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27
“으윽.”
맹타자는 괴로운 신음을 토해내며 자리에 멈춰 고개를 숙인 채 손으로 그 결정을 건드려 보았다. 순간 얼음 화염은 확산을 멈추었고 얼음층에도 균열이 생겼다.
바로 그때, 멀리서 서늘한 빛이 번쩍 하더니 시커먼 색의 기괴한 비검이 맹타자의 오른쪽 어깨에 이르렀다. 이 비검은 굉장히 기이했다. 길지 않은 검신 양쪽에는 예리한 작은 가시가 잔뜩 돋아 있었는데 그 위에서 번득이는 푸르스름한 빛을 보니 강한 독을 품고 있는 듯했다.
그 작은 검을 본 순간 맹타자의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그는 그 비검으로부터 아주 강한 기시감을 느꼈다. 마치 그 비검에 그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리둥절해 있는 동안 비검은 맹타자의 오른쪽 어깨를 찔렀다.
팅.
그러자 금속이 부딪히는 듯한 소리가 났다. 이 비검의 속도는 매우 빨랐음에도 불구하고 맹타자의 가죽에 약간의 흠집만 냈을 뿐, 뚫고 들어가지는 못했다.
그러나 가죽에 난 약간의 흠집을 통해 비검에 담긴 독성이 맹타자의 몸으로 빠르게 흡수됐다. 이때 맹타자는 독에 대해서는 아예 신경 쓰지도 않고 손을 휘저어 비검을 붙잡았다. 그는 그 비검에 담긴 독성이 원래 자신의 것이라는 강력한 직감을 느꼈다.
맹타자의 수준으로 한 자루의 비검을 쥐는 것은 어린아이 장난에 불과했다. 그의 큰 손이 꽉 쥐어지는 순간, 소용돌이치는 기류가 비검을 감싸 안아 그것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그 무렵, 거의 출구에 이른 한제의 얼굴은 약간 굳었다. 그는 자신의 비검이 위험에 처했음을 알았다. 그는 여전히 내달리면서 두 손으로 몇 개의 결인을 연달아 그렸고 마지막으로 오른손을 명치에 대고 금단의 기운을 내뿜었다.
그와 동시에 소용돌이 기류에 붙잡혀 있던 비검이 빠르게 한 바퀴 회전했고 검신의 시퍼런 빛이 한층 더 진해졌다.
맹타자가 막 비검을 붙잡으려 한 순간, 기류가 약간 느슨해졌다. 비검에서 파드득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여덟 개의 예리한 가시가 비검보다 더 빠른 속도로 맹타자의 손바닥을 향해 쏘아졌다.
비검 안의 독성은 이 가시의 독성에 미치지 못했다. 한제는 이 비검을 설계하던 당시 99개의 가시에 엄청난 심혈을 쏟았고 거의 대부분의 독성이 이 예리한 가시에 몰려 있었다. 그 가시에 함유된 독성은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맹타자는 본디 독을 잘 다루는 사람이었고 비검의 독성은 본래 독왕정에서 기인한 것으로 독왕정은 맹타자와 영혼으로 이어진 법보였다. 이에 비검의 독은 맹타자에게 애초에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아까 비검이 어깨를 찔렀을 때 그의 몸으로 들어간 독성도 그저 그의 몸을 한 바퀴 돌았을 뿐인데 체내의 영력에 동화되어 섞여 들어갔다.
가시에 깃든 독성이 효과가 없다고 해도 그 충격까지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었으나, 요마가 된 맹타자의 몸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다. 심지어 여덟 개의 가시는 그의 몸에 닿은 순간 거대한 저항력에 밀려나 중간에서 부러져 버렸다.
허나 비검을 쥐려던 맹타자의 움직임이 일순 느려졌고 그 순간 비검은 번쩍하고 사라졌다. 그럼에도 비검의 겉에서 번득이던 빛은 약간 어두워졌고 검신에는 약간의 균열도 생겨났다.
사라진 비검은 1천 척 밖에서 모습을 드러내더니 빠르게 질주했다.
맹타자는 그늘진 얼굴로 비검이 사라진 방향을 주시하다가 오른손을 휘둘렀다.
순간 공간의 균열이 나타났고 그 틈에서 튀어나온 기운이 단숨에 세 번째 관문인 소멸의 공간을 모두 뒤덮었다. 다만 탄혼이 잠들어 있는 곳에는 신식을 갈라 탄혼과 접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무슨 일인가?”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맹타자는 그 기운이 나타난 순간 곧장 한쪽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말했다.
“사자님, 출구 근처까지 접근한 녀석이 하나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알았다!”
냉정한 목소리가 답했다.
맹타자는 그 답을 들은 뒤 곧장 한제가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그는 사자의 도움이 있는 한 결단기 수준에 불과한 녀석은 절대 출구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맹타자가 보기에는 주인의 법술에 의해 깊은 잠에 빠진 상태인 커다란 탄혼을 제외하면 바로 이 사자가 세 번째 관문의 군왕이었다.
그의 신식은 곧장 세 번째 관문을 뒤덮어 한제와 육욕마군을 찾아냈다. 맹타자는 일단 사자를 육욕마군에게 집중시켰다. 상대의 몸에서 피처럼 붉고 진한 빛이 발산되면서 그의 속도를 증폭시켜 주었다.
하지만 깊은 곳으로 향할수록 유혼의 수가 많아졌는데 그가 가진 법보로는 그렇게 많은 유혼까지 감당할 수 없었다. 이에 맹타자의 몸은 이미 여러 유혼들에게 뒤덮였으나, 그는 영기의 도움을 받아 그 유혼들에게 완강하게 저항했다.
응집된 신식이 가까워지는 순간, 육욕마군은 심장이 덜컥했다. 그는 이미 지친 상태였다. 그런데 이토록 강한 신식이 나타나다니. 그는 이런 신식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수준도 결코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 신식은 육욕마군을 한 번 훑어본 뒤 파동을 일으켰다. 순간 육욕마군의 몸을 감싼 피처럼 붉은 빛이 점점 옅어지더니 결국에는 사라져 버렸다.
“탄혼이 있어 손을 쓸 수가 없구나. 그저 널 도와 잠시 막을 수밖에 없으니, 빨리 움직여라!”
그 강력한 신식은 육욕마군 뒤에서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그를 뒤쫓고 있던 천마산인을 향해 외쳤다. 그러자 천마산인은 침착한 얼굴로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속도를 높여 육욕마군을 뒤쫓았다.
육욕마군은 이를 악문 채 두 말 않고 다시 또 하나의 욕념을 버리고 또 한 차례 욕념혈둔대법을 펼쳤다.
“으윽…”
이번에 그의 몸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듯 연거푸 몇 번이나 선혈을 토해냈으며, 체내의 유혼은 곧장 그의 영혼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육욕마군은 쓴웃음을 지으며 이를 악물고 달려 나갔다.
강력한 신식은 다시 육욕마군을 훑었다. 이번에 그는 더 이상 손을 쓰지 않고 힐긋 한 번 보기만 한 뒤 세 번째 관문의 출구가 있는 곳까지 신식을 펼쳤다. 그리고 출구로부터 1만 척 정도 떨어진 그곳에서 한제를 보게 됐다.
신식은 파동을 일으켰다. 그 목표는 한제였다. 사실 방금 신식이 나타난 순간부터 한제는 그 사실을 감지했고 흠칫 놀랐다. 이 신식은 강력할 뿐만 아니라 뭔가 이상했다. 이 신식을 펼친 것은 수련자가 아니라 곧 탄혼으로 진화할 것 같은 유혼이었다.
이렇게 거대한 유혼은 한제도 처음이었다. 다만 유혼은 어디까지나 유혼이었다. 탄혼으로 진화하지 않았다면 한제보다 아래였다. 아무리 거대하다고 해도 천적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 그 거대한 유혼이 감히 탄혼인 한제에게 공격을 했으니 그 결과는 알 만 했다. 한제가 보기에 이 유혼은 거대한 환약 같았다. 그것을 삼킬 수 있다면 신식을 역외 전장에서 불렸던 것만큼 불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질적으로는 그때보다 훨씬 더 성장시킬 수도 있을 터였다.
이때 유혼이 일으킨 신식의 공격이 부쩍 가까워졌다. 그것이 한제의 체내에 진입한 순간, 유혼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탄혼? 어⋯⋯ 어떻게!”
신식의 파동이 곧장 전달됐다. 깜짝 놀란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분명 희색도 어려 있었다. 한제는 약간 의심스러웠지만 자신의 체내에 들어온 유혼의 신식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삼켜버렸다. 그 유혼은 곧장 신식을 거두려고 했지만 그 일부는 이미 한제에게 삼켜진 상태였다.
한제는 입술을 핥으며 자신의 극의 신식이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만약 저 유혼 본체를 통째로 삼킬 수 있다면 자신의 신식은 적지 않게 커질 것이 분명했다. 허나 안타깝게도 그 유혼은 한제에게서 벗어난 뒤 복잡한 방식으로 공간의 틈을 찾더니 그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 뒤 아예 자취를 감추었다.
요신의 혈해(血海)로 돌아간 그 유혼은 곧장 빠른 속도로 가장 크고 높은 돌기둥 쪽으로 날아갔다. 그 돌기둥 앞에서 장발의 남자 모습으로 변한 유혼은 공중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 얼굴은 창백하고 기운이 없어 보였으나, 어딘가 흥분한 기색도 느껴졌다.
“주인님, 세 번째 관문에서⋯⋯ 탄혼을 보았습니다!”
그 돌기둥 위에는 붉은 머리의 남자가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고고하고 패기 넘치는 기세가 계속해서 그의 몸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유혼의 말을 들은 순간, 그는 몸을 바르르 떨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피범벅이 된 얼굴이 드러났다.
그가 고개를 든 순간, 이 요신의 혈해 안에 갑자기 짙은 피안개가 나타나 사방으로 확산됐다. 그와 동시에 사방의 돌기둥 위에 있던 수련자들이 모두 이 붉은 머리 남자에게 시선을 던졌다. 심지어 바닥의 핏물 속에 있던 수련자들도 분분히 고개를 들었다. 그들의 눈에서 광기가 번득였다.
“탄혼이라⋯⋯. 확실한가?”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저항할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장발의 남자 모습으로 변한 유혼이 곧장 답했다.
“확실합니다. 그 자는 분명 탄혼이었어요! 주인님, 그 자는 지금 세 번째 관문의 출구에 있습니다. 그 자를 붙잡으려면 지금 당장 가셔야 합니다!”
“탄혼이라⋯⋯.”
붉은 머리의 남자는 덤덤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휘둘렀다. 순간 하늘에 1만 척에 달하는 긴 공간의 균열이 나타났다.
기해 밖
“요신 서사들이여, 가서 그 탄혼을 잡아오도록!”
붉은 머리의 남자는 느릿하게 말한 뒤 다시 고개를 숙여 바닥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요신의 혈해 속에 있던 모든 수련자가 분분히 바닥과 돌기둥 위에서 뛰어올라 그 공간의 균열 속으로 사라졌다.
남자의 모습을 갖추었던 유혼도 함께 뛰어올랐다. 이 혈해 안에는 이제 붉은 머리의 남자 홀로 남아 있었다. 그는 오른손으로 바닥을 휙 그어 한 줄의 글을 남겼다.
이 요신의 혈해에 봉인된 지 수만 년 만에 탄혼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들었다. 가슴이 뛴다.
그 위로 몇 줄의 글이 더 적혀 있었다.
세 번째 관문에 들어오자마자 이곳이 소멸의 공간과 연결된 공간의 균열이라는 것을 알았다. 여기저기 탐색을 해본 끝에 소멸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발견했으나 들어가지는 않았다.
이 고대 신의 땅에 대한 소문은 과장됐다. 세 번째 관문만은 조금 흥미로우나 나머지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 원래 이곳을 떠나려고 했으나 여기까지 온 이상 들어가서 제대로 살펴보지 않는 것이야말로 시간낭비 아니겠는가.
네 번째 관문은 그저 하나의 전송진에 불과하다. 그것은 수련자가 그곳까지 당도하는 데 걸린 시간에 따라 전송될 위치를 설정한다. 정말로 묘하다. 연구 끝에 마침내 그 구조를 파악했다. 이제 나는 고대 신의 체내 어느 부위라도 원하는 대로 당도할 수 있다.
이곳은 고대 신의 땅이 아니라 요신의 땅이다.
고대 신 서사, 그는 분명 아주 지혜로운 원고 시대의 수련자다. 탄복했다. 이런 방법을 생각해 내다니⋯⋯
이곳에 갇혀 수천 년을 지내게 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 ★ ★
세 번째 관문 출구를 향해 한제는 별똥별처럼 긴 잔영을 남기며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다. 출구와의 거리는 몇 초 만에 3백 척으로 줄었다.
한데 그때, 소용돌이 위에 1만 척에 달하는 거대한 공간의 균열이 나타났다. 그 안에서는 붉은 빛이 번쩍거리면서 진한 피 비린내가 풍겨났다.
한제는 경악했다. 하지만 그는 침착한 표정으로 곧장 소용돌이 쪽으로 가기를 포기하고는 고왕이 알려준 법결을 이용했다. 균열이 나타난 것과 거의 동시에 소용돌이 안으로 들어가자 보라색 번개가 춤을 추듯 그의 곁에 모여들어 그를 소용돌이 깊은 곳으로 끌어당겼다.
소용돌이에 이른 순간, 한제는 위쪽에 나타난 피처럼 붉은 색의 균열 안에서 거대하고 끔찍한 몰골의 요마 수련자들이 튀어나오는 모습을 봤다. 그들은 한제를 보고는 광기에 휩싸인 눈을 번득이며 소용돌이 쪽으로 쳐들어왔다.
한제의 심장이 다시 덜컥 내려앉았다. 그 요마들은 모두 손가락질 한 번에 자신을 한 줌 재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제는 불길한 마음을 안은 채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졌다.
요마들은 두 말 않고 빠르게 그 뒤를 따라 소용돌이로 진입했다.
소용돌이의 다른 한쪽 끝으로 나온 순간, 한제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빠르게 튀어 오르듯 움직였다. 그곳은 거대한 광장 같은 곳이었고 사방에는 두께가 약 1백 척에 달하는 높은 원형 기둥이 열 개 넘게 자리하고 있었다.
원기둥 중앙에 놓인 원형의 전송진에서는 요사스러운 붉은 빛이 번득이고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전송진이 혈관과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과 그것이 사방의 얇은 실 같은 것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얇은 실 같은 것에서 암적색의 액체가 전송진으로 흘러들었다. 요사스러운 붉은 빛은 바로 그 암적색 액체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소용돌이 밖으로 나온 순간 신식으로 사방을 훑어본 한제는 이곳에 다른 소용돌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곳에 있는 것이라고는 눈앞의 전송진 뿐이었다.
휘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