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56)
56 화 활약.
활약.
‘살해!’
그런데 저 신성 덩어리에서 성물을 찾아내려면 인간의 모습을 취해야 한다는 속삭임.
나는 굉장히 갈등됐다. 혹시나 어머니가 조금이라도 다칠까 봐.
– 기에에에에엑!!!
서걱.
검을 휘둘러 나를 노리고 다가오는 투명한 실들과 시체들의 손들을 베어냈다. 잘려나간 손들이 살점 덩어리 몸뚱이 위를 튕겨서 바닥으로 추락했다.
– 도와줄게!!!
거대한 뱀의 형상을 한 악마가 기다란 몸으로 누더기 거인의 몸을 감싸 올랐다. 머리를 잃고서 멍하니 서 있던 누더기 거인의 움직임이 봉쇄되었다.
‘살해…?’
혹시 하면 안 되느냐는 조심스러운 물음. 그 물음 속에는 약간의 침울함과 평소 내가 하는 일을 도와주고 싶었던 어머니의 바람이 뒤섞여 있었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대답했다.
“혹시나 조금이라도 다칠 거 같으시면 진짜 바로 손으로 되돌아오셔야 합니다.”
‘살해!!!’
알겠다는 외침과 함께 튀어나온 손이 은은한 빛을 뿜어내며 소녀의 모습으로 변했다. 나는 재빨리 어머니를 한 손으로 안아 들고서 소리쳤다.
“어딥니까!”
‘살해살해…’
잡티 하나 없는 새하얀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 양손의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올린 어머니께서 진중한 눈빛으로 누더기 거인의 몸을 훑었다. 나는 어머니의 대답을 기다리며 계속해서 뻗어 오는 손들과 실들을 손에 쥔 검으로 베어냈다.
– 기에에에에에엑!!!
괴성과 함께 바라지 않았던 변화가 시작되었다. 얼기설기 엮여 있던 인간들의 시체들이 갈라지며 그 틈에서 무언가 튀어나왔다. 아니, 정확히는 무언가들이.
전신에 빼곡히 꿰맨 신성으로 이루어진 실. 제멋대로 달린 팔다리. 숫자가 저마다 제각각인 머리. 서로 닮은 개체는 단 한 마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건, 네댓 명의 인간을 대충 엮어 만든 자그마한 누더기 인간들이었다. 저걸 과연 아직 인간으로 봐도 괜찮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 기이이이이익!!!
– 기이이이이익!!!
– 기이이이이익!!!
저마다 괴성을 터뜨린 누더기 인간들이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도 용을 쓰고 있는 어머니를 향해 말했다.
“아직 멀었습니까!”
‘살해…’
이게 참 마음대로 잘 안된다는 대답. 그 평소 같은 대답에는 내 긴장을 풀어주는 무언가가 듬뿍 담겨 있었다. 나는 어머니의 등을 토닥이고는 외쳤다.
“제 목 꽉 잡으십시오! 조금 흔들릴 겁니다!”
‘살해!’
가는 두 손이 내 목을 감아왔다. 나는 솜털처럼 가벼운 어머니가 내 품에 꼭 매달린 것을 확인하고는 자리를 박찼다.
쾅!
‘살햇?!!!’
평소 손일 때와는 다른 승차감에 어머니가 깜짝 놀라서 비명을 살짝 질렀다. 나는 그 비명을 들으며 오른손에 쥔 검을 수평으로 그었다.
– 기이이이이익!!!
한 번의 공격으로 팔 두 개를 잘라냈다. 하지만 내가 노렸던 누더기 인간의 손은 총 세 개. 하나 남은 손이 어머니를 향해 뻗어왔다.
감히.
내디딘 왼발을 축으로 그대로 오른발을 걷어찼다.
콰앙!
– 기이이이이익…!
발길질에 얻어맞은 누더기 인간이 거인의 어깨 위에서 튕겨 나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한 마리를 제거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두 마리의 누더기 인간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 기이이이이익!!!
– 기이이이이익!!!
빠르게 손을 놀려 머리로 추정되는 살덩이를 베어냈다. 머리가 잘린 개체는 머리는 장식에 불과했다는 듯이 게걸스럽게 손을 뻗은 채로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재빨리 스승님이 있었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고속으로 검격을 나누는 ‘달인’들은 둘만의 세계 속에서 격렬하게 맞부딪히고 있었다.
마침 여기는 온갖 신성이 뒤엉켜 있는 누더기 거인의 몸뚱이 위. 여기서 악신의 신성이 하나 더 끼얹는 다고 해도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는 못하리라.
“어머니!!!”
‘살해!!!’
전신 피부 위에서 일어난 부패의 신성이 암녹빛으로 빛나는 문양이 되어 내 몸 위를 타고 내달렸다. 넘쳐흐를 듯이 터져 나오는 힘. 전신의 근육이 기뻐 날뛰었다. 그와 함께 무언가가 나를 안에서부터 갉아먹는 아릿한 고통이 뇌를 질타했다.
고통은 무시하고 몸에 들끓는 힘에 집중했다.
이미 내지른 검격을 힘으로 억지로 다시 꺾었다. 비틀린 궤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궤도를 그리는 검날이 누더기 인간의 몸뚱이 속을 파고들었다.
푹.
“하아아압!”
오른팔의 근육이 터질 듯이 꿈틀댔다. 끝 간 데 없이 증폭된 힘이 허리를 타고 어깨를 지나 손끝에서 폭발했다.
– 기이이이이익!!!
족히 인간 네댓 명은 뒤엉켜 있는 무게의 누더기 인간이 내 검에 꿰인 채로 가볍게 떠올라 그대로 옆에서 달려오던 누더기 괴물과 충돌했다.
콰앙!
맞부딪힌 살점 덩어리들이 내 힘을 버티지 못하고 뭉개졌다. 두 마리 누더기 인간은 뒤엉킨 살점덩어리가 되어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거인의 어깨 위에서 추락했다.
한 손만을 사용해서 세 마리를 해치웠지만 방심할 수 없었다.
누더기 거인의 벌어진 살점 덩어리 사이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누더기 인간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오고 있었다.
– 기이이이이익!!!
나는 또 한 마리 튀어나온 누더기 인간을 보고는 재빨리 어머니를 향해 외쳤다.
“아직 입니까!”
‘살해…’
이거 이 모습으로 달라붙어있는 게 생각보다 더 쏠린다는 가벼운 투정. 슬쩍 투정을 내뱉은 어머니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서 활짝 웃었다.
‘살해!!!’
가느다란 손가락이 누더기 거인 머리의 절단면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나는 빙그레 웃었다.
“아주 잘하셨습니다! 이거 마음 같아선 당장 꼭 껴안고 이마에 뽀뽀라도 해드리고 싶군요! 하지만 참겠습니다!!!”
‘살해?! 살해!!!!!!!’
대체, 대체 왜 참냐는 비명. 휘몰아치는 신성과 함께 새하얀 얼음송곳이 나와 어머니를 노리고 고속으로 날아왔다. 태평하게 이마에 뽀뽀 같은 걸 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쾅!
재빨리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신성 덩어리 얼음송곳이 내가 서 있던 자리를 파고들며 산산이 터져나갔다. 쏟아지는 얼음파편.
나는 어머니를 꼭 껴안고 등을 돌려서 얼음 파편들로부터 어머니를 보호했다.
날카로운 얼음의 파편들이 신성을 품고서 내 등을 헤집었다. 신성이 담긴 공격이라 회복이 더뎠다. 나는 이를 악물고 손에 쥔 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내던졌다. 정확하게 얼음의 창을 만들어낸 누더기 인간을 향해서.
공기를 찢어발기며 날아간 검이 누더기 인간의 몸을 파고들었다.
푹!
– 기이이이이익!!!
나는 자리를 박차고 누더기 거인의 어깨 위를 내달렸다. 오른 주먹을 꽉 쥐었다. 부패의 문(文)이 불타오르는 듯이 환히 빛났다.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주먹이 몸뚱이에 검이 박혀 있는 누더기 인간의 몸을 후려갈겼다. 얻어맞은 누더기 인간이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수십 조각의 살덩이 파편이 되어서 비산했다.
쨍그랑!
괴물의 몸에 박혀 있던 내 검이 바닥으로 추락해 청명한 소리를 내며 나뒹굴었다. 이제부터는 검 없이 맨손으로 누더기 인간 놈들을 잡아야만 했다.
조금 번거롭게 됐네.
– 혹시 찾았어?
반가운 목소리. 나는 악마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저기 보이는 목 절단면 근처에 있답니다!!!”
순간, 신성이 일렁이며 검은 그림자들이 일제히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나를 향해 덮쳐들었다.
새로운 권능인가.
재빨리 다시 자리를 박차고 뛰어오르려던 그때.
콰득.
거대한 뱀의 머리가 누더기 인간들을 집어삼켰다. 나를 향해 달려들던 그림자들이 힘을 잃고 부서져 내렸다.
버둥대는 호기심은 두 눈을 분노로 일렁이며 으르렁댔다.
– 목만 빼고 다 씹어먹어 줄게.
콰득!
거대한 뱀이 한쪽 어깨를 물어뜯자 누더기 거인의 몸을 이루는 시체들이 일제히 고통 어린 비명을 내질렀다.
– 끼에에에에에에엑!!!
덕분에 생긴 빈틈. 그 빈틈을 한껏 활용해 나는 거인의 어깨 위를 내달려 목의 절단면으로 향했다. 수많은 손들이 일어나며 내 질주를 저지하려고 시도했지만, 그 부질없는 저항들을 힘으로 짓밟으며 나아갔다.
터져나가는 살점들과 피. 마침내 목의 절단면에 도착한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디? 어디입니까?”
엔시스가 베어낸 목의 절단면은 누더기 거인들의 다른 부위와는 확연히 달렸다. 이 절단면은 마치 본질에 상처를 입기라도 한 듯이 꿰인 시체들이 살아나서 버둥대지 못했다.
‘살해!!!’
힘차게 소리친 어머니가 거대한 절단면의 한곳을 가리켰다. 나는 잽싸게 발을 놀려서 그 장소로 향했다.
다른 절단면들과 똑같이 죽어버린 살점으로 단단히 뭉친 바닥. 어머니는 그곳을 가리키며 외쳤다.
‘살해!!!’
바로 이 밑에 있다는 외침. 마땅히 땅을 팔만한 도구는 없었다. 나는 곧장 오른손을 뻗어 거침없이 바닥을 긁어냈다.
바닥을 이루는 살점들을 뜯어내고 또 뜯어냈다.
이미 죽은 새카만 피들로 내 오른손이 흥건해질 때쯤 무언가 내 손에 걸렸다.
“찾았다!”
그건 상자였다. 내게는 무척이나 익숙한 ‘유지’의 신성이 담긴 자그마한 상자. 나는 상자를 챙겨 들고서 외쳤다.
“찾았습니다!!!”
버둥대는 호기심이 두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감사를 표했다.
–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그리고 그거 들고 지금 당장 뛰어내려!!!
“예!”
나는 어머니를 보고서 재빨리 외쳤다.
“이제 손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고개를 끄덕인 어머니가 손의 형태로 변했다. 나는 손을 소중히 챙겨 들고서 그대로 지긋지긋한 누더기 거인의 몸 위에서 뛰어내렸다.
쿵!
어머니의 손과 상자를 안고서 바닥을 굴러 충격을 최소화했다. 고개를 들어 뒤를 돌아보니 거대한 뱀의 입이 찢어질 듯이 벌어진 것이 보였다.
버둥대는 호기심은 두 눈을 분노로 일렁이며 선언했다.
– ‘기워붙이는 바늘’!!! 드높은 천상에 처박혀 있는 개잡놈아!!! 똑똑히 들어라!!! 지금 내가 지내는 이 몸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 나는 네놈의 신자들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 너는 오늘의 무례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할 것이야!!!
콰득.
찢어질 듯이 벌어진 뱀의 입이 누더기 거인의 몸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꿈틀대는 뱀의 입이 거침없이 버둥대는 누더기 거인을 목구멍으로 우겨 넣었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다!!! 저기 악마가 있다!!! 모두 달려라!!!”
“예!!!”
기사와 병사들. 북부 왕국군이 악마를 저지하기 위해 달려나갔다.
슬슬 발을 뺄 때였다.
나는 기어코 누더기 거인을 전부 집어삼킨 악마를 힐끔 보고는 왕국군을 피해 도시의 골목으로 숨어들었다.
***
어두운 빈민가 골목 어딘가. 그곳에서 제멋대로 튀어나온 어머니가 나를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살해!’
어머니는 두 눈을 꼭 감고 파들거리면서 이마를 뒤덮은 머리카락을 치웠다.
‘살해!!!!’
어서, 어서 아까 한다고 약속한 뽀뽀의 맹세를 이행하라는 재촉과 함께.
그리고 그때.
한 여인이 날듯이 달려와서 내 품에 안겨들었다. 멋대로 내게 달려든 버둥대는 호기심이 하늘이 떠나가라 외쳤다.
“진짜 너무 고마워!!!”
그리곤 그녀는 내 의사는 묻지도 않은 채 내 목에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자, 잠시만 이것 좀 놓아주십···.”
‘살해…’
아찔할 정도로 귀여운 살기. 어머니가 까맣게 죽은 눈으로 버둥대는 호기심을 바라보았다.
‘살해살해…’
저딴 근본도 모르는 악마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었는 데라는 진한 후회.
마침내 살기가 폭발했다.
‘살해!!!’
펄쩍 뛰어오른 어머니가 세차게 회전하면서 무례한 악마를 향해 송곳과도 같은 팔꿈치를 내질렀다.
“부패의 어머니도 고마워!!!”
덥썩.
‘살햇?!’
그 맹렬한 공격은 공중에서 붙잡혀 악마에게 온 얼굴에 키스 세례를 받는 것으로 진압됐다.
‘살해애애애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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