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rd of another world is well fed RAW novel - Chapter 145
“아편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당연하지.”
모를 리가 있나.
‘내가 아무리 세계사랑은 담 쌓고 지냈다지만 아편 전쟁은 알지.’
청나라로부터 막대한 무역 적자를 보고 있던 영국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아편을 밀수출하여 셀 수 없는 중독자를 만들었던 바로 그 아편 전쟁.
비정하지 않은 전쟁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깟 돈 몇 푼…이라기엔 상당한 국부가 유출되었다지만 어쨌든. 청나라 발 사치품에 환장하는 풍조를 개선하거나 못지않은 대용품을 만들어낼 생각은 하지 못하고 마약을 퍼 나르는 게 어디 제정신으로 할 짓이냔 말이다.
어쨌든 중요한 건, 나라 하나를 말아먹은 바로 그 아편이 지금 에버그린에 들어오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도미닉은 대충 ‘사막에 갔을 때 이야기를 들은 적 있지.’ 하며 둘러댔다.
전생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확실히 아편이 맞아?”
“네.”
올리는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주로 흡연하는 방식으로 많이 사용한다고 들어 미처 바로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맙소사.”
도미닉이 잠깐 할 말을 잃었다.
전생이나 현생이나 태생이 소시민이었던 그가 중독성 강한 마약에 관해 진지하게 토론을 하게 될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사막에서 들었을 때는 마취용이나 치료용으로 사용한다고도 했다. 혹시 그런 경우는 아닐까?”
“단순히 치료를 목적으로 들여온 것이라면 굳이 이렇게 숨어서 판매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하긴.”
너무 세상을 아름답게만 보았던 모양이다.
“성분이 꽤 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에버그린에 퍼져 있다면 큰일이에요. 당장 확인을 해야 합니다!”
“경비대로 가자. 그 곳에 이 환을 판 놈들을 구금해 뒀거든.”
“저도 같이 말입니까?”
“당연하지. 혼자보단 둘이 낫잖아.”
도미닉의 말에 올리는 얼떨떨해하면서도 비장한 얼굴로 따라 나섰다.
***
“오셨습니까? 저 놈들입니다.”
경비대장이 도미닉과 올리를 맞이하며 서류와 몇 가지 물품이 든 상자를 가져왔다.
“구금을 하면서 압수한 물품들입니다. 이놈들의 노점 등에서 나온 물건들이니 확인을 한 번 해 보시지요.”
도미닉은 고개를 끄덕였다.
심문까지 해 두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테지만 뭐, 이건 직접 해도 그만이니까.
“죄, 죄송합니다! 시장님인 줄 몰랐어요, 정말입니다!”
경비대에 구금해 둔 약팔이 2인조는 자신들이 벗겨먹으려고 했던 도미닉의 정체를 알고는 사지를 부들부들 떨어댔다.
설마하니 정말로 아무 것도 모르는 외지인일 줄이야.
“이거. 네 놈들이 가지고 있을만한 물건이 아니거든. 어디서 났어?”
“그, 그게···.”
“아는 거 다 불고 정상참작 받을래, 아님 되도 않는 의리 지키다가 목이 날아갈래?”
“히익!”
협박이 명백한 도미닉의 말에 약팔이 2인조는 이제 서로 부둥켜안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이고, 저희는 정말 그렇게 위험한 약인지 몰랐습니다요!”
“진짭니다! 좋은 돈벌이가 있다고 해서 시작한 것뿐입니다, 여신의 앞에서도 맹세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던 경비대장이 귓속말을 해 왔다.
“거짓을 고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시장님.”
“그래요?”
“포박을 하러 갔을 때의 모습을 돌이켜봐도 그저 푼돈이나 사기를 치는 잡범에 불과해 보였습니다. 정말로 이 약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던 듯 합니다.”
“흐음-.”
도미닉의 생각도 경비대장과 같았다.
‘저게 연기라면 저 두 놈은 연기대상 감이거든.’
아무리 봐도 그 정도 능력치는 안 되는 것 같단 말이지.
그래도 일단은 물어볼 것이 많았다.
“기회 줄 때 아는 것 다 부는 게 좋을 거야. 하나씩 해 보자. 이 약, 공급처가 어디야? 준 사람은 알 거 아냐.”
“그, 그게··· 저희도 잘 모릅니다.”
“그냥 목을 댕강···.”
“저, 정말입니다! 저희는 마이에른 지역에서 소일거리를 하며 사는 놈들이온데, 그 곳의 술집에서 만난 사람이 이 약병을 몇 개 주면서 호구, 아니, 소, 손님을 한 명씩 데려올 때마다 수수료를 준다고 했습니다! 에버그린을 추천해준 것도 그 놈입니다!”
“마이에른? 수수료?”
“예, 옙! 돈은 많아 보이지만 할 일은 없어 보이는 놈으로 데려오라고···. 시, 시장님이 백수 한량으로 보였다는 건 아니고···.”
“······.”
할 말은 많았지만 사소한 건 일단 뒤로 미루고.
“그럼 그 수수료는 어떻게 받기로 했지?”
“미끼로 준 약을 먹어보고 다시 찾아온 손님이 있으면 여기로 오라고 했습니다.”
경비대장이 얼른 남부의 지도를 가져왔고, 약팔이는 싱클레어 영지 아래쪽에 위치한 마이에른 지방의 한 도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영주님께 먼저 연통을 넣은 뒤 정식으로 병사를 보내야 합니다.”
“바로 전달해주세요. 시청에 영주 성까지 닿는 직통 통신구가 있으니 사용해도 좋습니다.”
“예.”
놈들의 말을 듣고 있던 경비대장은 아무래도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싱클레어 백작에게 곧장 말을 전하겠다고 알려왔고, 도미닉 역시 이에 동의했다.
경비대장이 직접 시청으로 달려갔지만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아무래도 이거, 에버그린 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몇 개나 팔았는지 각자 써. 지금 당장.”
“······.”
“솔직히 쓰는 게 좋을 거야. 괘씸죄라는 거, 들어는 봤을 거 아냐. 둘이 쓴 개수가 다르면 뒷일은 보장 못해.”
약팔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등을 맞댄 채 종이에 숫자를 적었다.
고참 병사가 얼른 종이를 받아서는 도미닉에게 내밀었다.
– 0.
– 없습니다.
그리고 도미닉은 헛웃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진짜야?”
“누구 앞이라고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약팔이들은 자기들도 답답한지 가슴을 퍽퍽 치면서 말을 이었다.
“에버그린에 부자가 많다는 소문을 들어서 저희도 이렇게 장사가 안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틀 동안 환을 받아간 건 시장님이 처음이었습니다!”
“암요. 부자가 될 생각으로 기분 좋게 왔는데, 웬 걸? 죄다 최소 두 사람 이상 씩 몰려다니니 혼자 있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데다가 기껏 말을 걸어도 도대체가 넘어오질 않는 겁니다.”
“약 성분이 무엇인지 캐묻는 사람도 많고, 이렇게 좋은 물건이 있다면 왜 쇼핑몰에서 판매를 안 하냐고 의심하는 사람도 많아서 벌써 이틀을 꼬박 공을 쳤습니다요.”
그러니까 이 자들의 말을 요약하면 그런 것이었다.
호구는 너 하나뿐이었다고.
‘아. 나도 의심스러워서 받아 온 거라고. 호구 당한 게 아닌데. 쩝-.’
애초에 관광도시인 에버그린이었다.
돈 많은 한량들이 넘쳐나는 동네기는 해도 21세기 지구와는 달리 ‘혼자 여행’을 온 이들은 매우 드물었다.
그 뿐인가.
좋은 물건이나 귀한 물건은 거래소나 ‘쇼핑몰’ 이라는 곳에서 판매를 한다는 것은 에버그린에서는 상식이다.
여기서는 팔지 않는데 좋은 물건이라고 소개를 한다?
이건 백 퍼센트 사기라는 걸 에버그린에서 며칠이라도 보낸 사람들은 금방 눈치를 채는 일이었다.
게다가 에버그린의 문맹률은 다른 도시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었다.
글을 읽고 쓰게 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논리적으로 사고를 하게 되었고, 이는 곧 허황된 선전이나 비밀스런 접선을 의심하는 이들도 그만큼 많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약팔이들의 말을 들어보니 겨우 작업을 쳐 놓은 먹잇감을 주변에서 듣고 있던 사람들이 훼방을 놓아 놓친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다고 했다.
꾸준히 작업을 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간 사람들이 등장했겠지만 하필 그들이 장사를 개시하고 얼마 되지 않아 만난 것이 도미닉이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고급스러운 옷차림으로 보아 돈이 제법 있어 보이는 젊은 남자.
그럼에도 특별한 무력은 없어 보이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
홀로 술병을 들고 해변가를 거닐다가 아무데다 누워서 잠을 청하기까지 했으니 약팔이들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목표물이었던 셈.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정작 당사자는 이 많은 에버그린의 인구 중에 하필 자신이 ‘호구 잡기 딱 좋은 백수 한량’으로 낙점되었다는 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어쨌든 다행이 아닙니까.”
“아니지. 우리야 운 좋게 아직 피해자들이 없다지만 저들이 방금 얘기했잖아. 약을 공급한 이가 저들을 에버그린으로 보냈다고. 무슨 뜻이겠어?”
“그건···.”
아무래도 올리는 좋은 약제사이기는 해도 훌륭한 행정관이 되기는 갈 길이 먼 듯 했다.
“다른 도시에도 사람을 파견했다는 뜻이잖아.”
“···!”
올리는 입을 떡 벌렸지만 도미닉은 침착했다.
‘약을 일부러 퍼뜨리려고 한 거야. 그것도 무작위로 중독자를 늘리려는 게 아니라 원하는 계층이 따로 있어.’
약을 공급해준 이가 분명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돈은 많아 보이지만 할 일은 없어 보이는 한량’을 노리라고.
‘이 세계에서 돈 많고 할 일은 없는 자라면···.’
귀족 밖에 더 있냐, 그 말이지.
***
[보고는 들었다.] “죄송합니다.”[시장이 죄송할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오히려 상을 내려야 할 일인데 말이야.]
경비대장이 통신을 하자마자 싱클레어 백작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도미닉을 연결시키라고.
[이 또한 짐작을 했던 모양이군.] “단순한 왈패들의 소행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목표를 명확히 노린 듯 합니다.”
[시장님!]
통신구 저 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림?”
[예, 접니다.]
경비대장이 연락을 했을 때, 싱클레어 백작은 한창 해군 창설에 대한 토론회를 주관하는 중이었다고 했다.
덕분에 에버그린의 주요 인사들 역시 곧장 아편의 일을 알게 된 모양이었다.
[바이에른은 제법 넓은 지역이기는 해도 상업이 발달하지 못한 곳입니다. 당연히 외부인들이 비밀스럽게 물건을 옮기거나 하기도 어렵지요. 들여오는 것도, 나가는 것도 힘들다는 뜻입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말단 유인책들을 바이에른에서 모집을 했다 하더라도 실제로 약을 들여온 것은 우리 에버그린일 확률이 높습니다!]
카림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얼마 전, 동대륙에서 상인들이 오지 않았습니까? 동대륙 중소 상단 여럿이 한꺼번에 들어왔으니 그 중에 범인이 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타 대륙의 상인이 우리 제국의 귀족들을 노릴 일이 뭐가 있다고?”[아직 단서가 적어 확언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중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세 가지나 된다고?
[스톤해머 님이 만든 도자기에 대한 위기의식이 생각보다 높았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 첫 번째이고.] “음.”[긴 시간을 들여 신의로 새로운 고객이나 동맹을 만드는 것 보다는 상대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것이 간편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르며,] “······.”
[역시 가장 최악의 가정이라 함은···.]
꿀꺽-.
카림의 무거운 목소리에 도미닉까지 긴장을 했다.
아, 젠장.
이거 완전히 아편전쟁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