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188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188화
188. 11라운드 종료
“우, 우리나라가 1위라고?”
조용호는 결과창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눈을 씻고 봤지만 틀림없었다.
3,400만으로 한국이 1위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개인별 결과창이었다.
“거, 검은 낫님이 1위야!”
“혼자서 2천만 포인트를 모았다고? 저게 가능해?”
“뭐냐, 이거? 버그 아니야?”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알 수 없는 것투성이였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우리나라가 1등 할 수 있는 건 검은 낫님 덕분이다.”
부정할 수 없는 조용호의 말에 용병들이 끄덕거렸다.
원래라면 1,300만으로 90위권에 머물러야 했을 한국을 혼자서 2천만 포인트로 단숨에 1위로 끌어올렸다.
1위 한다고 이렇다 할 보상은 없겠지만 나라의 위상을 세운 것만은 분명했다.
“미쳤네. 혼자서 2천만이라니.”
“검은 낫이 한국 플레이어였지?”
“정말 어메이징한 플레이어야.”
“한국이란 나라에 찾아가 보고 싶을 정도야.”
지켜보던 타국 플레이어들도 검은 낫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천사조차 놀랄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와아……. 어떻게 혼자서 2천만 포인트를 모았지? 이런 경우는 처음 봐요. 설마 마지막 도박에서 200배를 따낸 건가요? 검은 낫?]천사의 질문에 류민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크흐, 1.5% 확률에 전 재산을 거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이런 게 승부사의 자질이라는 건가요? 대단한 인간이군요.]천사조차 감탄을 흘리게 만드는 검은 낫이었다.
누구는 부들거리면서 검은 낫에게 분노의 눈빛을 보냈지만.
[그럼 약속대로 통합 구역의 대표는 1위인 검은 낫이 맡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참고로 나머지 대표들의 권한은 회수됩니다!] [플레이어 ‘검은 낫’이 CA-EA001의 새로운 구역 대표가 되었습니다.]떠오른 메시지창에 류민이 슬쩍 미소를 머금었다.
‘드디어 유일한 구역 대표가 되었군.’
그동안은 구역이 많은 만큼 통합도 자주 되고 대표도 자주 바뀌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구역이 하나로 통합된 만큼 유일한 구역 대표였고 유일하게 지배권을 쓸 수 있었다.
‘이제 마음만 먹으면 플레이어들을 내 마음대로 통솔할 수 있다. 뭐, 마지막을 위해 되도록 아껴둘 생각이지만.’
기회가 한정된 만큼 지배권은 가능한 아끼는 것이 좋다.
[그럼 결과도 나왔으니 포인트가 낮은 95위 아래의 팀들을 모두 소멸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아, 안 돼요! 천사님!”
“그러지 마세…….”
천사가 신호를 보내자 소멸이 진행됐다.
비명을 지르며 절반의 팀이 잿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이제 남은 인원은 정확히 40,021명이네요. 생각보다 많이 남았죠?]‘많이 남긴 개뿔이…….’
처음에 비해 30%밖에 남지 않았는데 저런 말을 한다는 건 필시 놀리는 것이리라.
[살아남으신 95개의 팀,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개인 성적 1, 2, 3위에게는 보상을 지급하겠습니다.]천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축하합니다! 해당 구역의 1등으로 퀘스트를 달성하였습니다!] [현재 ‘검은 낫’ 님의 순위는 해당 구역 1위입니다.] [해당 구역 랭킹 1등 보상으로 ‘재료 꾸러미’가 지급됩니다!] [해당 구역 랭킹 1등 보상으로 ‘룬 꾸러미’가 지급됩니다!] [해당 구역 랭킹 1등 보상으로 ‘특별 보상 선택 상자’가 지급됩니다!]이번 라운드부터 보상이 후하다고 하더니 과연 세 가지 아이템이 들어왔다.
류민이 웃으며 룬 꾸러미부터 사용했다.
-효과 : 반지 아이템을 하나 더 착용할 수 있다.
‘호오. 괜찮은 게 나왔네?’
원래 반지는 1개만 착용할 수 있다.
그러나 확장의 룬 덕분에 2개도 낄 수 있게 됐다.
‘아이템의 비중이 큰 만큼 하나를 더 착용한다는 건 엄청난 메리트지.’
꽤 좋은 룬이 들어온 것에 만족한 류민은 이 기세를 몰아 재료 꾸러미도 사용했다.
[재료 꾸러미를 사용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흑철가루가 나왔습니다!] [축하합니다! 부글거리는 마력 용액이 나왔습니다!] [축하합니다! 윤기 나는 말꼬리가 나왔습니다!] [축하합니다! 신소재 가죽이 나왔습니다!] [축하합니다! 도안 : 갓 등급 장갑이 나왔습니다!]그러자 무려 갓 등급 재료들이 류민의 인벤토리로 속속들이 들어왔다.
대놓고 갓 등급을 만들라고 도안까지 주어졌다.
‘도안은 나한테 필요 없지. 조합식을 다 외우고 있으니까.’
나중에 마켓에 도안만 올려서 팔아도 엄청난 이득을 챙길 수 있으리라.
무려 갓 등급 아이템 제작 도안이었으니까.
‘가장 구하기 어려운 재료인 응축된 에테르만 빼고 들어왔군.’
아무렴 상관없다.
류민에겐 대천사 레미엘을 죽이고서 나온 응축된 에테르가 있었으니까.
‘이걸로 세 번째 갓 등급을 만들 수 있겠어.’
만드는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다.
아닌 게 아니라 대천사를 죽여서 응축된 에테르가 나올 줄은 몰랐으니까.
‘일단 갓 등급 장갑은 귀환 후에 만들기로 하고…….’
류민은 마지막 남은 특별 보상 선택 상자를 사용했다.
[다음 특별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원하는 보상을 터치해 주세요.]└ 1. 경험치 2배 증가 버프 (12라운드 한정)
└ 2. 스탯 50% 증가 버프 (12라운드 한정)
└ 3. 12라운드에 대한 정보
목록을 본 류민은 고민할 것 없이 2번을 골랐다.
‘앞으로는 경험치보다는 스탯 증가가 더 중요하다. 레벨은 나중에 올려도 돼.’
자신을 범인으로 의심하는 천사들이 언제까지고 가만히 있진 않을 거다.
혹시 모를 습격에 미리 대비하려면 스탯을 올려두는 편이 더 나을 거다.
[보상은 다들 받으셨죠? 그럼 이제 스페셜 상점을 오픈하겠습니다!]천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메시지가 나타났다.
[상점창에 스페셜 상점이 오픈되었습니다!] [스페셜 상점은 포인트로 좀 더 특별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상점입니다. 라운드가 끝나도 상점은 쭈욱 유지되니 천천히 둘러보고 구매하세요. 아, 포인트는 앞으로 지급될 일이 없으니 신중하게 사용하셔야 할 겁니다!]천사의 부연 설명에도 사람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다들 상점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류민도 스페셜 상점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만뒀다.
귀환하고 나서 편하게 둘러봐도 늦지 않는다.
[축하드립니다, 여러분. 그럼 다음 라운드에서 뵈어요!]◀ ROUND 11 종료 ▶
[해당 구역 CA-EA001]└생존자 : 40,021
[잠시 후 기존 차원의 신체로 영혼이 전이됩니다.] [2022년 12월 1일 자정에 12라운드가 시작됩니다. 그럼 다음 라운드에서 뵙겠습니다. 생존을 축하합니다.]* * *
11라운드가 끝난 뒤.
안내역을 맡았던 천사 밀렌이 한숨을 쉬며 천계로 귀환했다.
[확실히 범상치 않은 인간이야. 그 어려운 하이리스크 방식에서 살아남다니.]밀렌은 검은 낫이라 불리는 인간을 떠올렸다.
이계에서 만들어진 아바타 주제에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는 인간이었다.
‘정말 검은 낫이라는 놈이 소문대로 대천사님을 죽인 걸까?’
레미엘의 죽음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알만한 천사는 다 알고 있었다.
그가 인간을 상대하러 갔다가 죽었다는 것을.
‘여태껏 대천사님이 돌아오지 않은 걸 보면 확실하지.’
대천사가 인간에게 죽었다?
아직도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으나 정말로 죽었다고 한다면 그게 가능한 용의자는 한 명으로 좁혀진다.
‘90레벨로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는 검은 낫. 그자의 짓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
용의자가 특정됐지만, 아직 상부에선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당장 죽여 마땅한데 아직도 처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았다.
[흐응, 하여간 윗사람들 속은 알 수가…… 응?]그때 밀렌의 앞에 광휘와 함께 한 천사가 나타났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날개와 수려한 용모에 깊이 있는 눈빛을 본 밀렌은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했다.
상대에게 압도당했으니까.
혹시나 조금 전의 말을 들었을까 봐 벌벌 떨면서 인사했다.
미카엘이 밀렌을 내려다보더니 중저음의 음성으로 물었다.
[네가 이번 11라운드의 안내를 맡은 천사라고 들었다.] [예? 예에. 마, 맞습니다.]바들바들 떠는 밀렌이 가여웠는지 미카엘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결과를 일찍 듣고 싶어 나타난 것이니 너무 겁먹지 말거라.] [아, 안 그래도 결과를 기록하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그래. 11라운드 결과는 어떻게 됐지?] [여기 기록한 화면이 있습니다. 보시죠.]밀렌이 내미는 집계 결과창을 미카엘이 진지한 눈으로 살펴봤다.
[이번에도 검은 낫이 1위 했군. 그것도 압도적인 격차로.] [아무래도 후반 도박장에서 하이리스크 방식으로 크게 딴 듯 보입니다.] [알겠다. 그대로 기록의 방에 가져가도록.] [예, 그, 그럼 저는 이만…….]쭈뼛거리며 물러나는 밀렌을 뒤로하고 미카엘이 고심에 빠졌다.
‘남들은 20만 포인트도 겨우 버는 판국에 혼자서만 2천만 포인트라니.’
스페셜 상점에 필요한 포인트를 버는 라운드니만큼 이번 라운드는 꽤 중요했다.
이번이 지나면 포인트 수급은 불가능해지니까.
‘그 사실을 알기라도 하듯, 어마어마한 포인트를 벌어서 남들은 절대로 따라올 수 없는 격차를 만들었다.’
그야말로 독식자.
위험하다.
이대로 검은 낫을 좌시했다간 게임의 밸런스는 물론 천사들도 위험에 처할 거다.
이미 전투 천사 수십에 대천사 한 명을 죽인 연쇄 살해자가 아닌가?
‘그런데도…… 그런데도 난 방관만 하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미카엘은 얼마 전에 있었던 루브아히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11라운드가 시작됐을 때 녀석을 노려야겠군.
-저는 11라운드가 아니라 좀 더 기다리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그게 미카엘 님의 대의를 이루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될 테니까요.
-지금 뭐라고 했지? 다시 한번 말해 보거라.
-검은 낫을 살려두면 미카엘 님의 대의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거라 했습니다.
-네놈, 한낱 골방에 갇혀 있는 관찰자 주제에 내가 품은 대의까지 알고 있는 것이냐?
-물론이지요. 세상의 모든 지식을 관조하는 관찰자가 설마 대천사님의 속마음도 모르겠습니까?
-…….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지요. 미카엘 님께선 신이 되고 싶으시지요? 그러기 위해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계시고요.
-검은 낫을 이용하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검은 낫이란 플레이어의 행보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태껏 누구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길을 걷는 자입니다. 신이 되고 싶다는 미카엘 님의 대의를 이루어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말이죠.
-계속해 보거라.
-지금 검은 낫을 대천사를 살해했다는 죄명으로 죽이신다면 미카엘 님의 대의는 다시금 멀어질 겁니다. 인간들의 게임을 눈여겨보시는 이유도 신이 되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그렇지.
-현재 20라운드의 소원에 가장 근접한 사람은 검은 낫입니다. 그를 잘만 이용하면 미카엘 님은 신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천계의 규정대로 검은 낫을 죽인다면 미카엘 님의 대의는 다시금 멀어지고 말겠지요.
-…….
-어쩌시겠습니까? 대의를 위해 검은 낫의 죽음을 미루시겠습니까? 아니면 천계의 질서를 위해 지금 죽이고 다음 기회를 노려보시겠습니까?
-……글쎄, 지금 결정할 사안은 아니니 고민해 보지.
상념을 마친 미카엘이 내심 한숨을 쉬었다.
그 당시 고민해 보겠다고 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빌어먹을 사서 놈. 내가 어쩌길 바라길래 그런 말로 머리를 흔들어 놓는단 말이냐.’
갑자기 그런 말을 꺼낸 걸로 보아 검은 낫을 죽이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긴 하다.
아니, 그보다는 자신이 신이 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내가 신이 되면 어쩔 작정이길래?’
열심히 머리를 굴려봐도 사념체의 속은 알 수가 없다.
오히려 머리만 더 복잡해질 뿐.
‘대의를 위해 천사를 욕보인 그 발칙한 강아지를 버젓이 살려두라고?’
어이가 없었지만 루브아히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대의를 이루기 위해선 희생도 필요한 법.
지금 같은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지 모른다.
정의냐, 대의냐.
천계의 질서냐, 개인의 욕심이냐.
고민에 고민을 더한 미카엘이 기어코 결심했다.
‘……천사는 본디 이기적인 종족이지.’
검은 낫의 범죄를 묵인해 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