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470
“찾았다, 선강 대륙에 속하지 않은 영혼! 봉인!”
동시에 노인의 목소리가 해저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다.
“역시 뭔가가 있었군!”
한제가 눈을 번득였다.
노인의 목소리가 심신에 울려 퍼졌다. 마치 수만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흘러든 것만 같은 목소리는 서늘한 기운을 품은 채 겹겹의 봉인 안팎을 맴돌았다.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한제의 본체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오행 진신을 소환했다.
소환된 진신은 곧장 천둥번개의 진신이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 동시에 겹겹의 봉인 위로 나타난 거대한 얼굴이 한제의 천둥번개 진신을 삼키려 들었다.
그때, 금빛 선극검 조각 주위에서 어마어마한 흡입력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그 조각이 봉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것 같았다.
한제의 천둥번개 진신은 당장 손을 놓고 물러난다면 거대한 얼굴의 공격을 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놓지 않았다. 큰 위기였다.
한제가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자 거대한 천둥소리가 울리며 셀 수 없이 많은 전광이 줄기줄기 발산됐다. 살의를 품은 살육의 천둥번개였다.
그 순간, 사방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천둥번개 진신으로부터 확산된 전광은 한데 응집해 천둥번개로 이루어진 거대한 팔을 형성하더니 진신을 삼키려 들던 거대한 얼굴을 눌렀다.
“크아아아!”
거대한 얼굴은 고통에 겨운 표정으로 비명을 내질렀고 곧장 흐릿해져 제대로 보이지도 않게 됐다. 살육의 천둥번개로 이루어진 손바닥에 눌린 부위에서는 요란한 폭발음이 일어났다.
천둥번개 진신은 이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을 번득이며 금색 조각을 단단히 움켜쥐더니 순식간에 잡아당겼다.
봉인에 단단히 박혀 있던 금색 조각은 바깥쪽으로 1촌 정도 끌려 나왔으나 그게 한계였다.
천둥번개의 진신이 선극검 조각을 끌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이, 오행 진신이 다가가 천둥번개 진신을 잡아 끌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막강한 힘을 주입받은 천둥번개 진신은 다시 한번 선극검 조각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콰쾅!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조각은 또 한 번 1촌 정도 끌려 나왔다. 봉인에 박혀 있던 부분은 이제 1촌도 채 남지 않은 상태였다.
한제의 본체는 천둥번개의 손바닥에 눌린 거대한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그의 뒤에 나타난 도고의 허상도 마찬가지였다.
콰르릉! 퍼펑!
요란한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지며 사방의 바닷물을 거칠게 밀어냈고 해수면 위로 폭풍과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주먹이 천둥번개로 이루어진 팔과 융합해 거대한 얼굴과 충돌한 순간, 한제는 남은 왼손으로 오행 진신을 덥석 잡고 힘을 불어넣었다.
본체의 힘이 오행 진신을 통해 전달되자 천둥번개 진신은 우렁차게 포효하며 선극검의 조각을 산해수의 봉인으로부터 완전히 뽑아냈다.
꽝!
그 순간, 한 줄기 강력한 힘이 마치 불바다처럼 한제의 두 진신을 덮쳐들었다. 두 진신은 나가떨어지다가 한제의 본체에 융합됐다.
한제 역시 뒤로 다급하게 물러났으나, 그 강력한 힘은 조금도 흩어지지 않은 채 그를 덮쳤다.
“크윽!”
한제는 온몸을 바르르 떨며 피를 토했다. 강한 육신과 천존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는 그가 부상을 입었다는 것만으로도 산해수 봉인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한데 아직 끝이 아니었다. 때를 같이해 얼굴을 짓누르고 있던 천둥번개의 손바닥이 무너져 내리면서 사방으로 전광이 퍼져 나갔다.
손바닥에 깃든 살육의 천둥번개는 많지 않았다. 때문에 한제의 진신이 살육의 천둥번개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 그대로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한제가 무의식중에 이 세상으로부터 얻어 생성한 살육의 천둥번개에는 그조차 두렵게 할 정도로 강력한 힘이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손바닥은 무너져 내렸지만 그 안에 들어 있던 살육의 천둥번개는 흩어지기만 했을 뿐 조금의 손상도 입지 않은 채 한제의 체내로 흘러들었다.
손바닥이 사라지자 거대한 얼굴은 분노로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곧장 한제를 추격하기 시작해 엄청난 속도로 1백 척 앞에 이르렀다. 한제로서는 최대한의 속도를 내도 따돌릴 수가 없었다.
만약 이 광경을 멀리서 본다면 직선으로 도망치는 한제를 마치 뱀처럼 쭉 늘어난 목 위에 붙은 얼굴이 뒤쫓는 것처럼 보일 터였다. 이 흐릿한 목은 1천 척에 이른 상태임에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찾았다, 선강 대륙에 속하지 않은 영혼! 봉인!”
또다시 노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강력한 의지를 품은 듯, 모종의 사명을 띤 듯한 목소리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함이 있었다.
한제의 두 눈은 붉게 충혈된 상태였다. 천존의 전력을 가지게 된 후로 이런 위기를 겪는 것은 처음이었다. 허나 그는 귀한 것일수록 위험 속에서 구해지는 법임을 알고 있었기에 이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다.
포효하던 얼굴이 막 그를 집어삼키려는 순간, 한제는 들어 올린 오른손으로 주먹을 쥔 뒤 아흔일곱 개의 잔상을 그려냈다. 모든 잔상은 결인을 그리더니 하늘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신진, 병수열위!”
“요술, 봉화성산!”
“마도 생사역동!”
“신, 요, 마, 도고무선!”
잔상들은 입을 모아 외치며 주먹을 휘두른 후 한제의 본체와 융합됐다. 이들의 주먹은 회색 파문이 되어 거대한 얼굴을 향해 퍼져 나갔다.
이는 한제가 발휘할 수 있는 최강의 위력이었다. 혼개의 힘을 빌려 조금의 힘도 아끼지 않은 채 쏟아부은 최강의 일격! 50여 년간 천존들과 맞붙는 동안에도 쓴 적이 없는 마지막 한 수!
콰쾅! 쩌적!
회색 파문이 거대한 얼굴과 충돌하자 거친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자 거대한 얼굴은 한제의 30척 앞에서 빠른 속도로 석화되어갔고 심지어 산해수의 봉인과 연결된 목 부분 역시 급속도로 돌로 변해갔다.
허나 이 모든 것은 일시적일 뿐이었다. 이 거대한 얼굴과 긴 목은 완전히 돌로 변하기 전에 원상태로 돌아갈 조짐을 보였다.
‘도고무선으로도 완전히 파괴할 수는 없단 말인가 머지않아 원래대로 돌아올 기세로군!’
한제의 두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만약 당장 돌아서서 아까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나간다면 안전하게 도망칠 자신이 8할 정도는 있었다.
‘허나 이대로 떠나기는 싫다!’
한제는 두 눈을 서늘하게 번득였다. 안전하게 도망칠 자신이 8할이라는 말은 나머지 2할은 뜻밖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게다가 해자 천존도 곧 움직임을 회복할 테니 양쪽에서 공격당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대로는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고작 이 정도로 물러날 수는 없지!”
눈을 번득인 그는 몸을 훌쩍 날려 거대한 얼굴 앞에 이르렀다. 돌로 변했던 거대한 얼굴은 조금씩 원상태로 돌아오면서 당장이라도 한제를 집어삼키려는 듯 마구 고개를 비틀었다.
하지만 그 얼굴과 봉인을 연결한 목은 아직 대부분 돌로 변해 있었기에 마음껏 고개를 비틀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듯했다.
“도망치지 않겠다! 하앗!”
낮게 기합을 내지른 한제는 거대한 얼굴이 자신을 향한 순간 오른손을 번쩍 쳐들었다. 그리고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며 흉측한 음도를 소환했다. 손바닥을 가르며 튀어나온 음도의 길이는 무려 30척에 달했다.
음도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사방의 바닷물은 즉각 얼어붙는 듯했다.
혼개의 힘을 빌린 한제는 아흔일곱 개의 잔상을 다시 소환했다. 각각의 잔상은 잔뜩 일그러진 얼굴 위로 붉게 충혈된 두 눈을 번득이며 음도를 소환했다.
“죽어라!”
한제가 음도를 휘두르자 아흔일곱 개의 잔상은 아흔일곱 개의 칼이 되어 그의 본체로 녹아들었다. 총 아흔여덟 개의 칼은 하나로 이어져 부채꼴 검광을 형성해 거대한 얼굴과 봉인을 연결한 긴 목을 매섭게 내리쳤다.
콰쾅!
요란한 소리가 산해를 뒤흔들었고 길게 늘어진 목은 음도의 위력에 무너져 내릴 조짐을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나머지 검광도 연달아 그 위로 내리 떨어지면서 긴 목은 잘려나갔다.
콰르릉!
해저 깊은 곳에서 시작된 진동이 곧 산해 전체를 뒤흔들면서 소용돌이가 용솟음쳐 바닷물을 마구 휘저었다.
이 무렵, 해수면 위에서는 해룡이 몸을 비틀며 그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로 문어를 도발하고 있었다. 문어의 두 눈은 분노와 광기로 번득였다.
그때, 해저에서 시작된 진동이 해수면까지 치고 올라왔다. 그리고 그 순간 해룡은 흠칫 놀라더니 곧장 해저로 파고들었다.
녀석이 자리를 뜸과 동시에 문어 위에 서 있던 해저 천존이 몸을 바르르 떨더니 두 눈을 서늘하게 번득였다.
“이한제!”
드디어 해저 천존이 움직임을 회복한 것이다.
부러진 손바닥
목을 베인 거대한 얼굴은 우렁찬 고함을 내지르며 뒤를 돌아보았지만 이내 층층이 무너지고 와해되어 바닷물에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편, 음도가 뚫고 나온 한제의 손바닥에서는 피가 흘렀다. 한제는 그 칼을 회수하며 거친 숨을 토해냈다.
방금 공격에 전력을 쏟아부은 한제는 매우 피로했다. 특히 음도를 소환했던 오른팔은 그 반작용으로 인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했다.
“나를 봉인하겠다고?”
그는 고개를 돌려 산해수를 겹겹이 감싼 봉인을 힐긋 바라보았다. 방금 전의 공격으로 인해 봉인에 생겨난 한 줄기 균열은 그 위에 천천히 일어난 파문에 휩쓸리며 천천히 아물었다.
눈을 번득인 한제는 체내의 부상을 살폈다. 혼개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1각 정도에 불과했다.
“이 정도면 충분해!”
숨을 가다듬은 한제는 위로 솟아올랐다. 빠르게 해저의 구멍 밖으로 나가 산해의 해수면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한제가 막 검은 구멍 밖으로 나오는데 위에서 다급하게 달려오던 해룡이 그를 보고는 반가운 듯 쉭쉭거렸다. 한제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해룡에 올라탔다. 그는 해자 천존을 옭아매고 있던 정신술의 효력이 이미 다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제가 빠르게 솟구치고 있을 때, 분노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한제!”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짙은 남색이었던 바닷물이 곧장 검게 변해버렸다. 먹물에 가까운 검은색으로 변한 바닷물 속에서는 이내 줄기줄기 거대한 촉수가 날카롭게 쏘아져왔고 수많은 소용돌이가 달려들었다.
“해자 천존, 지금의 너는 내 적수가 되지 못해. 너와 나 사이에 묵은 원한은 없다. 산해수의 영혼은 네 소유가 아니지 않은가! 계속해서 나를 공격한다면 나 역시 가만히 있지 않겠다!”
한제는 침착한 얼굴로 해룡을 통제해 검은 바닷물을 피하며 계속해서 위로 솟아올랐다.
“산해는 이 해자 예정의 영역이다. 어찌 네 맘대로 들어왔다가 네 맘대로 떠나려 하느냐! 산해진(山海陣)!”
예정은 그녀의 본명으로 그녀가 도를 얻어 천존이 된 곳이 해자였기에 그때부터 해자라는 별칭을 얻게 된 것이다.
이때 그녀의 외침에 해수면 근처의 바닷물은 말라붙은 먹물처럼 더욱 검게 변했고 단단하게 뭉쳐 산해의 절반 이상을 봉쇄했다. 동시에 산해 안에 해자 천존이 허상으로 나타났다. 그녀를 태운 문어는 포효하며 한제와 해룡을 향해 달려들었다.
해룡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던 문어는 다시 대량의 물결을 일으켰다. 그러자 해룡은 번득이는 눈으로 포효하며 마주 돌진했다. 두 마리 흉수가 맞붙은 것이다.
이에 바닷물 안에서는 우렁찬 소리와 함께 거센 파동이 몰아쳤다. 동시에 해자 천존이 한제를 죽일 듯 노려보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사실 그녀 또한 한제에게 원한은 없었다. 오히려 3년 전의 싸움에서 상대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