 생이 망한 줄 알았는데.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나 보다.
* * *
‘믿을 수 없어.’
침착하려고 수십 번이나 심호흡을 해봤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정말 하늘나라 가는 줄 알았으니까.
아직 숨을 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게다가.’
3년 노력의 결실이 방금 이루어졌는데 어찌 진정할 수 있겠는가.
훈련을 접어두고 지하 단칸방에 돌아온 나는 온종일 상태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흐흐흐.”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헌터 : 주동훈] [이명 : X] [기력 : 100/100] [고유 능력 : 저주받은 네크로맨서] [등급 : D] [효과]-당신은 죽은 영혼을 다루는 직업, 네크로맨서입니다. 무시무시한 악령과 독극물을 활용해 상대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 단, 저주받았습니다.
-당신은 오직 스켈레톤만 소환할 수 있습니다.
[보유 스킬]-‘각성한 스켈레톤 소환’(D급)
‘좋아.’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도태되는 줄 알았던 인생이었는데.
다시금 희망이 생겼다.
나는 여태 오해하고 있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이었는데, 그런 세상을 향해 망했다고 욕지거리나 하고 있었다니.
그래, 노력하는 것만큼 결과가 따라와야지, 암.
“…….”
물론, A급과 S급이 판을 치는 ‘랭커’까지 올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눈 앞에 펼쳐진 가시밭길이 훤히 보였다.
다음 C급까지 가려면 또 무슨 기행을 펼쳐야 할까?
그래도 행복했다.
여태는 이룰 수 없는 꿈인 줄 알았으니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거야.’
어쨌든.
내가 설계했던 길은 틀리지 않았다.
끝없는 노력과 훈련만이 자신을 강하게 만든다.
그거면 된 거다.
‘게다가 스켈레톤들.’
솔직히 놀랐다.
D급으로 변화한 중급 스켈레톤의 위력이 상상 이상이었으니까.
여태껏 내가 듣고 공부하고 정리해왔던 언데드와는 결이 달랐다.
원래 스켈레톤은 스켈레톤일 뿐.
강한 스켈레톤 따위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중급’ 스켈레톤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는 말.
게다가 녀석들은 성장까지 한다.
그뿐이랴?
마법을 쓰는 녀석까지 있다.
‘말도 안 되지.’
마법 쓰는 언데드라 하면, 내가 알기로 A급 중에서도 최상위 종인 ‘리치’뿐이 없다.
“…….”
잠깐 망상했다.
최고급 스킬인 블링크와 헬파이어, 블리자드 스톰을 난사하는 ‘뼈오’의 모습을.
거기에 소드 마스터, 스피어 마스터로 성장한 ‘뼈일’과 ‘뼈이’의 모습을.
그럼 ‘뼈삼’이랑 ‘뼈사’는 각각 보우 마스터랑 디펜스 마스턴가?
나는 히죽 웃으며 컵라면을 데웠다.
후루루룩!
시원하게 면치기를 했다.
목숨을 건진 후에 먹는 라면이라 그럴까?
질리도록 먹었음에도 세상 맛있었다.
‘어쨌든.’
아직 그렇다 할 삶의 변화는 없다.
당장 내일이라도.
용병 길드에 출근해서 돈을 벌어야 하고.
먹고살아야 한다.
훈련도 반복해야겠지.
‘나머지 다섯 뼈다귀도 빨리 각성했으면 좋겠는데.’
아마 시기상조일 거다.
일단 다섯만 열심히 훈련시키다 보면, 차츰 개방되지 않을까?
벌러덩!
식사를 마치고 침대 위에 몸을 눕혔다.
아무래도 상태창 보느라 날을 지새울 것 같지만.
잠은 자야겠지.
뭐든, 기분 좋은 밤이었다.
* * *
다음 날.
내가 속한 용병 길드 ‘해결사’의 분위기가 무언가 부산스러웠다.
원래 E급, D급 용병들만 간간이 보였던, 파리만 날리는 지점이었는데.
평소 말로만 들어왔던 나름 상위 용병들의 얼굴도 보였으니까.
‘무슨 일 있나?’
탁자에 가방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갸웃하자, 의뢰팀장 김준서가 다가왔다.
참고로 그와는 오랜 기간 만난 만큼 형·동생으로 지내는 중이다.
“야, 동훈아! 출근했냐? 이리 와 봐! 대박이야, 대박!”
“대박이요?”
“어, 니 파랑 길드 알제? 기파랑이 세웠다는 그 길드.”
“알죠.”
모를 수가 있나.
‘명궁’(名弓) 기파랑.
이번 다크 로드(Dark Load)의 국내 합류로 총 37명이 된 국내 랭커 중의 하나로.
그가 실수로 날린 활에 산 정상 부분이 날아간 적이 있을 정도의 강자다.
‘파랑’은 그런 그가 세운 명문이고.
“파랑 길드에서 우리 용병단에 의뢰가 들어왔어. 새로 개방된 던전에 가려나 본데 짐꾼이 필요한가 봐? 보수도 세. 게시 금액의 10배 정도?”
“……10배나요?”
과연 대형길드일까?
통도 크시다.
아, 그래서 여기 지점에도 상위 용병들도 모였던 건가?
일단, 호기심이 생기긴 했다.
저등급 헌터로서, 고등급 던전에 참여할 기회가 자주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
“어, E급까지도 받아준다는데 어쩔래, 갈래? 사실, 오늘은 이거 말고 완전 꽝이야.”
꽝이라는 말은.
그것 말고 별다른 의뢰가 없다는 뜻이다.
나는 입맛을 쩝쩝 다셨다.
어제 있었던 일 때문인지.
무턱대고 승낙할 수는 없었다.
목숨이 얼마나 중한지는, 어제 제대로 배웠으니까.
잠시 고민하던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