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54
553화.
“케일 헤니투스. 왜 그래?”
코튼은 케일의 상태를 당황한 얼굴로 바라봤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케일이 하얗게 질린 채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코튼이 부르는 것도 들리지 않는지 뚫어질 듯 검은 문 안을 들여다보고만 있었다.
“안에 뭐가 있길래, 그래?”
코튼은 살짝 케일의 어깨를 끌어당기며 그 안을 보려고 하였다.
그 행동 때문인지 케일의 시선이 코튼에게로 향했다.
‘뭐 이리 살벌한-’
코튼은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때려죽일 것만 같은 눈빛에 저도 모르게 멈칫 몸을 움츠러트렸다.
케일은 그런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야!”
그 힘이 꽤 센 바람에 코튼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가 이내 눈을 크게 떴다.
‘떨어?’
저를 잡아당기는 케일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제야 비로소 코튼은 케일의 눈동자에 담긴 것이 누군가를 때려죽일 것 같은 분노만이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어서 안을 봐.”
케일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담담했지만, 그 말투는 조급했다.
코튼은 그 재촉에 검은 문 안을 들여다보았다.
8각형의 단과 8개의 제단, 8개의 조각상이 보였다.
“부제사장. 너 저 조각상이 무엇인지 알아?”
케일은 검은 문 안을 들여다보는 코튼의 대답을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쿵. 쿵. 쿵.
심장이 점점 더 거세게 뛰었다.
‘도대체, 도대체 왜!’
왜 한국에서 보았던 괴물들이 여기에 조각상으로 존재한단 말인가!
케일은 머릿속이 복잡함을 넘어서서 혼돈으로 가득 찼다.
‘…6개.’
저 중 여섯 조각상, 아니, 여섯 괴물에 대한 기록은 케일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한국을 포함하여 지구 역사상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았던 괴물 1위부터 6위까지. 정확히 똑같은 형상으로 제단 위에 놓여 있었다.
‘내 기록은 절대로 틀리지 않는다.’
한국에 있을 당시 역대 등급 외 괴물들에 대한 기록은 영상으로 남아 전 세계에 공유되고 있었고, 케일은 회사 내에서 누구보다도 이들에 대한 정보를 많이 기억해두고 있는 이였다.
‘통째로 외웠으니까.’
이수혁 팀장, 최정수를 포함하여 팀원들이 죽은 후, 김록수는 괴물들에 대한 정보를 있는 대로 머릿속에 기록해두었다.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면 안 되니까.
이제는 자신이 팀장으로서 팀원들의 안전을 챙겨야 하니까.
그리고 새로이 만든 팀의 팀원들은 자신과 달리 다들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김록수는 누구보다도 괴물들에 대한 정보를 사그리 모았다.
해외 문헌과 논문, 영상. 모조리 닥치는 대로 구해 머릿속에 새겨두었다.
등급 외 괴물들의 생김새, 전투 패턴, 공격 성향 등등 그는 사소한 정보조차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잘 알고 있었다.
저것들이 얼마나 끔찍한지.
그리고 지구에서 얼마나 많은 생명체들의 목숨을 앗아갔는지.
‘빌어먹을!’
케일은 잘게 떠는 제 손을 내려다보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때, 코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르겠어. 처음 보는 존재야.”
코튼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그녀의 입이 열렸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아니야.”
케일은 덜덜 떨리는 제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손의 떨림이 잦아들었을 때, 그는 아까 전부터 머릿속을 채우던 가정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마계의 괴물일까?”
이 세상의 것이 아니면서 게르세이와 하얀 별이 준비할 만한 것.
그것은 마계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마계의 괴물들이 지구에 나타났단 소린가? 왜?’
케일은 머릿속이 복잡해져왔다.
그는 자신의 물음에 망설이다 답하는 코튼을 볼 수 있었다.
“모르겠어. 가능성은 있지만 확신할 순 없어.”
후우.
저도 모르게 케일은 깊이 숨을 내쉬었다.
그는 사람 한 명 정도는 어찌어찌 지나갈 만한 검은 문틈 안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부제사장. 네 말대로라면 하얀 별과 게르세이는 먹이를 제공했다고 했어. 괴물에게. 하지만 저 안에 살아있는 생명체는 지금 보이지 않아.”
“…맞아.”
코튼도 심장이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
‘마계의 괴물이라면?’
그녀는 끔찍한 가정에 속이 울렁거렸다.
코튼의 눈동자가 케일과 마주쳤다. 두 사람은 서로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아챘다.
그녀의 입이 먼저 열렸다.
“저 조각상이 그 괴물일 거야. 그리고 저 조각상 상태가 봉인일 거고. 하얀 별과 게르세이는 그 봉인을 풀 생각일 거야. 축제 마지막 날 의례 때.”
그 이후는 말하지 않아도 두 사람에게 끔찍한 상상을 안겨주었다.
물론 케일의 경우에는 더 끔찍한 상상으로 돌아왔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지구를 뒤덮었던 그 재앙들이 하나하나 영상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말이야.”
케일은 코튼의 목소리에 그녀를 바라봤다.
“조각상을 올려둔 제단의 높이가 다 조금씩 다른데, 그것도 이유가 있을까?”
“뭐?”
케일은 검은 문 안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달라!’
코튼의 말대로 제단의 높이가 다 달랐다.
“…야. 너 안색이 너무 안 좋은데?”
코튼은 더욱더 안색이 엉망이 되어가는 케일을 볼 수 있었다.
‘빌어먹을!’
하지만 케일은 코튼의 목소리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코튼의 말대로 조각상들이 놓여있는 제단의 높이가 다 달랐다. 그래서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괴물들에 정신이 팔려 이걸 놓쳤어.’
케일은 놓쳤던 부분을 자세히 살폈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가장 낮은 제단 위 조각상.
그 괴물은 등급 외 괴물 중 6위를 차지한 놈이었다.
그다음으로 낮은 제단 위 조각상은 5위였다.
그리고 지구 역사상 1위를 차지했던 그 괴물은 세 번째로 높은 제단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높이가 괴물의 강함을 표시하는 척도인가?”
그렇다면.
‘…1위보다 높은 제단이 두 개 더 있다.’
그 말은.
“…나머지 두 놈은 더 강하다는 건가?”
케일은 소름이 돋았다. 지구 역사상 가장 강했던 그 괴물은 말 그대로 재난 그 자체였다. 그런데 그것보다 위에 둘이 더 있다?
“케일 헤니투스. 어떻게 할 생각이지? 일단 진입해볼까?”
그는 저를 향해 말하는 코튼을 바라봤다.
코튼은 케일의 안색이 걱정되었지만 일단 중요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기에 입을 열었다.
“우린 저 봉인을, 어쨌든 이 시설을 파괴해야만 해. 시간이 없어. 우물쭈물할 틈이 없다고. 그건 너도 알잖아?”
“…그렇지. 그건 나도 아는-”
콰아아앙!
케일은 순간 귓가를 멍멍하게 만들 정도의 굉음에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파지지직, 파지직.
반투명한 금빛 벽에 기이한 회색 빛깔의 전류가 흐르며 흔들리고 있었다.
“에르하벤 님!”
케일의 눈동자에 입가에 피를 흘리는 에르하벤이 담겼다.
그는 저도 모르게 에르하벤에게로 향했다.
“오지 마!”
하지만 그는 곧 에르하벤의 외침에 걸음을 멈춰야 했다.
에르하벤은 금빛 벽 너머를 노려보았다.
반투명한 벽 너머에는 회색 기운을 머금은 부채를 벽에서 떼어내는 게르세이가 서 있었다.
“생각보다 잘 버티는구나.”
게르세이는 에르하벤을 보며 한쪽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우우우- 우우웅-
그런 그의 머리 위에는 회색빛 기운이 뭉쳐져 거대한 구를 이루고 있었다.
힐끗.
에르하벤의 시선이 그 회색 구로 향했다.
‘…큰일이야.’
조금 전 게르세이는 부채에 저 회색 구의 기운을 삼분의 일 정도 담아 금빛 벽을 공격했다.
어떻게 막아내긴 했으나, 에르하벤은 앞으로가 걱정이었다.
‘저 힘을 모조리 다 쏟아부으면 못 버틴다.’
벽이 무너질 것이다.
에르하벤은 그 사실을 충분히 실감하고 있었기에 입을 열었다.
“다들 멍청하게 뭐 하고 있는 건가!”
그의 목소리가 일행들에게 내리쳐졌다.
-케일. 안 들어가고 뭐 하는 거냐? 얼른 부숴야 텔레포트를 해서 도망이라도 칠 것 아니냐!
그는 최악을 대비해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케일은 그 말에 다시 검은 문으로 향했다. 에르하벤이 저렇게까지 해주는데, 케일은 적어도 그에 걸맞은 결과를 보여주어야 했다.
“서둘러.”
케일은 검은 문 틈새로 다리를 집어넣었다. 그의 발이 공동 바닥에 닿았다.
싸아아-
순간 불길한 한기가 그를 덮쳤지만, 케일은 들어가야만 했다.
‘알아야 돼.’
이게 무슨 일인지 알아야 했다.
케일은 나머지 몸마저 집어넣기 전, 품 안의 금빛 팽이채를 집었다가 놓았다.
‘연락해놓을게!’
‘혼돈, 파괴, 평화. 걱정 마라.’
몰래 따라왔던 정령들의 존재를 확인한 케일은 버드에게 눈짓했다.
“저도 돕죠.”
버드는 에르하벤의 옆으로 가서 오러 검을 벽 너머 게르세이를 향해 겨눴다.
그 순간 케일은 등 뒤로 게르세이의 외침이 들려왔다.
“부수면 봉인이 풀릴 것이다!”
케일과 코튼이 나눴던 대화를 듣고 있었던 에르하벤의 입이 열렸다.
“닥쳐라! 애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마계의 괴물을 소환하려는 수작 같은데 그 소환 장소를 부수면 소환은 불가할 터! 어디서 거짓을 말하려는 것이냐!”
피식. 게르세이는 에르하벤을 비웃으며 부채를 다시 한껏 펼쳤다.
촤르르륵-
“소환은 무슨. 저 조각상은 괴물들을 봉인해둔 감옥이다. 감옥을 부수는 순간.”
회색빛 구가 그 펼쳐진 부채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 세상엔 지옥이 시작될 것이다.”
회색빛 구의 절반 이상을 머금은 부채가 금빛 벽을 가리켰다.
게르세이는 담담하게 말했다.
“쯧. 아직 때가 멀었거늘. 파국만이 남겠구나.”
진짜구나.
에르하벤은 그 모습에 그의 말이 진실임을 깨달았다.
‘봉인을 부수면 하얀 별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손해다!’
어찌해야 하지?
그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순간.
“그럼, 안 부수면?”
케일의 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게르세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 부수기만 하면 괜찮나 봐?”
게르세이는 입을 꾹 다물었다.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의 몸은 이미 절반 이상 들어가 있었다.
이내 그는 완전히 검은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뒤돌아 검은 문 틈새 너머 게르세이를 보며 말했다.
“안 부수고 훔치면?”
“…뭐?”
순간 게르세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케일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씨익,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괴물을 가두는 감옥이면 감옥 그대로 들고 튀면 될 거 아냐?”
“저, 저 미친놈이-!”
우우우웅-
부채에서 거대한 진동이 일어났다.
-케일! 도발은 그쯤 하면 되었다! 훔치든 뭘 하든 얼른 서둘러라!
“무리 안 하시면-”
-그래, 그래! 무리 안 하고 살아서 나갈 테니! 좀 서둘러! 여차하면 다 내버려 두고 함께 도망치면 될 거 아니냐!
“그러시다면야.”
에르하벤의 다급한 목소리에 케일은 느긋하게 답하고는 빠르게 8각형 단으로 향했다.
그는 느긋하게 답하던 때와는 표정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쿵. 쿵. 쿵.
심장이 뛰었다.
왜 지구에 갑자기 괴물이 나타났을까?
그리고 왜 여기에 이 괴물이 있으며, 그것이 마계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진실이 코앞에 있는 것 같았다.
“읏차!”
케일은 제 뒤를 따라 검은 문 틈새를 넘어오는 코튼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뒤돌아볼 틈이 없었다.
서둘러야 했다.
타닥.
케일은 단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빠르게 조각상의 모습을 자신의 기록과 대조하기 시작했다.
또한 주변을 살폈다.
“…아무것도 없어.”
조각상을 제외하면 무엇도 없는 공간이었다.
8개의 조각상은 8각형 단 위에 원을 그리고 있었는데, 그 중심은 텅 비었지만 어떠한 마법진도 보이지 않았다.
흔적도 없었다.
…먹이를 어떻게 제공했던 것이지?
“아!”
그 순간 번개같이 케일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그는 뒤돌아보았다.
코튼.
그리고 검은 문 너머, 금빛 벽 너머 부채를 휘둘 것처럼 굴지만 아직 휘두르지 않고 저를 노려보는 게르세이를 보았다.
“뭔가 찾았어? 이거 진짜 부수면 안 되려나?”
코튼은 단 위로 올라서며 케일에게로 다가갔다.
그 순간, 그녀는 뒤로 밀렸다.
바람의 힘이었다.
그때였다.
촤라락, 게르세이의 부채가 회색빛을 뿜어내었다.
“어둠에서 자라난 생명들이여, 먹이를 사냥하여라!”
우우우웅-
아무것도 없는 단의 중앙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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