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rminally Ill Young Master of the Baek Clan RAW novel - chapter (413)
413화 대막, 와룡분지 (2)
담현은 도맹과 도연명이 하는 짓을 멍하니 보았다.
온갖 술법과 마도에 관심이 많은 담현이다.
세상에 다양한 술법이 있고 놀라운 좌도방문이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은 담현이 보기에도 생소하고 신비한 것이었다.
그들은 대접에 물을 받아 두고 있었다.
어떤 재질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접의 수면은 마치 거울처럼 밤하늘을 그대로 비췄다.
오늘은 유독 날이 맑았다.
하늘에는 별들이 쏟아질 듯 선명했다.
담현이 그리 묻자, 도맹이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조용히 말해라.”
“사숙 목소리가 더 큰데요.”
“……끙.”
도맹은 짜증 난다는 듯 눈을 찌푸렸다.
하지만 곧, 궁금한 듯 곁눈으로 흘깃거리는 담현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네놈도 모르는 게 많나 보구나.”
“……말하기 싫으면 마시고.”
“혜성을 매개로 먼 곳과 소통하는 방법이다.”
“혜성으로 어찌 그리합니까?”
“청림에서 돕는 일이지, 정신 사형이.”
“사부님이요?”
“그래, 정신 사형은 특출나서 차력의 대상이 여럿 있는 건 너도 알 거다.”
“그중에는 남두성군이 있지.”
남두성군(南斗星君)이라 함은 남두육성(南斗六星)을 관장하는 신이다.
북두성군이 죽은 자들을 관리한다면, 남두성군은 산 자를 관리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찌 되었던 하늘의 별을 관장하는 신임은 틀림없다.
“혜성은 천구를 가로지르지. 이곳에서 보는 달과 저 서역에서 본 달이 같은 것처럼.”
도맹은 저 하늘을 손으로 가리켰다.
“무궁광대한 저 별들의 천정 아래에, 이 지상은 얼마나 좁디좁은가.”
“……왜 갑자기 멋진 척?”
도맹은 떨떠름하게 올린 손가락을 내렸다.
“낭만도 없는 놈 같으니라고. 여하튼, 저 청림에 있는 정신 사형이 혜성이 올 때마다. 도와주신다.”
그리고 도원명이 도맹의 어깨를 툭툭 쳤다.
“옵니다.”
담현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하늘의 북쪽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밤하늘을 유영하는 혜성이 나타났다.
스스로의 몸을 불태워 저리 빛을 흩뿌린다고 들었다.
몹시도 아름다운 광경.
그것은 밤하늘을 담고 있는 대접 위에도 비쳤다.
수면이 저절로 떨린 것이 그때였다.
-아, 도맹이냐?
담현이 놀라서 대접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사람의 얼굴 여럿이 떠올라 있었다.
도천과 위세령, 그리고 그 너머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이강!”
저도 모르게 담현은 크게 외쳤다.
이강이 수면 너머에서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 옆에는 하준 역시 있었다.
담현은 큭큭 웃고 말았다.
“살아 있었구만.”
-사형도 살아 있었군요. 무사히 도착했습니까?
“몇 명 죽긴 했지만 대충. 노식 그놈도 살긴 했다.”
-다행이군요.
“네 아버지가 울던데.”
-예?
“그러더라고.”
이강은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답했다.
-아버지한테 저와 하준이는 무사하다고 전달해 주십쇼. 걱정을 많이 하셨겠군요.
“그러지 뭐.”
담현과 이강은 그런 대화를 나누었다.
어쩐지 뒤통수가 따갑길래, 담현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는 도맹과 도원명이 입을 헤 벌리고 담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요.”
“못 본 사이에 제법 사람다운 소리를 하는구나.”
“……헛소리.”
담현이 한 마디로 그 말을 일축했다.
“됐고, 비켜 봐라. 어르신들이 중요한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
도맹은 이강에게 간단하게 인사만 하고 도천을 불렀다.
그리고, 무척이나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천 사형, 이번이 저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같습니다. 북해가 멸망했습니다. 서역도 마찬가지지요?”
정확히 같은 시점에서, 대막에 있는 일행도 도맹의 이야기를 들었다.
“……북해가 멸망했다고?”
도맹에게 반문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 사실에 놀랐을 뿐.
북해라 함은 저 북쪽의 동토(凍土)를 의미한다.
동시에 북해빙궁이라는 거대한 새외의 세력을 의미하기도 했다.
마치 포달랍궁처럼, 해당 지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패주이다.
오랜 역사 동안 북해빙궁이 남하하여 중원과 몇 차례 분쟁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중원은 크게 흔들렸다. 그 정도로 강력한 세력이 북해빙궁이다.
하지만 그들이 멸망했다니, 이강으로서는 처음 듣는 일이었다.
멸망했다면 왜 멸망했을까.
하지만 그것을 물어볼 틈은 없었다.
도천과 도맹이 심각하게 대화를 이어 나갔기 때문이다.
“서방이 보통 넓은가. 아예 멸망하지는 않았네. 물론 파사국의 왕이 살해당하고 전쟁과 역병이 창궐하긴 하지만.”
-천축은 어떻습니까?
“그쪽도 사정이 안 좋지. 소뢰음사와 대뢰음사가 급급히 민중을 결집해 분쟁을 막고 있다.”
-참…… 그나마 중원이 가장 낫군요.
대화의 내용이 점입가경이다.
중원은 지금 마교 침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것도 마교의 전력에 가까운 4만 명의 마인이 모여 침략하기에, 더 이상 분쟁이 아니라 전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황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명군 역시 마교를 막기 위해 몰려온 상황이다.
그런데 중원이 가장 나은 상황이라니.
그렇다면 새외는 어떤 마경이 되어 있다는 말인가.
위세령이 당혹스러워하는 이강에게 말해 주었다.
“지금 중원 바깥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어. 수십 년째 이어져 온 전쟁하며, 더 이상 비단길을 따라 교역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고. 저 서쪽은 해적과 왜구가 들끓지.”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무슨 일?”
위세령은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 세상은 그렇게 잔혹했어. 중원이 가까스로 평화를 유지하고 있던 것이지.”
당연스럽게 하는 말은 이강에게 더더욱 혼란을 가지고 왔다.
도천과 도맹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그렇군요. 진마궁주 요대순은 아니었고, 일월신마 천무도도 아니었군요.
“그래, 사천궁주는 어떤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하나밖에 없군.”
-가능성은 구 할로 봅니다.
“작전을 시작할 텐가?”
-다른 제자들이 합류하는 즉시요. 당장 내일 회전이 시작될 듯합니다.
“우리가 조금 늦겠군. 나도 합류해야 했었는데.”
이강의 표정이 굳었다.
당장 내일 회전(會戰)이 벌어진다니.
이강은 천마의 도움을 받아 마교도들을 막고 전쟁을 멈출 계획이었다.
대막의 끝이 보인다고 하지만 도저히 하루 만에 합류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사형 없이 작전을 거행하겠습니다.
이강은 곧 그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알아챘다.
영화제자들은 목적을 가지고 곤륜산의 전장에 합류한 것이다.
그들에게 중원 무림의 승리는 최우선적인 목표가 아니었다.
-호교사령이 마교의 총군사로 신분을 위장하고 있었다니…….
고령궁주인 쌍두마뇌.
그가 사실 참사교의 호교사령이었다는 것이다.
그 놀라운 사실에 이강과 하준이 경악했다.
“망혼이나 흑암일 리는 없으니, 귀령이겠군.”
-곤륜산맥과 파천도를 몇 차례 왕래한 듯합니다.
“먼 거리를 빠르게 주파할 수단이 있나?”
-그런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드시 포획해야겠군. 실수로 죽이지 않도록 조심하게.”
호교사령을 포획하라. 그것도 죽이지 않도록 조심해서.
극도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마뇌의 정체가 위장한 호교사령이라고 해도 적진의 중심에 있을 것이 분명할 터.
무수한 고수들의 장벽을 뚫고 나가 적의 수뇌를 사로잡으라니.
-그리하겠습니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었다.
호교사령은 몹시 위험한 이들.
그들이 위험한 것은 죽여도 죽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강과 포달랍궁의 라마들은 망혼을 죽였으나, 그 혼백은 분명 빠져나갔다.
영화제자들의 설명으로는, 그는 어디선가 환생체를 구해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영화제자들은 마뇌, 아니 귀령을 잡아 봉인할 것이다.
다시 환생하지 못하도록.
도천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디 너희들이 지킬 수 있도록.”
-지키겠습니다.
‘마뇌를 포획할 수 있도록.’ 혹은 ‘임무를 성공할 수 있도록’이 아니다.
지킨다니 무엇을 말인가.
이강이 그리 묻자 도천은 웃으며 답했다.
“지금 이 순간을 지켜야지.”
그 무슨 청춘스러운 이야긴가 싶었지만, 도천은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귀한 물을 담아 둔 대접은 더 이상 아무것도 보여 주지 않았다.
“이런 혜성을 이용한 소통은 몇 달에 한 번쯤이나 가능한 일이야. 운이 좋았지. 어서 가야겠군.”
짧은 연락이었다.
도천은 출발을 재촉했다.
“가지.”
대막을 건널 때, 태양 빛이 가장 강한 한낮에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
지금 같은 한밤중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서 활동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상황이 급하다는 것을 알게되었으니.
일행은 다시 사막을 걷기 시작했다.
이변이 일어난 것은 얼마 뒤였다.
달도 밝고 별도 밝기에 걷는 데에 문제는 없었지만, 그래도 밤이다.
저 멀리 보이는 푸른 빛은 어둠 속에서 유독 선명했다.
요연비가 지평선을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그가 눈치챌 정도였으니 일행 모두는 이미 그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
도천은 슬그머니 품속에 손을 집어넣었고, 위세령은 장궁에 시위를 매겼다.
다만 이강은 아직 검을 뽑지 않고 눈을 찌푸릴 따름이었다.
달려오는 것들의 정체는 바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어째선지 익숙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곧 이강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알아본 것이다.
때마침 요연비도 그들의 정체를 알아봤다.
“여우……?”
푸르고, 흰빛을 뿜고, 집채만큼 크긴 해도 분명 여우의 형태였다.
틀림없는 천뢰백미호 세 마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이강이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백이강!”
가장 선두로 도착한 천뢰백미호, 흑무가 이강을 알아보고 멈췄다.
곧이어, 적요와 서미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여우들도 도착했다.
구미의 자식이자 대요괴인 이들이 어떻게 대막에 나타난 것일까.
“너를 찾았다.”
“왜 당신들이…….”
이 상황은 도천과 위세령도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그들은 놀란 얼굴로 이강과 천뢰백미호들을 바라보았다.
천뢰백미호들은 사람의 형상으로 변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그럴 시간도 없는 듯 바빠 보였다.
집채만 한 여우들이 곁을 빙글빙글 돌자 요연비는 혼비백산했다.
이강은 문득 가장 성격이 급했던 적요를 알아보았다.
적요의 오른쪽 눈에는 큼지막한 상처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당해서 눈을 잃은 것이다.
“어떻게 나를 찾아왔지?”
“어머니께서 보내셨다.”
“구미가……. 지금 어디 계시나. 얼마 전에 호정촌에 찾아갔었는데…….”
곤륜산맥을 통과할 때 이강은 천뢰백미호의 거처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돌아가셨다.”
이강은 비로소 경악했다.
구미는 강대하기 그지없는 대요괴였다.
힘을 많이 잃었다 하나, 절대고수라도 구미를 상대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참사교의 호교사령, 흑암이라는 자였다.”
적요는 그리 말하며 으르렁댔다.
호교사령, 호교사령이라면 대요괴 구미를 죽일 수 있다.
흑암이라면 분명…… 참사교의 검이라 불리는 자.
죽은 구미가 자식들에게 이강을 만나라고 시킨 것일까?
“어머니는 우리와 함께 몸을 피하려고 하셨지만. 놈은 추격을 멈추지 않았지.”
“그자들은 곤륜산에 인간들을 모아 서로 다투게 했다. 당장 그곳으로 가야 해!”
거기까지는 이강도 이미 알고 있는 일이었다.
참사교는 마교를 장악하여 중원침공을 자행했다.
중원을 파괴하여 참사교의 재흥을 꿈꾸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었다.
이강이 그 이야기를 했지만, 적요의 대답은 달랐다.
“그것이 아니다. 그자들은 곤륜산맥 전체에 말뚝을 박고 의식을 준비하고 있어.”
그리고 똑똑히 말했다.
“그것을 저지하지 않는다면. 그곳에 있는 인간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단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이강은 도천과 위세령을 바라보았다.
영화제자들은 알고 있는 이야기인가 싶어서.
“……뭐라고?”
그러나 그들 역시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
“타라.”
자존심 높았던 요괴가 자신의 몸을 수그렸다.
“시간을 지체해서 모든 인간을 제물로 바치고 싶지 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