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40
40. 임무 유형, 수비(5)
기병대의 수는 약 500명. 합류한다고 해도 아군은 천 명을
넘지 못한다. 여전히 숫자는 부족했 다.
그러나 병사의 질이 다르다.
중장 갑주와 두꺼운 창. 마갑을 입
은 튼튼한 말. 기병대의 눈에는 전
의가 가득했다. 허름한 갑옷을 걸친 채 두려움에 떨고 있던 도시의 수비 병과는 천지 차이였다.
강의 거센 격류에 몇 명이 휩쓸리 긴 했지만,대부분의 병력이 도하를 완료했다.
대장으로 보이는 듯한 남자가 말 을 다독이더니 강 근처를 둘러봤다.
“웬 괴물 시체가……
대장은 나무 그늘 아래에 있던 나 와 눈이 마주쳤으나 못 본 듯 시선 을 돌렸다. 이어서 칼을 뽑고는 격 전이 벌어지는 도중인 도시의 북쪽 을 가리켰다.
“진열을 갖추고 돌격, 적을 한 번 에 소탕한다!”
푸르룽.
말이 콧김을 내뿜는다. 수백 명의 기병대가 비를 맞으며 일렬로 선 광 경은 나름 장관이었다. 제나가 휘파 람을 불었다.
“휘유, 멋지네요. 우리 역할은 여 기서 끝난 거 같은데. 이제 누워서 구경하면 되나요?”
“그랬으면 나도 좋겠는데.”
일단 가장 큰 문제는 해결했다.
그러나 고작 이 정도 난이도로 3 중 경고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강가 근처에서 배회하고 있는 말들을 바라보았다. 말 주인들은 도 하 과정에서 격류에 휩쓸렸다.
“말은 탈 줄 아냐?”
“말이요? 그럼요.”
“너희는?”
아론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고,이 올카는 대답하기도 힘든지 마력 물 약만 삼켰다.
“오빠는 알아요?”
“모르지.”
“저 혼자 탈 줄 알면 소용이 없을 거 같은데요.”
“일단 한 마리 끌고 와봐.”
기병대는 돌격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제나가 주인 잃은 말의 안장에 올 라타더니 고삐를 쥐었다. 말은 갑작 스런 탑승에 당황한 듯 움찔했지만 제나가 목덜미를 부드럽게 쓰다듬 자 이내 진정했다. 잠시 후 제나를 태운 말이 이쪽으로 터벅터벅 걸어 팠다.
“이 정도면 됐나요?”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암케나는 지금까지의 과정을 모두 지켜봤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마스터는 전투에 직접
개입할 수 없지만, 영향을 끼칠 수 는 있다. 튜토리얼에서 내가 마셨던 공포방지 포션이 그 예였다. 그렇다 면.
‘스킬북 요청. 하급 기마술.’
[‘한 (★)’이 ‘스킬북(기마술)’을 요청합니다. 구매 즉시 영웅은 스킬 을 습득합니다. 구매에는 500젬이 소모됩 니 다. 구매 하시 겠습니 까?] [Yes(선택) / No]허공에서 파란빛이 일더니 낡은 책이 떨어졌다.
나는 그것을 집어서 펼쳤다. 책장 이 파르르 넘어가며 머릿속에 말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스며들었다.
[띠링!] [스킬 각성!] [‘한(★)’이 ‘기마술’을 습득했습 니다!]“바,방금 뭐였어요?”
“마법의 책.”
기마술.
픽 미 업의 전투 상점에서 제공하 는 스킬북 중 하나다.
전투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스킬은 습득할 수 없으나 진행에 보조적인 기술은 이런 식으로도 습득이 가능 했다.
나는 주인 없는 말에 올라타 고삐 를 쥐었다. 올라타는 법부터 고삐 쥐는 방식,방향 전환과 전진, 정지, 가속 등 기마술에 관한 노하우가 숨 쉬듯 스며 나왔다.
내가 탄 말이 제나 옆에 합류했다.
“탈 줄 모르신다면서.”
“이젠 알지.”
나는 피식 웃고는 말을 이었다.
“이놈들을 따라가면서 변수를 차
단한다.”
”변수라고 하신다면.”
“이대로 끝일 것 같냐? 아론,넌 제나 뒤에 올라타. 이올카는 내 뒤 다. 안장이 없으니 불편할 거야. 등 을 꼭 잡아.”
아론이 제나의 도움을 받아 말에 탑승했다.
이어서 이올카가 창백한 안색으로 내게 다가왔다. 물약으로 마력은 수 급했지만, 정신적인 피로는 어쩔 수 없는 듯했다. 나는 반쯤 업듯이 이 올카를 말등에 올렸다. 전방에서는 기병대의 돌격 준비가 끝을 맺고 있
었다.
“돌격 준비! 준비하라!”
“우! 우! 우! 우!”
대장의 구호에 따라 병사가 무기 를 들어 올리며 함성을 질렀다. 북 쪽 평원에서도 상황을 알아첸 고블 린들이 기병대 쪽으로 창을 세웠다.
우리는 전열 옆으로 몇 미터 이탈 한 채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돌진에 합류하지 마. 개죽음당할 수도 있으니까. 숲 쪽으로 빠지면서 상황을 봐라.”
“아론 오빠,안 떨어지게 꽉 잡아
요.
“아, 알았소.”
기병대장은 철검을 머리 위로 한 바퀴 돌리더니 고블린에게 겨누었 다.
“전원 돌격! 놈들에게 철사자의 뜨거운 맛을 보여라!”
대장의 백마가 평원을 내달렸다.
붉은 깃발을 휘날리던 기수가 뒤 를 이었다. 다시 그 뒤로 수백 명의 병사와 수백 마리의 말이 질주를 개 시했다. 병사의 함성과 비가 스민 땅을 찰박거리는 말발굽 소리가 귀 를 뒤흔들었다.
“가자.”
나는 고삐를 쥔 채 말허리에 박차 를 가했다.
말이 콧김을 토해내더니 전진을 시작했다. 좀 더 빠르게. 박차를 가 할수록 달리는 말의 발걸음이 격해 졌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말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인 상황. 그 러나 놀랄 필요도 기뻐할 필요도 없 다.
나는 뒤를 따라오는 제나에게 말 했다.
“옆으로 빠져! 화살의 범위에서
벗어나라!”
핑! 피피피피핑!
고블린 측에서 수십,수백의 볼트 가 일제히 날아왔다.
볼트의 대다수는 허공을 스치거나 땅에 박혔다. 그리고 볼트의 일부는 목표를 이뤘다.
“으아아악!”
재수 없게 얻어걸린 병사가 말에 서 떨어졌다.
병사는 후열에서 따라오는 말발굽 에 의해 다진 고기가 되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굽혔다.
눈먼 볼트 하나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허리를 잡은 이올카가 작 게 비명을 질렀다.
“벗어나!”
오른쪽의 고삐를 당기자 말머리가 틀어 졌다.
기병대의 목표는 북쪽 성문에 자 리 잡은 고블린 본대. 대열의 오른 쪽으로 빠져서 숲으로 향했다. 제나 가 뒤이어 따라왔다.
얼마 뒤 기병대의 선두와 고블린 이 격돌했다.
창에 꿰뚫리고 말발굽에 짓밟힌 수백 마리의 고블린이 일시에 피곤 죽으로 변했다.
애초에 체구가 인간보다 작은 놈 들이다. 수백 킬로에 이르는 인마의 파괴력을 버텨낼 리 없다. 횡대로 펼쳐진 기병대는 고블린 본대를 청 소기처럼 휩쓸었다.
바람과 함께 얼굴을 때리던 빗방 울이 점차 가늘어졌다.
나는 숲과 평원의 경계에서 말을 달리며 숲속을 주시 했다. 나무 사이 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낮게 울렸 다.
[고블린 라이더 Lv.??? X 211]‘역시 있다.’
놈들은 숲에 매복한 채 기병대를 기습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병대의 기세가 죽은 순간 나와 서 옆을 칠 것이다. 늑대로는 군마 와 맞상대하기엔 돌파력이 부족할 테니까. 기병대의 파죽지세를 억누 를 대책 또한 마련되어 있었다.
[오우거 Lv.??? X 23]”크아아아!”
숲으로부터 오우거들이 뛰쳐나왔 다.
오우거들은 한 번의 돌파를 끝마 친 다음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기병 대에게 달려들었다. 저 멀리 기병대 장이 다시 칼을 뽑아 들었다. 두 번 째 격돌이 이어졌다. 철 소리와 비 명이 높게 울려 퍼졌다.
나는 등 뒤의 이올카에게 말했다.
“이올카,여유는?”
“어떻게든요.”
“너도 봤겠지. 저놈들까지 전장에 합류하면 골치 아파져.”
약해지던 비가 완전히 멎었다.
오른손 검지를 들어 올려 풍향을 겠다.
북풍이었다. 나는 말했다.
“이제부터 숲을 가로지르며 달릴 거다. 넌 불을 질러.”
“할 수는 있겠지만,화력이 약할 거예요.”
“놈들이 못 나오게만 해. 아니,대 열을 못 이루게만 하면 돼.”
고블린 라이더가 오와 열을 맞춰 동시에 기병대의 옆을 치면 큰 피해 가 날 것이다.
다 죽일 필요는 없다. 그것만 막으 면 된다. 이올카는 고개를 끄덕였 다.
”제나,넌 아론과 말에서 내려. 화
염이 퍼지면 한두 마리씩 놈들을 죽 여라.”
말에서 내린 두 명이 활과 창을 들 었다.
마상 무기술이 가능하다면 좋겠지 만 스킬이 없는 이상은 힘들다.
“간다.”
이올카가 눈을 감고 주문을 읊었 다.
나는 북쪽 성문을 바라보았다. 기병대와 오우거가 한데 어울려
싸우고 있었다. 기존에 있던 고블린 들은 반수 이상이 시체가 되거나 전 투 불능이 되어 있었다. 몇몇 고블
린이 사다리를 타고 외성 진입을 시 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내성까지 갈 필요도 없었나.’
나는 발뒤꿈치로 말의 허리를 걷 어 찼다.
말이 질주를 시작했다. 숲의 가장 왼쪽에 있던 고블린과 시선이 마주 친다. 놈은 늑대를 어루만지며 눈을 빛냈다. 나는 중지를 들어 보였다.
【발화하라!】
푸화화확!
말의 뒤편으로부터 화염이 쏟아져
나왔다. 가지와 나뭇잎에 불이 붙더 니 격렬히 타올랐다. 비는 그쳤다. 북쪽으로 부는 바람에 불이 주위의 나무로 옮겨붙기 시작했다.
말이 달리는 궤적을 따라 불길이 흩뿌려진다.
순식간에 화염이 퍼졌다.
,,키 아아!”
그제야 고블린 라이더들이 숲에서 뛰쳐나왔다.
대부분이 오우거와 맞상대하는 기 병대에게 달려갔으나 일부는 나를 따라오기도 했다.
맞상대할 가치는 없다. 말머리를
돌리고 속도를 높여 따돌렸다. 그 와중에도 일직선으로 달리며 숲을 불태웠다.
화력이 약했기에 불타 죽는 놈은 거의 없었지만,바라지도 않았다.
목적은 고블린 라이더가 대열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것. 놈들이 가 진 불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 이다.
기병이란 병과는 뭉치면 거대한 창이지만 흩어지면 작은 바늘일 뿐 이다.
철사자 기병대는 훈련이 잘됐는지 오우거와의 교전에서도 돌진력을
잃지 않았다. 거기에 고블린 라이더 가 틀어박혀 산화했다. 제나와 아론 은 숲 구석에서 불을 등진 채 몇몇 놈들을 상대했다.
마침내 숲 일주가 끝났다.
말에서 날듯이 내린 나는 검으로
뒤를 찔렀다. 검날은 내게 달려들던 늑대를 턱 아래부터 꿰뚫고 뇌까지 들어가 그 위에 올라탄 고블린의 심 장까지 닿았다. 나를 마지막까지 쫓 아오던 놈들이었다.
검을 뽑았다.
늑대와 고블린은 비명도 못 지르 고 죽었다.
“히 히히 힝!”
말이 울부짖더니 등을 흔들었다.
그 위에 있던 이올카가 위태롭게 흔들거렸다. 떨어지려던 것을 가까 스로 받았다.
이올카를 떨어뜨린 말은 뒤도 안 돌아보고 어디론가 도망쳐 버렸다.
“괜찮냐?”
“예……
“고생했다.”
너무 혹사했군.
안색이 아예 새파랗다. 여기서 더 마법을 쓴다면 마력 폭주에 빠질 것 이다.
마법사가 마력을 과하게 사용할 시 빠지는 위험 상태였다.
나는 이올카를 부축한 채 평원으 로 천천히 걸었다.
평원의 전투는 마무리 단계에 접 어들었다. 고블린은 이미 다 쓸려나 갔고 몇 마리 안 남은 오우거만이 쇠망치를 붕붕 휘두르며 포효했다. 그러나 그 포효도 곧 멎을 것이다.
물론 아군 측의 피해도 막심했다.
‘병사 생존자는 약 100명.’
도시 수비대는 기병이 합류하기 전에 이미 많이 희생됐다.
기병대는 오우거를 상대하면서 반
절이,그리고 라이더가 합류하면서 대다수가 죽었다. 불을 지르지 않았 다면 전멸했을 것이다.
뒤의 숲은 아직도 불타오르고 있 었다.
이대로 가다간 통째로 태워 먹을 거 같지만,상관없다. 오히려 그게 좋겠지. 어차피 고블린 대량 서식지 다. 깡그리 불타버리면 고블린들도 같이 청소될 것이다.
저 멀리 있던 제나와 아론이 합류 했다.
두 명 다 행색은 엉망이다. 가죽 갑옷은 비와 핏물,그을음으로 얼룩
져 있다.
제나가 까맣게 그을린 코를 숙 닦 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오우거 한 마리 가 발악하고 있었다.
몸에는 수십 대의 화살이 꽂혀 있 다. 쇠망치를 휘두르는 손이 점차 느려졌다.
평원은 각종 시체가 쌓여 참상을 이루고 있었다.
시체의 종류만 해도 인간,고블린, 말,늑대,오우거, 이렇게 다섯 가지 나 된다. 누가 어떤 종족인지는 알 아볼 수 없다. 팔다리가 하나씩 없
는 데다가 피와 빗물,그리고 진흙 으로 뒤덮였다. 아론이 인상을 찌푸 렸다.
마침내 최후의 오우거가 땅에 몸 을 눕혔다.
백마에 타고 있던 기병대장이 투 구를 벗었다. 도시 북쪽의 성문이 열리더니 수비대장으로 보이는 듯 한 남자가 나타났다. 두 명은 성문 앞에서 얘기를 나누었다. 거리가 멀 어 내용은 모른다. 관심도 없고.
외성 구석에서 에디스가 손을 흔 들었다.
다들 무사해 보인다. 사상자는 없
는 것 같았다.
여신의 품으로 돌아갔다는 메시지 도 안 떴으니.
“아무도 안 죽었군요.”
“우리도 5층과는 다르다 이거죠!
그런데 왜 안 돌아가요? 임무 끝난 거 아니에요?”
“저 불을 꺼야 하는 거 아니오?” “에이. 저걸 어떻게 꺼요.”
두 명은 시시덕거리며 나를 따라
왔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데.’
이미 모든 몬스터를 처리했다. 평원에 남은 것은 나와 인간 잔당
들뿐이다.
그러나 스테이지 클리어 메시지가 뜨지 않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봤다.
시체,시체,그리고 시체. 성벽을
낀 도시와 망가진 사다리차. 어디에도 할 만한 일은 보이지 않
는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다.
[복구중…….] [서버에 오류가 생겨 접속이 끊겼 습니다. 잠시 기다려주세요.]“..?!’,
내 옆에서 제나와 아론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나는 질린다는 듯이 웃었고 아 론이 맞장구쳤다.
아니.
두 명은 대화를 나누던 자세 그대 로 멈춰 있었다.
나는 다시 주변을 둘러봤다.
아론과 제나.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얘기하는
장교들.
성벽 위에서 나를 바라보는 에디 스
부상자를 나르는 병사.
모든 것이 멈춰 있었다.
나만이 움직이고 있었다.
F뒤를 봐」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불타오르는 숲. 연기와 화염 속에
서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형
태를 인식할 수 없었다. 그러나 거 기 있다는 것만은 분명 알 수 있었 다. 놈의 머리 위로 메시지가 떠올
랐다.
[SS凝SH黑©ᄐ※ Lv.999]“너,이 새끼…”
그 옆에는 새까만 로브를 뒤집어 쓴 괴인이 있었다.
[검은 사제 Lv.15]괴인은 이쪽을 흘낏 돌아보더니 불타는 숲의 안쪽으로 사라졌다.
「너를 d
불쾌한 음성이 머릿속에서 울렸
다.
‘기다리겠다’
[복구 완료!] [서버에 재접속합니다. 이용에 불 편을 드려 죄송합니다.]하늘이 밝아졌다.
다시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한다. 나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
다.
“오빠?”
놈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검은 사제.
저층에서 한 번도 출현이 보고되 지 않은 몬스터다.
특징은.
특징은…….
“형님,무슨 일 있으십니까?” 주위를 둘러봤다.
평원은 갖가지 시체로 가득했다. 성벽 위에도. 성벽 밑에도. 성문
입구에도. 성문 안쪽에도.
나는 말했다.
“너희.”
“네?”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세 명의 시선이 집중됐다.
“곧장 도시로 달려. 우리가 처음
나왔던 그 장소다. 옆에서 무슨 일 이 벌어지든 무시해. 할 일만 해. 알 았나?”
“무슨 말이에요?”
“아직 안 끝났어.”
나는 성문 입구를 바라보았다. 마주 선 채 대화를 나누던 기병대
장과 수비대장은 피떡이 돼 있었다. 육편이 달라붙은 쇠망치를 질질
끌면서 놈이 입을 열었다.
“우어어 어.”
그 입에서 나오는 것은 귀를 뒤흔 드는 포효가 아니다.
가슴 밑바닥에서 흘러나오는 신음 에 가까웠다.
사망자를 들것으로 나르던 병사의 가슴에 구멍이 뚫렸다.
방금 전까지 죽어있던 그것은 흐 느적거리면서 기어 나왔다.
“이, 이건 무슨…”
아무 힌트도 없었다.
오로지 공략자를 엿 먹이기 위해
만들어진 완전한 랜덤 패턴.
아니, 있었다면…….
잊을 리 없다.
나를 이 지옥으로 불러온 장본인 의 목소리를.
곳곳에서 시체였던 것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시체 Lv.??? X 2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