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59)
제160화
#159
며칠 뒤, 사독의 테러 사건 이후 하준은 잠시 쉬는 셈 치고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인터넷에서는 아주 난리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고작 며칠도 안 돼서 한국의 재앙과도 같던 S급 빌런 둘이 한 영웅에 의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국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이었다.
단, 몇 달 만에 시체 수집가와 사독 이사철이 죽었다는 사실은 한국을 크게 들썩이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와……, 진짜 말도 안 된다.
└어떻게 몇 달 만에 S급 빌런 둘을 잡을 수 있지?
└진짜 대단하다…….
└이러다가 한국이 빌런 청정국 되는 것도 꿈이 아닐지도?
└ㄹㅇ 지금 한국에 있던 빌런들이 해외로 도주하고 있다던데?
└맞음, 방금 영웅 협회에서 확인했다고 들었는데?
└와……, 이레귤러님 정말 감사합니다.
└7년 전 사독의 테러로 부모님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레귤러님이 이 글을 보실 일은 없겠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당연히 이러한 하준의 행보가 빌런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각 나라의 영웅 협회와 한국의 영웅 협회가 해외로 도주하는 빌런들의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다만, 애초에 도주한 빌런 대부분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던 빌런들이었다.
전 한국의 평화의 상징이었던 최중원의 상태를 파악한 한국의 빌런 조직인 빌런 연합이 각국에서 모아온 인재였으니 말이다.
“사독이 죽은 이후로 테러율이 반이나 줄었습니다.”
협회장 김정용, 그가 온화한 미소와 함께 하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뭐, 따로 할 말이 있다고 해서 그가 하준의 집으로 찾아왔었고 의외로 나쁘지 않은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현재 한국의 테러율이 사독이 죽은 시점으로 반이나 떨어졌으며 한국으로 불법 입국했던 빌런들이 게이트를 타고 다시 제 나라로 돌아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말 그대로 한국의 빌런 사태가 막을 내렸다는 말이었다.
“한국의 사태를 짐작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이렇게 풀려서 정말 다행이군요. 한데 조금 성가신 문제가 있습니다.”
그 말과 함께 김정용은 갑작스럽게 골치 아픈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하준을 향해 어떠한 문서를 전했다.
하준은 그가 건넨 문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게 뭐예요?”
“각 나라의 협회에서 협조 요청이 왔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해 인도, 러시아로 A급 빌런 다수가 불법 입국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하더군요.”
총 4국에서 협조 요청이 왔었다.
뭐, 그들로서 현재 불법 입국한 빌런들의 위치를 파악한 상황이니 이왕 잡을 거면 빨리 잡고 싶을 것이다.
애초에 게이트라는 거리 제한으로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은 빌런들에게도 유용하게 쓰이는 수단이니 말이다.
다만, 하준은 이해가 안 되어 협회장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고작 A급으로 협조 요청을 보낸다고요?”
S급이면 몰라도 고작 A급으로 이런 협조 요청을 보낸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
그 나라 영웅들은 다 뒤졌나?
하준은 의아한 표정으로 김정용을 바라보니 그가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하준 생도님뿐만 아니라 한시영 생도에게도 협조 요청이 왔습니다. A급이긴 하나, 잡기 성가신 변화계 어빌리티를 가진 빌런들이라더군요.”
“아, 언체인이요?”
“예. 애초에 변화계 능력은 변환하는 성질에 따라 대처가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능력으로 나뉘니 말입니다. 아마 이들의 능력이 성가시기에 협조 요청을 보낸 거겠죠. 물론 대외적으로 이레귤러라는 영웅은 협회 소속이 아니니 저희한테 보내봤자 소용이 없다고 전했습니다만. 혹시 가실 생각이 있으신지……?”
그 물음에 하준은 일절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아니요.”
“어……, 혹시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솔직히 거절하는 것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만, 대답이 너무 빨라 호기심이 든 김정용이었다. 그 질문에 하준은 조금 고민했다.
단순히 대답해야 할 이유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뭐, 여러 가지로 도와주기 귀찮고, 그리고 도와주기도 싫고, 더구나 입국 금지도 내린 나라도 있는데 도와 달라고 하니 어처구니없고, 그렇다고 이러한 이유를 대려니 자신이 쪼잔해 보이고.
여튼, 그래서 하준은 대충 대수롭지 않은 이유 하나를 대며 대답했다.
“다음 주에 시험이라서요.”
“아········.”
* * *
시간은 유수 같이 흘러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날 오후, 아카데미의 수업이 끝난 저녁 시간에 하준은 교장 리엘라의 부름에 교장실에 와 있는 참이었다.
“무슨 일이세요?”
“흠……, 네 말대로 더구나.”
“뭐가요?”
“그새 까먹었냐?”
리엘라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하준에게 어떠한 명단을 내밀었다.
그제야 하준은 리엘라가 뭘 말하는지 알아차렸다.
“반 등급 재심사 평가 명단이네요.”
“그래, 당연히 평가는 이미 끝났다. 전원 불합격이다.”
그 말과 함께 인상을 찌푸리는 리엘라였다.
그래도 한두 명은 합격할 줄 알았는데 설마 50명 전원이 불합격할 줄이야.
그녀는 말세라는 듯이 쯧- 쯧-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참,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래. 일단 네 말대로 인 거 같아서 따로 조사는 해봤다. 한데, 참으로 희한하게 딱히 의심되는 구석은 없더구나. 무슨 이상한 약을 복용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 말과 함께 팔짱을 끼고 고민하며 신음을 흘리는 그녀였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무언가 떠올랐는지 그녀가 하준을 향해 질문했다.
“아, 맞다. 혹시 너는 신을 믿냐?”
“아니요.”
그 빠른 대답에 피식- 웃은 리엘라였다.
하긴, 종교와는 거리가 가장 멀 거 같은 놈이니 말이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몇몇 아이들한테 들었다. 꿈에서 자신을 신이라고 가리킨 소녀를 만났고 소원을 비니 다음날 이루어 줬단다.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라 무시했다만 요즘 소문이 있어서.”
“무슨 소문이요?”
“내가 방금 말한 거, 이제는 하급반뿐만 아니라 특급 반과 상급반 사이에서도 그 꿈을 꿨다는 애들이 있단다.”
“그래서 정말로 이루어졌데요?”
“글쎄다? 한데, 이루어진 애들이 있으니까 그런 소문이 나는 거겠지. 혹시 뭐, 짐작 가는 것이라도 있느냐?”
“예, 제단 짓일 거 같은데요?”
“제단? 그 사이비?”
하르나 루엘의 에피소드 마지막 장 ‘신’.
정확히 제단이 숭배하는 ‘신’이라 불리는 존재.
드디어 놈이 모습을 드러낸 걸 테니까.
놈의 힘의 근원을 생각하면 아마 작업을 시작한 게 분명했다.
“그놈들 짓이라, 흠……, 만약 정말로 제단의 짓이라면 그냥 넘어가면 안 될 거 같구나.”
“협회에서도 그놈들 위치를 찾고 있데요.”
“우리도 계속 조사해보마. 아무래도 내통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 말에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내통자가 없는 건 알지만 그래도 조사 과정에서 뭐라도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그래, 수고했다.”
그 말과 함께 가볍게 고개를 숙인 하준은 교장실을 나왔다.
그대로 교장실을 나와 기숙사로 향하는 하준이었다.
* * *
그날 밤 저녁.
하준은 기이한 꿈을 꾸고 있었다.
‘자각몽인가?’
새하얀 공간이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한데, 이상하게 이것이 꿈이라는 자각이 있었다.
물론 꿈이라는 걸고 일어날 시도도 해보았지만 도통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한 기이한 공간 속에서 하준은 잠시 말없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주변을 구경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듯 말이다.
솔직히 꿈이라는 걸 자각한 순간, 이 현상을 누군가가 벌인 짓인지 알 거 같았다.
그리고 기다리기를 잠시.
-안녕?
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준은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미간을 좁혔다.
소녀의 모습이 너무도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너를 꼭 보고 싶었어.
일레인.
그것은 여동생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레인이 아닌 다른 존재라는 걸 하준은 알고 있었다.
하준이 말했다.
“네가 신이냐?”
-응, 맞아. 대화를 하고 싶은데 잠시 들어줄래?
무슨 의도일까……?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하준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일단 이런 데에서 얘기하기에는 심심하겠네? 좀 바꿔볼까?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손을 들어 허공을 휘저었다.
그 순간 세계가 변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에서 풍부한 자연이 흘러넘치는 어떠한 폭포수 근처의 숲으로.
내리쬐는 햇빛도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도 모든 게 감각으로 느껴지는 진짜 같은 공간으로 변했다.
그 공간 속 그녀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하준은 말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곧이어 폭포수 앞에 도착한 그녀.
그녀가 다시 한번 허공에 손을 휘젓다 폭포수 근처의 바위에서 마치 투명한 무언가에 물감이 칠해지듯 소파와 책상 같은 것이 생겨났다.
그녀는 여유롭게 그 소파에 앉으며 하준에게 눈짓했다.
대충 맞은편 소파에 앉으라는 소리로 알아듣고 하준은 별 말없이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출출하지 않아?
다시 한번 손을 휘저은 그녀.
책상 위로 쿠키와 티 세트가 생겨났다.
그렇게 여유롭게 차를 한 모금 마신 그녀가 입을 열었다.
-어디 보자……, 네가 이레귤러 맞지?
“그래.”
-너를 쭈욱 지켜보고 있었어. 엄청 대단하더라? 인간이 그 정도의 힘을 가진 건 신기했으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뭐냐?”
하준은 같잖은 칭찬은 무시하고 본론을 물었다.
그 물음에 그녀의 눈매가 매혹적으로 휘어지기 시작했다.
-하르나 루엘, 지금까지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너는 많은 것을 방해했어.
그 말과 함께 그녀의 모습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몸 전체가 흔들리더니 어느 순간 하르나 루엘의 모습으로 바꾼 그녀였다.
-그래서 궁금했어. 솔직히 같은 반 친구일 뿐, 아무런 연고도 없잖아? 그 이상으로 목숨을 걸고 이 아이를 지킬 이유가 있나 싶어서. 물론 어느 정도 그 이유를 알 거 같지만 말이야. 아마 너는 내 정체를 알고 있는 거지?
그 말에 하준은 조금의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덤덤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한 번 어디까지 말하나 대충 듣고 싶은 심정으로 듣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한 반응에도 그녀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말이야. 그런 건 이제 상관없어.
“……?”
-너를 용서하기로 했거든. 지금까지 네가 방해한 건 잊을게.
그녀가 만면의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밝고 순수한 미소.
그녀가 그제야 용건을 얘기했다.
-소원을 들어줄게. 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대신 나는 너를 가지고 싶어.
“나를?”
그 말에 하준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 헛웃음에도 그녀는 자비롭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을 뿐이었다.
-응, 맞아. 내 편을 들어줘.
“제단에 붙으라고?”
-아니, 제단이 아닌 나를.
그 대답에 하준의 한쪽 눈썹에 꿈틀거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그녀의 자비로운 모습과는 상반되는 말이었다.
-네가 원한다면 제단의 그들을 모두 죽여도 돼. 내가 허락할게.
“네 신도들이 죽어도 상관없다고?”
-맞아, 너는 그 정도로 가치가 있으니까. 그리고 너처럼 강한 인간은 없으니까.
그 대답에도 하준은 여전히 무심한 표정이었다.
권태로우며 만사에 관심이 없다는 듯한 피곤한 표정.
그러한 표정을 본 순간에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돈, 명예, 힘. 모든 것을 가진 네가 원하는 건 없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분명 존재해. 모든 것을 깨우친 현자가 아닌 이상 그리고 인간인 이상 속에 담아둔 욕망 하나쯤은 있잖아? 네가 원하는 모든 걸 말해. 한 가지의 소원을 100가지로 늘려 달라는 말도 들어줄 테니까. 그것도 아니면…….
그녀의 눈동자가 매혹적인 호선을 그렸다.
-그 인간을 살려줄까?
“…….”
-며칠 전에 돌아가신 한태환 의원. 네가 마음에 들어 하던 거 같던데?
그 말에 하준은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조금의 변화는 있었다.
하준은 소파 받침대에 손을 올려 턱을 괴었다.
그리고 권태로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같잖은 신 놀이는 그만하지?”
-……?
“네 근원은 ‘신’이라고 불릴 만한 게 아니잖아.”
그 말에 그녀의 입꼬리가 점차 올라갔다.
방금까지 느껴졌던 자비로운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며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짓기 시작한 그녀였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역시……, 알고 있었구나? 하지만 말이야. 여기서는 내가 신이 맞아.
그 대답에 하준은 피식- 웃었다.
명백히 조소에 가까운 비웃음이었다.
그러한 비웃음과 동시에.
하준의 몸에서 마력의 기운이 아우라처럼 솟아올랐다.
그 순간.
-……?!
어느 순간 따사롭게 내리쬐던 태양이, 시원하게 불어오던 바람이, 풍부한 자연의 나무들이, 그리고 청아하게 쏟아지던 폭포수의 소리가 모조리 사라졌다.
그저 보이는 광경은 뼈로 이루어진 산일 뿐.
불어오는 바람이 매섭게 휘몰아쳤다.
하늘의 따사로운 태양은 어느 순간 소름 돋을 정도로 붉은 달로 변해 있었다.
그러한 광경 속.
[축하한다. 내 기분을 더럽힌 것은 성공했다.]하준이 앉아 있던 소파는 어느새 뼈로 이루어진 옥좌로 변해 있었다.
하준의 번뜩이는 두 눈동자에서 황금의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
하준은 그녀를 노려보며 거칠게 입가를 비틀며 말했다.
[어디 한 번 네가 원하는 대로 해봐라. 네가 진짜 신이 맞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