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yo Black Prince RAW novel - Chapter 57
57화. 51장 야습
“으음. 뭐야. 뭐가 이리 시끄러…”
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움에 잠이 깼다. 눈을 뜨긴 했으나 아직 졸려 그대로 다시 잠을 청하려고 했으나 ‘챙’ 하는 소리에 감은 눈도 절로 번뜩 뜨였다. 뭔가 이상하다. 잘못들었나 싶어 귀를 기울여 보니 간간히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암만들어도 범상치 않은 소란스러움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야습이다.
‘동하국의 기습인가!’
생각해보면 안그래도 위기에 몰린 동하국이다. 그나마 장기전을 노린 듯 한데 원 역사와 달리 고려군까지 가담 했으니 저들은 장기전도 불가능 해졌으니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야습을 한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만에 하나를 적과 마주칠 것을 대비하여 무기도 들고 가려고 했는데 사진참사검이 안보인다. 언제나 사진참사검은 들고 다녔지만 구유크와 연회 할 때 만큼은 들고 있을 수가 없어 부하에게 맡겨놓았는데 아무래도 게르에는 들고 오지 않은 것 같다. 어쩔수 없이 게르 내에 무기가 있는가 둘러보았지만 기둥에 걸린 활 외에는 찾을 수가 없었다.
‘평소 쓰는 활과는 다르지만 어쩔수 없지.’
그렇게 막사 밖을 나가니 저 너머에서 붉은 빛과 연기가 올라오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 야습이 벌어진 것이다. 고개를 돌려보니 치고 들어오려는 피철갑을 한 기병들과 그를 막고 있는 몽골군과 내솔부 병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벌써 여기까지 들어왔을 줄이야. 예상보다 더 깊숙이 들어왔구나.
“@#^%%$&%$%&%&!”
“@!xx%$%&%&$-!!”
여진어와 몽골어를 모르다 보니,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한참 싸우던 도중 동하 기병 하나가 나를 발견하곤 별안간 나를 보곤 손가락질을 하며 지들끼리 뭐라고 지껄이기 시작했다.
“@^$&%#!”
막고 있는 병사들도 나를 발견하곤 더욱 내가 있는 곳으로 가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막아 섰는데, 이때 근처에 있던 몽골 병사 한명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문제는 몽골어라서 못알아듣겠다. 그 병사도 이내 대화가 안되다는 것을 깨닫고는 당황하며 손짓 발짓 하며 의사를 전달하려는 듯 했느데 대충 위험하니 안전한 곳으로 안내해주 겠다는 것 같았다. 이 안내를 어찌할까 고민하고 있는 그때 나는 적의 기병 하나 결국 몽골군의 방어를 돌파하여 달려들었고, 그 광경을 본 몽골 병사는 깜짝 놀라 나를 지키기 위해 앞에 나섰다.
“#@%%#@!”
“뭐라는지 모르겠다. 화살이나 좀 다오!”
나는 병사가 가진 화살통에서 재빨리 화살을 뽑아 달려드는 기병을 향해 쏘았고, 화살은 달려오는 기병의 정수리에 맞추어 적을 떨어트렸다.
선두에서 돌파한 아군이 갑자기 쓰러지자 동하군 특공대는 움찔 하는 듯 했으나 여전히 돌파하려는 생각을 멈추지 않는 듯 싸우기 시작했다. 이에 나는 다시 화살을 통에서 뽑아 연거푸 두 번 쏘아 둘을 쏘아 낙마 시키니 그제서야 적들도 위험하다 싶었는지 돌파를 관두고 말머리를 돌려 퇴각하기 시작했다.
화살을 맞추어 적들을 쫒아낸 것을 지켜보고 어안이 벙벙해 하고 있는 몽골 병사에게 나는 화살통 혹은 화살이라도 달라고 제스쳐를 취하며 손을 내밀자, 병사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내게 화살통을 아예 건네주었다. 화살통을 받고 나니 이제 좀 안심이 되어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그때 적들을 막고 있던 내솔부의 병사들과 유갑수가 달려왔다.
“전하! 어디 편찮은 곳은 없으시옵니까? 하나라 놈들의 군대가 밤중 습격을…”
“대충 무슨 이유인지는 이해했다. 어서 내 검과 화살을 다오!”
“여기 준비하였사옵니다.”
“김방경과 척인사는 어디 맞서고 있고, 전황은 어떻게 되고 있느냐?”
내솔부는 나의 친위군이긴 하나 상황이 상황이니 그들이 군을 지휘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둘이라면 분명 알아서 싸우고 있을 것이다. 구유크 진영에 들어가기 앞서 몽골군을 경계하여 내리진 지시가 본의는 아니지만 도움이 된 것 같다.
“몽고 구유크 태자와 그 군대가 동하군을 격퇴 중이고, 우군들 또한 몽고군을 도와 진압하고 있사옵니다.”
“그거 다행이군. 어서 가자!”
.
야밤의 격전은 단순히 야습을 격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하하하. 고려 태자가 참으로 신궁이야. 신궁! 고려 태자가 활시위를 놓는 족족 주르첸 놈들이 낙마에서 떨어지니 저들도 겁을 먹어 꽁무니를 빼고 도망간 것 아니겠는가?”
“과찬이십니다. 모두 상보 어르신과 대국의 강병들이 분전한 덕택이지요. 제가 없었다 한들 무사히 격퇴하였을 것입니다.”
이거 단순한 아부가 아니라 진짜로 내가 없었어도 몽고군이 제대로 격퇴 했다고 장담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구유크의 군대는 야습을 어느정도 짐작한 것인지 혹은 원래부터 대응이 빠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동하군의 기습이 일어나고 1각도 되지 않아서 구유크와 그 부하들이 기병으로 역으로 압박하며 진압해가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그 천천히 변하고 있는 전장에 끼어들어 활로 십수명 쓰러트린 것이 고작이다.
“분전이라고 하면 고려군도 마찬가지 아닌가? 행군으로 지쳐있을 텐데도 침착하고 빠르게 대응하였다는데 그것도 태자가 혹시 모를 동하국의 야습을 대비하라고 명을 내렸다고 들었다만?”
“전장에서 야습이나 습격은 일상적이지 않사옵니까? 하물며, 하 나라는 지금 몰릴대로 몰린 상황이니 언제 칠지 모른다고 생각하였을 뿐입니다.”
‘사실 그건 형식상의 이유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댁들을 경계한다고 대비하라고 한거지만…’
“하온데 상보 어르신.이대로 적군을 추격한다는 것이 사실이옵니까?”
“그렇지. 주르첸 놈들이 야습을 하려다가 되려 허를 찔려 도주하는 지금 그대로 쫓아 성을 하려는 것이니 태자도 어서 장비를 챙기고 전투에 참여하게.”
장비를 챙기라는 것은 내 복장이 갑옷도 아닌 잘 때 입는 천옷 뿐이라 구유크는 저렇게 말한 것이다. 그런데 이대로 공성을 하겠다니 야습을 실패하고 퇴각하는 저들을 들여보내기 위해서라도 남경성의 문이 열리겠으니 그 틈을 타서 치려는 것 같은데 과연 열어줄까?
일단 새벽 공성전 쉽지는 않겠지만 기세를 타고 있는 몽고군을 상대로 초치는 것도 어렵고 일단 참여는 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그것과 별개로 부탁은 좀 하자.
“상보 어르신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하온데 전투를 치루기 앞서 한 가지만 청하여도 되겠사옵니까?”
“뭐지?”
“……만약 저들이 항복을 해온다면 한번 더 기회를 주시지 아니 하겠습니까?”
그러나 나의 요청을 들은 구유크는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칼 같이 거절했다.
“불가! 저들은 이미 여러 번 예케 몽골 올루스의 자비를 무시하고, 능멸했으며, 고려와의 관계도 이간질을 했어. 그런 그들을 쉬이 용서하다니 그럴 순 없다!”
너무나도 단호한 거절에 나도 짐짓 당황했으나 다시 청하였다.
“죄는 포선만노가 저지른 것이지.성내 백성들이 아니옵니다. 항복을 할 경우 기회를 주는 것에서 포선만노를 제외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만일 순순히 항복하면 백성들은 무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성내에 퍼지게 된다면 남경의 병사들과 주민들의 저항이 약해질 것입니다.”
“…지금까지 거절하였고, 이후로도 거절을 할 것이다.”
“예. 거절하겠지요. 그렇다고 해도 살수 있는 희망을 준다는 시점에서 저들의 사기에 영향은 갈 것입니다.”
“……”
그 대답에 구유크는 잠시 자신들의 장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는 대답했다.
“만약 고려군이 큰공을 세운다면 생각해보겠네.”
구유크의 말에 몽골 진영에선 실소가 고려군과 여진인들 사이에선 웅성이는 소리가 나왔다. 공을 세운다면 생각해보겠다는 것 자체가 결국 일단 권고 없이 바로 치겠다는 의미였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할수 있는 것은 알겠다는 말밖에 할수 없었다. 칼을 쥔 것은 저쪽이지 내가 아니니까 말이다.
* * *
“열어라! 어서 열란 말이다!!”
“이럴수는 없습니다. 폐하! 어떻게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사지에 갔다 돌아온 우리를 버릴수 있단 말이 십니까!!”
성 아래에서 동하군은 문을 열어달라고 울부짖었다. 야습에 실패하고 되려 죽을 뻔한 몽골의 진영에서 벗어나 겨우 남경성에 도달한 그들이 본 것은 굳게 닫힌채 열리지 않는 성문 이었다.
“자, 장군. 정말 열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이대로라면 분명 저들은 모두…”
“멍청한 놈. 저 뒤를 봐라! 저렇게 많은 몽고 놈들이 바싹 추격해왔다. 문을 열었다가 자칫 몽고 놈들까지 들어오게 된다면 그 시간부로 우리는 전원 죽은 목숨이다! 안타깝지만 저들도 목숨을 걸고 갔을 터이니 문을 열어줄수는 없다!”
“하, 하지만…”
성 벽 위에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을 때에도 성 아래에서는 흉흉한 기세를 내뿜고 있는 몽골군들이 무섭게 다가오고 있었고, 결국 성문을 두들 기던 귀환군들도 더이상 기다릴수 없다고 여기고는 문에서 떨어져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는 중이었다. 그리고 몽골군들은 그들을 놓치지 않았다.
구유크의 시선이 어느 장소 조차 염두하지 못하고 그저 도주를 할뿐인 동하군에게 먼저 향해졌다.
“저것들 부터 처리하라. ”
수십, 수백, 수천의 화살들이 도주하는 동하국 병사들의 몸에 떨어졌고, 병사들은 고슴도치가 되어 죽거나 따라 잡혀 죽었다. 그렇게 몰살 되가는 것을 성 벽 위의 병사들은 벌벌 떨며 지켜볼수 밖에 없었다.
“징한 놈들입니다. 설마 아군을 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놀랍긴 하나 염두한 일이기도 한것 아니더냐. 도리어 이 일로 적들의 사기도 꺾였을 것이다.”
“예. 이번에는 사기를 꺾은 것에 만족해야 할 듯 합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예?”
소기 목적대로 성으로 들어가지는 못하였지만 야습군을 몰살 시킨 것만 하여도 적지 않은 승리였기에 장수들은 이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야습군들을 전멸시킨 구유크의 시선이 이제 남경성으로 향했다. 그 시선을 눈치 챈 장수들과 병사들은 속으로 적잖이 우려 하였다.
‘설마… 아니겠지?’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일찍 나선 것이다. 아직 해도 제대로 뜨지 않았는데 이대로 공성전은… 암. 그건 아닐 거야!’
그러나 그 기대는 여지 없이 배신 당했다. 구유크는 이번에는 남경성을 가리키며 명령을 내린 것이다.
“전투를 준비하라!”
“구,구유크 님! 성문을 열것이라는 우리 예상과 달리 주르첸 놈들은 제 아군들을 버리고 성문을 굳게 닫은채 항전을 하고 있사옵니다. 우리군이 주르첸에 비해 훨씬 뛰어나긴 하오나 새벽에 공세를 받아 일어난 만큼 아직 제 상태가 아니며 준비 또한 만전을 갖추지는 못하였습니다. 적의 기습군을 소탕한 것만 하여도 공을 세운 것이니 일단 진영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였다가 만전의 준비를 마치고 다시 공세를 벌이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저놈들은 지금 필사의 작전 마저 실패로 돌아가 사기가 많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 증거로 지금 봐라. 성 앞 까지 온 아군조차 구하지 모해 겁을 잔뜩 먹은 것을! 승리로 기세를 탄 지금, 이대로 성을 포위하여 공격 하는 것이 바르니 당장 공성 준비를 하라! 오늘 부로 저 성벽을 넘도록 한다”
구유크의 지시에 따라 남경성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