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Peace Biography RAW novel - Chapter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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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비 내리는 호남선(湖南船)
아리따운 가락에 유훈은 절로 몸이 들썩거렸다. 그는 교 부인의 허리를 휘감고 킬킬 웃었다. 그의 벌어진 잇새로 술 냄새가 풍겼다. 교씨는 고개를 살짝 숙여 냄새를 피했다.
“부인! 이 어찌 즐겁지 않소? 난세의 인생이란 것도 한 번은 살아봄직하지 않소? 어떻소, 어떻소, 부인?”
교씨는 애써 웃으며 그 말을 긍정했다.
“그렇습니다, 장군. 장군의 내자가 된 것이 너무나도 기쁘옵니다……”
유훈은 물색없이 웃었다.
“으헤헤, 그렇지? 그렇고 말고. 그대는 복 받은 게요! 이 난세에, 이 난세에 말이야!”
그래요, 이 난세에, 이 난세에…… 교씨의 웃음기가 희미해지더니 이내 멎었다. 유훈은 벌떡 일어나 노래를 부르는 궁녀의 옷자락을 대뜸 붙잡았다. 노래를 부르는 궁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유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노래를 그치지 마라! 그치면 넌 죽어!”
궁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계속 노래를 불렀다. 유훈은 궁녀의 옷을 한 겹, 두 겹 벗겼다. 궁녀의 하얀 나신이 드러나고, 가장 풍만한 곳의 붉은 점이 가을바람에 오소소 떨려 도드라졌다. 유훈은 그것을 희롱하며 군침을 흘렸다.
“예쁘기도, 예쁘기도 하지!”
붉은 점을 유훈의 입에 감춰진 붉은 면이 할짝거렸다. 궁녀의 하얀 교성이 호숫가에 메아리쳤다.
“사나이 인생, 이만하면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너, 노래가 썩 좋더구나! 다시 불러라. 같은 노래로 다시 불러!”
즐거워라 군자여, 나라의 빛이시다.
즐거워라 군자여, 만수무강 하소서!
즐거워라 군자여, 나라의 빛이시다.
즐거워라 군자여, 만수무강 하소서!
“즐거워라! 군자여! 즐거워라! 사내여! 즐거워라! 천하여!”
유훈은 용선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 팔을 벌려 품 안에 바람을 안았다.
“즐거워라! 즐거워라! 즐거워라!”
그때 바람이 한 차례 휭 불더니 단풍잎 매달린 가지를 털었다. 붉은 이파리가 용선 위에 한 차례 우수수 떨어졌다. 노래를 부르던 나신의 궁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툭.
시린 빗방울이 궁녀의 풍만한 젖무덤 사이를 파고들었다. 궁녀는 놀라 몸을 움츠렸다.
툭, 툭, 툭, 툭툭툭.
한껏 풍류를 누리던 유훈도 궁녀를 따라 하늘을 바라보았다.
“응?”
툭툭툭, 툭툭툭, 툭툭툭툭툭툭툭……
점점 빈도를 높여가던 빗방울이 떼 지어 낙하했다. 이내 쏴― 쏟았다. 유훈은 단박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젠장, 뭐냐!”
맑던 하늘이 이내 잿빛이 되더니 천지분간을 못할 정도로 쏟아졌다. 유훈은 급히 용선의 누각 아래로 몸을 숨겼다. 누각은 다섯 사람은 족히 들어갈 규모였지만, 궁녀들은 감히 젖은 몸으로 누각을 범하지 못했다. 유훈은 꽁한 표정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애꿎은 하늘을 욕보였다.
“제길! 내가 즐기는 꼴이 그리도 얄밉소!”
궁녀들은 맨몸으로 비를 맞았다. 얇은 비단옷이 비를 맞아 궁녀들의 하얀 살색을 드러냈다. 유훈은 짓궂은 생각이 떠올라 킬킬 웃었다.
“어이, 너희!”
부르는 소리에 궁녀들이 돌아봤다.
“다 벗어! 감기 걸리겠다.”
“네, 네에……?”
되묻는 말에 유훈은 뼛성을 냈다.
“벗으라고! 한 번 더 말하게 하면 그 다음부터는 입이 아니라 칼로 말할 거다!”
불호령에 궁녀들은 후다닥 옷을 벗었다. 열 명의 나신에서 풍기는 체취가 빗방울 사이에서 진하게 퍼졌다. 유훈은 코를 벌름거리며 체취를 제 코로 빨아들였다.
“아, 이거 미치겠구만.”
유훈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입맛을 쩝 다시다가 노군들에게 명했다.
“어이, 여강으로 돌아간다! 시야가 어두운데 너희가 잘 찾아가겠느냐? 나는 천자가 아니니 송경이 아니라 여강으로 가야한다! 알겠니?”
노군들 중 가장 듬직한 이가 읍하며 받들었다.
“알아 뫼시겠습니다! 편히 쉬고 계시면 여강에 귀환해있을 것입니다!”
“어이, 좋다. 맡기겠다.”
유훈은 술을 두 잔 연거푸 마시더니, 궁녀들 사이에서 몸을 떠는 교씨를 향해 손짓했다.
“부인, 어찌 그곳에 계시오? 이리 오시오. 따끈하게 품어줄게.”
교씨는 고개를 내저었다.
“몸이 찹니다. 고뿔에 걸리실까 저어되는 탓으로……”
유훈은 크크 웃었다.
“나는 사실 물비린내 나는 여인을 좋아한다오. 이리 오라니까. 따끈하게 품어준다고!”
교씨는 불안한 눈빛을 어디에 둘지 몰라 망설이다가 유훈의 불호령이 한 번 더 떨어지자 부리나케 누각 위로 올라갔다. 유훈은 일절 한 마디 말이 없이 살진 들짐승이 되어 교씨의 옷을 마구 헤집어 벗겼다.
“부인의 몸은 보고 또 봐도, 볼 때마다 아랫도리가 뻐근해진다오.”
유훈은 자신의 옷도 벗어던졌다.
“내가 따뜻하게 품어주니까, 당신도 내 추운 곳을 따뜻하게 품어주셔야겠소.”
“……”
유훈은 아랫도리를 벗어던지고 뻐근하게 달아오른 물건을 교씨의 몸에 마구 비볐다. 교씨는 눈을 꼭 감고 입술을 앙 다물었다.
“이따금 소리를 내줘도 좋잖소.”
유훈은 교씨의 목을 가볍게 졸랐다. 교씨는 고개를 좌우로 비틀며 입술 사이로 신음을 뱉었다.
“한결 낫군.”
유훈이 교씨를 범하는 동안 용선은 빠르게 내달렸다. 불어난 물을 타고 빠르게. 유훈은 교씨의 몸에 묻은 빗방울을 핥으며 땀을 흘렸다. 허리를 부단히 전후좌우로 마구 놀리면서 교씨의 속을 헤집었다. 교씨는 참담한 얼굴로 눈물을 흘렸다.
“부인, 우시오?”
유훈이 헐떡이며 묻자 교씨는 신음 사이에 부정의 대답을 섞어 내보냈다.
“…빗방울입니다……”
“예쁜 대답이군.”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마구 쏟아졌다. 유훈은 교씨와 일을 하는 도중에 노군들에게 물었다.
“어이, 잘 가고 있냐!”
즉각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심려 마십시오. 잘 가고 있습니다.”
“옳다. 서둘러 가면 너에게 궁녀 하나를 내리겠다. 과분한 상이지.”
“더 빨리 가야겠군요.”
“크하하, 그렇다!”
유훈은 더욱 빠르게 교씨를 범하고, 용선은 그것보다 더욱 빠르게 나아갔다. 유훈은 여유롭게 노래마저 불렀다.
즐거워라 군자여, 나라의 빛이시다.
즐거워라 군자여, 만수무강 하소서!
즐거워라 군자여, 나라의 빛이시다.
즐거워라 군자여, 만수무강 하소서!
“부인, 어떻소, 좋소?”
“…네.”
“어떻소, 내가 좋소?”
“…네.”
“어떻소, 나를 사랑하오?”
“……”
“나를 사랑하오?”
“……”
유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를 사랑하냐고 물었잖아!”
끝내 답이 돌아오지 않자 유훈은 교씨의 뺨을 내리쳤다.
“고약한 년!”
부아가 치민 유훈은 노군을 향해 물었다.
“얼마나 왔느냐!”
노군은 이죽이죽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얼마나 왔느냐고!”
“다 왔소.”
“뭐야! 이 자식이 예법을 잊었느냐! 감히 천자께서 용선을 허락한 나에게 말버릇이 그 따위냐!”
노군은 픽 웃더니 저벅저벅 용선의 난간을 향해 걸어갔다. 다른 노군들도 그와 똑같이 했다. 유훈은 교씨와 교합한 채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하냐?”
노군은 유훈을 향해 한 차례 더 씩 웃어 보이고, 난간 위에 올라서더니 호수를 향해 뛰어들었다. 삼 십 명의 노군이 모조리 그렇게 했다.
“뭐, 뭐냐!”
유훈이 놀라 일어서려고 했지만, 교씨의 놀란 음부가 유훈의 물건을 꽉 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유훈은 어정쩡하게 엎드린 자세로 숨을 쌕쌕 쉬었다.
“…뭐냐고.”
호수에 빠진 노군들은 기척이 없었다. 유훈의 귀에는 교합한 면을 통해 전해오는 교씨의 가쁜 호흡과 내달리는 자신의 박동, 그리고 사정없이 붓는 빗소리만이 들렸다. 그러던 것이, 배의 아래쪽에서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용선이 좌우로 급하게 기우뚱거렸다.
“뭐냐, 뭐냐, 뭐냐!”
궁녀 중 하나가 갑자기 제 발목까지 차오르는 물에 놀라 소리를 질렀다. 꺄악― 날카로운 비명이 공기를 갈랐다. 유훈은 일어나려고 했으나 교씨의 음부가 계속 유훈을 붙잡았다.
“놓으라고, 이 창녀야!”
유훈은 교씨의 뺨을 마구 갈겼지만 교씨는 울기만 할 뿐 유훈의 명을 따르지 못했다.
배의 갑판에 차오르던 물은 이제 궁녀들의 허리춤을 적셨다. 벗은 궁녀들은 저들끼리 부둥켜안고 컹컹 울었다. 용선은 점점 빗물과 호수의 물로 차올랐다. 점차로 가라앉았다. 삐거덕 소리를 내면서.
“젠장, 젠장……”
용선은 이제 꼼짝없이 난파선이 되어 호수의 아래로 처박혀갔다. 위엄이 서린 선수의 용머리 조각상도 볼품없어졌다.
궁녀들 중 하나가 두려움에 울음을 짜내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것만이 그들의 두려움을 달래줄 유일한 방법이었다.
……즐거워라 군자여, 나라의 빛이시다……
……즐거워라 군자여, 만수무강 하소서……
“무슨 일이냐,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유훈의 낙망에 누구도 답하지 못했다. 오로지 궁녀의 구슬픈 노랫소리만이 빗속을 뚫고 멀리 퍼져나갔다. 교씨는 교접한 채로 계속 울었다.
……즐거워라 군자여, 나라의 빛이시다……
……즐거워라 군자여, 만수무강 하소서……
폭우로 불어난 호수는 금방 용선을 집어삼켰다. 애초에 없었던 듯 용선은 호수의 한가운데, 저 아래로 가라앉았다. 남자 하나와, 열 하나의 여자를 끌어안은 채로.
능숙한 잠수부였던 삼십의 노군들은 호숫가로 헤엄쳐 나왔다. 잔뜩 물 먹은 자들이 뭍에 물을 토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궁녀 하나라도 잡아먹고 나올 걸.”
인정머리 없는 치가 지껄이자, 나머지 스물아홉이 낄낄거렸다. 가장 듬직한 이가 성큼성큼 걸어 나가 손차양을 하고 저 멀리 보이는 성문 쪽으로 눈빛을 쪼였다.
“어이, 눈 좋은 놈, 저기 뭐라고 썼냐?”
듬직한 이의 물음에 눈 좋은 놈이 답했다.
“형주(荊州) 강하군(江夏郡) 심양현(尋陽縣).”
“오호라.”
“이곳에서부터 형주, 라고 쓰여 있습니다요.”
“되었다! 우리는 송경으로 돌아간다!”
노군들, 잠수부를 겸하는 이들은 호보당당 송경으로 돌아갔다. 물에 빠진 궁녀의 마지막 가락이 메아리로 호수를 한동안 맴돌았다. 그러다 멎었다.
……즐거워라 군자여, 나라의 빛이시다……
……즐거워라 군자여, 만수무강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