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59
게을러서 차원최강 059화
059 폐허의 유적(2)
라크몬 영지에서 반나절 거리에 존재하는 폐허의 신전.
산맥 아래에 우뚝 솟아 있는 신전은 오랜 시간 금역이었다. 당연히 이곳에 들어간 사람들 중에서는 아무도 살아 나온 자가 없었다.
제국에도 금역이 있듯, 이곳에도 금역이 있었다.
대부분의 금역은 신들의 전쟁이 남긴 편린들이다. 그것들이 괴물을 만들어 내거나 신들이 어떤 이유로 가디언을 세워 두었기에 지금까지 유지가 되고 있는 것이었다.
이곳 폐허의 신전은 천신이 아닌 마신의 유적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도나가 이곳을 추천한 이유는 내가 충분히 폐허의 신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휘이이잉.
을씨년스러운 폐신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방은 마기로 일렁거렸고, 검은 아가리가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저곳에 들어갔다가는 사달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었다.
아식스는 두려움에 떨었다.
“저길 가야 합니까?”
“그래.”
“아무래도 불길한…….”
퍼억!
가볍게 아식스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나를 믿어라. 별일 없을 테니까.”
나는 휘적휘적 걸어 검게 일렁거리는 공간 앞에 도착했다.
실비아 역시 아무런 의심 없이 이동하였는데, 카르엔과 아식스는 약간 머뭇거리고 있었다.
실비아가 말했다.
“영웅님, 저런 병신들은 그냥 두고 둘만 가도록 할까요?”
***
“그래야겠다. 다들 쫄보 새끼들인 것 같으니까 그냥 버리고 가자. 그리고 신성한 성인의 길에서 탈락하였다고 소문을 내도록 하자. 아마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게 되겠지. 거기에 아식스 남작은 제도에서 똥을 싸야 하지? 과연 소문이 어떻게 나려나?”
“커윽! 갑니다!”
아식스는 울며 겨자 먹기로 달려왔다.
신성 기사단장 카르엔도 마찬가지였다. 명색이 제국 최고의 기사였는데 꽁무니를 뺀다면 정말 상황이 우습게 돌아갈 터였다.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입구 앞으로 왔다.
“너희들도 가려고?”
“제발 가게 해 주십시오!”
아식스가 애걸복걸했다.
그는 신성한 귀족의 맹세로써 제도 한복판에서 똥을 싸기로 서약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낙오하게 된다면 정말 소문이 좋지 않게 날 것이다.
아예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된다. 귀족 사회에서 매장이 되는 것은 덤이다.
“그럼 동행을 허락한다.”
“감사합니다!”
“대신 먼저 들어가.”
“제, 제가 먼저요?”
“그래, 안에 뭐가 있을지 모르잖아?”
“아무래도 그건…….”
“그냥 여기 있든지.”
“갑니다! 까짓것 죽기밖에 더하겠습니까!?”
“그건 모르지. 안에 리치라도 있으면 잡혀서 영원히 언데드로 살아가게 될지도.”
“크윽…….”
아식스는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
놈은 눈을 질끈 감고 안쪽으로 몸을 날렸다.
“너도 들어가.”
“정말 사악하십니다.”
“그걸 이제 알았냐?”
카르엔도 안쪽으로 들어간다.
나는 실비아를 바라봤다.
“안에서 비명 소리는 안 들리지?”
“그런 것 같아요. 들어가자마자 위협이 없는 것으로 보이네요.”
“그럼 우리도 출발하자.”
나와 실비아도 안쪽에서 비명이 들리지 않는 걸 확인하고 몸을 날렸다.
쿨렁!
부드럽게 신전 안으로 들어왔다.
천신이 만들어 놓은 신전이 아니라 그런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흉흉한 마기가 사방에서 퍼져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곳곳에 세워져 있는 악마들의 석상이 보는 이로 하여금 기를 질리게 했다.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졌는지, 악마들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보였다.
“여, 아식스. 별일 없었지?”
“다행히도 그렇습니다.”
아식스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정신으로 금역을, 그것도 마도 연합에서 정해 놓은 금역을 돌아다닌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니 정신을 빼놓는 것이 나았다.
카르엔은 비교적 단단한 멘탈을 유지하고 있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정신을 다잡고 주변을 경계했다.
“그럼 조금만 쉬었다가 갈까?”
“안 됩니다! 여기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잖습니까?”
“여기까지 오면서 기력을 소모했잖아?”
“그래도…….”
“5분만 쉰다.”
나는 최대한 게으름 수치를 회복하기로 했다.
5분이라고 해 봤자 게으름 수치가 얼마나 오르겠느냐마는 그래도 수치를 회복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5분이 지나고 나서 천천히 전진했다.
신전의 구조는 비교적 단순했다. 좌우로 악마의 석상들이 끊임없이 늘어져 있는 것을 제외하면 평범한 복도나 다름없었다.
그저 저 멀리서 마기가 뿜어지는 것이 심상치 않다고나 할까.
저벅저벅.
우리들은 사방을 경계하며 이동했다.
금역이 금역이라 불리는 것에는 그만한 위험성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한 명도 사람이 살아 나오지 못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복도를 지나 지하 공동에 이르렀다.
저 멀리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가 검을 바닥에 꽂고 있었다. 그리고 정면에 보이는 일렁거리는 공간.
저것이 바로 초장거리 도약을 할 수 있는 게이트다.
마기는 기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다.
기사가 검은 안광을 번뜩이며 눈을 떴다.
-이곳은 산 자가 머물 수 없다. 모조리 죽여 언데드로 만들어 주마!
번쩍!
놈이 마기를 뿜어내자 바닥에서 언데드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족히 수백은 되어 보였으며 하나같이 스켈레톤이다.
다만 일반 스켈레톤과는 다른 것이, 눈동자에서 검은 안광이 뿜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비아가 외쳤다.
“강화된 스켈레톤이에요! 조심해요!”
실비아는 신성력으로 무장을 했다. 그건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후우.”
한숨이 새어 나온다.
별다른 일이 없기를 바랐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아직까지 금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을 보면 최근까지도 모험가들이 이곳으로 들어온 모양이다. 아무도 살아 나가지 못하였고 말이다.
“내가 저놈을 상대한다. 너희들은 알아서 살아남아.”
“헉! 각하! 여기서 어떻게 살아남으라는……. 으아아악!”
아식스는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바빴다.
실비아는 턴 언데드로 놈들의 몸을 산산조각 냈고, 카르엔은 신성기를 사용하여 적들을 베어 나갔다.
다만 워낙에 많은 놈들이 일어나는 바람에 운신을 하기 힘들 정도로 공동 안이 가득 차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스만 없애 버리면 된다.
쐐애애액!
콰과과광!
내 검과 암흑 기사의 검이 부딪쳤다.
강렬한 마기가 검강을 이루며 퍼져 나갔다.
“마스터의 경지?”
쿠과과광!
놈이 검은색의 검강으로 검을 후려치자 팔이 저릿했다.
머릿속으로 놈의 음성이 흘러들어 왔다.
-인간이여, 당신을 시험하겠노라.
“무슨 시험? 나는 학교 다닐 때에도 공부를 잘 하지 않았는데?”
-시험에 통과하면 나의 영혼을 바치겠다. 실패하면 당신의 영혼을 내게 바쳐라!
콰광!
어마어마한 속도와 함께 마기가 주변을 둘러쌌다. 압박이 대단했다.
어쩔 수 없이 신격의 단말을 사용해야 하는 걸까.
눈이 어지럽다.
그럭저럭 나도 발전을 하였고, 게으름 수치로 인하여 성장하지 못하였다면 일격에 몸이 토막 났을 것이다.
힘을 끌어 올렸다.
[강력한 격의 사용으로 인하여 게으름 수치가 30% 감소합니다.]쿠르르르릉!
어마어마한 신성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신성기는 암흑 기사에게만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강화된 스켈레톤들도 완전히 소멸시켜 버렸다.
스아아아!
단박에 스켈레톤들이 쓸려 나갔다.
암흑 기사 역시 눈에 띄게 약화가 되었는데 신격의 단말을 사용한 이상 끝장을 보아야 했다.
빠르게 이동하여 약화된 암흑 기사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꽈직!
-커어억! 이건 대체!?
퍽퍽퍽퍽!
-끄아아악!
구타가 시작되었다.
검은 물론이고 온몸으로 놈을 후려 패기 시작하였다. 결국 암흑 기사는 비명을 지르며 항복을 선언했다.
-내, 내가 졌다!
꽈직!
-커억! 내가 졌다니까!?
“그래서 어쩌라고.”
퍼버버벅!
나는 그다지 놈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 적이 항복한다고 해서 분풀이가 되는 것은 아니었기에 놈을 철저하게 짓밟았다.
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보였지만, 내 눈깔은 이미 뒤집혀 있었다.
구타는 암흑 기사의 움직임이 멎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퍼버버벅!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아식스와 카르엔은 암흑 기사를 구타하고 있는 발렌을 바라보면서 몸을 떨었다. 그야말로 저건 인간의 눈깔이 아니었다.
“암흑 기사가 불쌍해 보이다니…….”
“영웅님은 악의 세력에게 자비가 없는 분이에요. 설마 암흑 기사가 불쌍하다고 느끼시는 건 아니겠죠?”
그들은 고개를 미친 듯이 저었다.
여기서 암흑 기사를 두둔하면 두들겨 맞는 것은 자신들이 될 것이다.
발렌의 성격이 좀 이상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여기서 악의 세력을 두둔하면 어찌 될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켁! 켁! 제발 자비를……!
“너 이 새끼, 대체 정체가 뭐냐?”
발렌이 드디어 구타를 멈추었다. 그리고 놈에게 정체를 물었다.
-끄윽, 끄윽. 저는 데스 나이트입니다.
“데스 나이트!”
숨이 멎을 것 같은 충격이었다.
데스 나이트라면 지옥의 사령관이다.
칼도나 제국의 기사들이 여신에게 단말을 받아 사용하듯, 마도 연합도 마찬가지였다. 마신으로부터 단말을 받아 사용한다.
기사들이 이룩할 수 있는 지고한 경지가 바로 마스터였는데, 데스 나이트는 그런 마스터를 상대로 하여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데스 나이트가 압도적이라는 것이 세간의 평가였다.
데스 나이트는 초고위 암흑 사제가 소환할 수 있었다. 사령술사들이 제작한다는 말은 들었는데 제작을 하려면 마스터의 사체와 영혼이 동시에 필요했다. 그렇게 제작을 해도 만들어질 수 있는 확률은 낮았다.
마스터의 영혼이 스스로 데스 나이트가 되겠다고 해야 되는 것이었으므로 확률이 낮은 것은 당연했다.
마도 연합에서는 총 두 기의 데스 나이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이곳에서 등장했다.
“나는 천신을 따른다. 그런데도 나에게 복종하나?”
-저는 인간이 만든 데스 나이트가 아닙니다. 신마대전 당시부터 이곳을 지키고 있었지요.
“마신이 만들었나?”
-그렇습니다. 시험을 통하여 통과한 자에게 복속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성향과는 상관없습니다.
“오호, 그래?”
놀라운 일이다.
발렌이 데스 나이트를 휘하로 둔다. 그리되면 세력이 탄탄해질 것이다. 황제나 교황으로부터 재가를 받을 수만 있다면.
“허어, 엄청난 사건이로군.”
아식스와 카르엔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뜻밖의 수확이다.
일단 놈의 정체가 데스 나이트라는 소리를 듣자 투구를 벗게 했다.
“헉! 정말이었군!”
카르엔이 경악했다.
놀란 건 실비아도 마찬가지였다.
천신의 위를 받은 내가 데스 나이트를 휘하로 거둔다. 그렇게 설계가 되었다고 하니 써먹는다고 해도 문제는 없었다. 어차피 놈을 만든 마신은 죽거나 동면에 빠져 있을 테니까.
“좋아. 네놈을 거두어 주지.”
-주인님께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검은 안광이 너무 튀었다.
“밖으로 새어 나오는 기운을 좀 줄일 수 없나?”
-가능합니다.
마기가 점점 잦아들었다.
이 정도면 앞으로의 여행은 편안해질 것이다.
“일단 게이트를 이용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을지는 밥이라도 먹으면서 생각해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