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turn RAW novel - Chapter (282)
있습니다.” 검무양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제자는 무극이지만요.” 그는 권마의 지지 역시 오래가지 않을 거라 판단하고 있었다. “권마는 공사 구분을 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뱉은 말을 함부로 바꾸지 않을 겁니다.” 마불이 재빨리 덧붙여 말했다. “독왕 역시 공자님을 지지할 겁니다.” “무극이와 함께 연무장에서 짖으면서요?” “그래서 이공자는 후계자에서 더 멀어졌습니다. 천마가 될 사람이 그래선 안 되었죠.” “그날 이후 교내에서 무극이의 인기가 더 올라간 것은 알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중요한 것은 인기보단 교주님의 뜻입니다. 대공자님은 엄연한 교주님의 장남이시고 어려서부터 후계자가 될 거란 믿음을 줬습니다.” 마불은 그에게 힘을 주려 했지만 검무양은 힘 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요즘 저와 마불님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패배주의자와 근거 없는 낙관론자. 그렇지 않습니까?” “누가 패배주의자입니까?” 마불의 물음에 검무양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졌다. 검무양은 알려나 모르겠다. 마불은 그와의 관계에서 몇 번이나 좌절하고 실망해서 정말 패배주의에 빠질 뻔했다는 것을. 몇 번이나 마음을 가다듬어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마불이 차분히 물었다. “제가 낙관한 적은 없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왜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럼 제가 후계자가 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마불이 검무양의 눈을 응시하며 단호히 대답했다. “믿습니다.” “그래서 문젭니다. 정세를 판단하는 눈이 이렇게 어두우시니까요. 우리가 고여서 썩고 있던 와중에 무극이는 폭포처럼 터져서 바다로 흘러나갔습니다.” “이공자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우린 한 가지 일만 잘하면 되는 겁니다.” “그게 뭡니까?” 마불은 사람들이 산 정상에서 외치듯 목청을 높여 소리쳤다. “교주 자리에는 대공자가 더 어울린다!” 그의 외침이 메아리쳐 여러 번 울려 퍼졌다. 메아리가 사라졌을 때 마불이 말했다. “그것만 모두에게 설득하면 되는 겁니다. 이공자가 마존들의 마음을 가져갔다고 자존심 상할 필요도 없고, 화낼 필요도 없습니다. 대공자께선 오직 그것만 해내면 됩니다.” 검무양이 다소 억양된 어조로 분통을 터뜨렸다. “참으로 답답하십니다! 마불께서는 정말 제가 교주 자리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십니까?” 마불은 확신하듯 말했다. “네, 더 잘 어울립니다.” “이래서 근거 없는 확신이라는 겁니다. 마불님은 무극이의 선택을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제게 남은 것 아닙니까?” 검무양은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을, 마불에게 큰 상처가 될 말을 여과 없이 내뱉었다. 뜻밖에 마불은 그렇게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저 말이 비명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검무양은 속마음을 숨기면서 자신을 대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힘들다고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그 말이야말로 근거가 없는 말이군요.” 마불이 담담히 대답하자 검무양은 품에서 작은 약병을 꺼냈다. “이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아십니까?” “뭐가 들었습니까?” “무형지독입니다.” 무형지독이란 말에 마불은 깜짝 놀랐다. “그걸로 이공자를 죽이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러자 검무양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못 죽일 것도 없죠.” 마불이 그를 응시하며 물었다. “그럼 왜 여기서 꺼냅니까? 이공자와 술 한잔하자고 해서, 타 먹이십시오! 죽여버리십시오!” 한바탕 그렇게 몰아붙인 후, 마불은 진심을 다해 그를 달랬다. “그러시면 안 되는 것 알지 않습니까? 이공자는 피를 보지 않고 후계 싸움을 하겠다고 선포했는데, 이공자를 독살하면 그 누구도 대공자를 따르지 않을 겁니다. 마존들도, 그 아래 마인들도요.” 검무양이 약병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제게 쓸까 고민 중입니다.” 짝! 검무양의 고개가 돌아갔다. 마불이 훌쩍 뛰어올라 그의 뺨을 사정없이 때린 것이다. 놀란 검무양이 그를 쳐다보았다. 설마 마불이 자신의 몸에 손을 댈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놀라도 너무 놀랐다. 마불이 손을 내밀었다. “주십시오.” 마불의 몸에서 황금빛 광채와 더불어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검무양은 처음 봤다. 마불이 자기 앞에서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주십시오!” 그의 박력에 검무양은 약병을 그에게 주었다. 마불이 마개를 열더니 그대로 절벽 아래에 부었다. 그리고 병도 던져버렸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저, 처음 맞아봤습니다.” “저도 교주 혈육은 처음 때려 봤습니다.” 자존심 강한 검무양이 미쳐 날뛸 줄 알았는데, 뜻밖에 그는 차분했다. 검무극을 죽인다고 했을 때 때렸으면 어쩌면 폭발했을지도 모르겠다. “비싸게 주고 산 독인데, 아깝습니다.” “아까운 건 그런 헛된 생각을 한 시간입니다.” 내내 말려 올라가 있던 검무양의 입꼬리가 제자리를 찾았다. 검무양이 자리에 앉았다. 지금까지 마불을 내려다보면서 말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눈높이를 맞췄다. “대공자, 하늘 한 번 쳐다보시오.” 마불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 멀리 천마신교만을 쳐다보던 검무양의 시선도 하늘을 향했다. 원래 마불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검무양은 느꼈다. 자신도, 그리고 마불도 많이 변했다는 것을. 검무극과 얽히면서 모두가 변해가고 있다. “불안함을 이겨내야 후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공자가 태풍처럼 불어닥쳤다면 대공자께서는 바위가 되십시오. 태풍에도 굳건한 바위가 되십시오.” 검무양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불 이 사람, 진심이다.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마존. 그러고 보니 마불은 처음부터 있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남아준 마존이었다. “저는 바위가 아니라 태풍에 굴러다니는 조약돌에 불과합니다. 어르신도 무극이에게 가십시오! 무극이가 더 어르신의 마음을 알아줄 겁니다. 저보다 말도 더 잘할 거고, 배려심도 깊을 겁니다.” “그래서 싫습니다. 그건 제 역할인데, 왜 이공자가 합니까? 나이 많은 제가 배려하고 제가 이해해야지요. 지금 제가 대공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요.” 검무양은 울컥했다. 지난번 만났을 때 검무극에게 이렇게 말했다. ―마존들이 네 앞에서 웃고 있다고 네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건 큰 착각이다. 그들은 결국 마지막 순간 자신의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할 거야. 지금껏 이런 마음으로 살아왔었는데. “왜 저를 선택하셨습니까?” 불어온 바람이 두 사람의 옷자락을 흔들었다. “저는 이공자보다 대공자가 더 좋은가 봅니다.” 마불은 농담처럼 웃으며 말했지만, 검무양은 웃지 않았다. 자신의 인생이 절벽 끝까지 몰렸을 때, 그 절벽 앞에서 누군가 자신을 지켜주고 있었다. 어른 키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마불이 거인처럼 자신의 앞을 막아서 주고 있었다. “그럼 저 먼저 내려가겠습니다.” 마불이 작별을 고하고 돌아섰다. “마불님.” “네?” “사실 아까 그 약, 무형지독 아니었습니다. 마의가 만든 내상치료제입니다. 제가 마실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요.” “알고 있습니다.” 검무양이 깜짝 놀랐다. “알고 있었다고요?” 마불이 품에서 똑같은 약병을 꺼냈다. “저도 가지고 있으니까요.” “알면서도 저를 때린 겁니까?” 마불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대공자님을 때려 보겠습니까?”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마불은 재빨리 돌아서 산에서 내려갔다. 그 모습을 쳐다보며 검무양은 결국 어이없는 웃음을 짓고 말았다. 검무양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저 멀리 보이는 천마신교 대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가면 결국 지고 말겠지만.” 이미 져버렸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냥 질 수는 없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왠지 오늘만큼은 악몽을 꾸지 않을 것 같았다. * * * “자꾸 신경 거슬리게 할래?” 책을 읽던 혈천도마가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혈천도마의 방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중요한 고민 중입니다.” “그러니까 그 중요한 고민을 왜 여기서 하냐는 말이지.” “여기 책이 많아서 그런지 똑똑해지는 기분이 들어서요.” “그럼 천마서각에 들어가서 고민해. 세상에서 제일 똑똑해질 테니까.” “거긴 어르신이 안 계시잖아요?” 나는 슬그머니 혈천도마에게 다가갔다. “위기에 처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어르신인데 어찌합니까?” “네가 좋아하는 가면쟁이 있지 않으냐? 만년설삼도 양보해 줄 사이인데. 거기 가서 알아봐.” 나는 웃음이 나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이 꼬장꼬장한 사람이 어울리지 않게 질투를 한 번씩 한단 말이지. 특히 소마에게 질투를 많이 하는 혈천도마였다. “누굴 우리 어르신과 비교하겠습니까? 소마는 저기 악인곡에서 벽이나 보고 있으라 하십시오.” “그게 아니겠지. 함께 온 여인이랑 좋은 시간 보내라고 방해하지 않는 거겠지.” “천화루주 온 것도 다 알고 계시는군요.” “알고 싶지 않아도 종일 온갖 보고가 날아온다.” 혈천도마가 책을 읽었다. “그러니까 그 황금대작전인지 뭔지, 가면쟁이나 주정뱅이에게 가서 의논해.” 나는 혈천도마가 책을 읽고 있는 창가 자리 옆 바닥에 앉았다. “작전명은 거창하게 지었는데, 세부 계획은 하나도 못 세웠습니다. 책을 그렇게 많이 읽으셨으니, 그 책 안에 방법도 있을 것 아닙니까?” “이놈아, 책은 그 말도 안 되는 작전들 피해서 쉬러 오는 곳이다. 답은 거기서 찾아.” “좋습니다. 답을 찾을 때까지 여기서 합숙하겠습니다!” “누구 마음대로!” 내가 침상으로 몸을 던지는 순간, 보이지 않는 힘이 나를 밀어냈다. “밖에서 입던 옷 입고 침상에 눕지 마라!” 혈천도마가 허공섭물로 나를 문 앞으로 데려갔다. 나는 문 옆에 난 창가에 기댄 채 고민했다. “대체 뭐가 고민이냐?” “이번 작전이 마불을 무작정 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서 어렵습니다.” “네 사람으로 만들면 왜 안 되는데?” 혈천도마가 그 이유를 모를 리가 없는데? “그야 마불까지 뺏어오면 형을 너무 궁지에 모는 것이 되니까요.” 그래서 형이 둬서는 안 될 수를 둘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혈천도마는 나와는 다른 관점으로 이 상황을 보고 있었다. “과연 그럴까?” “아닙니까?” 잠시 사이를 두고 혈천도마가 말했다. “마불마저 돌아서면 대공자도 깔끔하게 포기하지 않을까? 나는 대공자가 그 정도는 되는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 나는 혈천도마보다도 형을 믿지 않았나 보다. 어려서 나를 괴롭혔던 일 때문일 것이다. 궁지에 몰리면 야비하고 치사한 짓을 저지르고 말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나와는 별개로 형과 마존들과의 관계도 존재하는 법. 마존들에게 형은 물러날 때 물러나는 사람인 것이다. “대공자에게 제대로 패배를 인정할 기회를 줘야지. 지금 네가 걱정하는 일들은 오히려 미련이 남았을 때 터질 거다.” 지금껏 책을 내려다보며 말하던 혈천도마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밟을 때는 확실하게 밟는 거다. 대공자를 위해서라도.” 나는 말없이 혈천도마를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냐?” “항상 드리는 말씀이지만 어르신 없으면 저는 어떻게 살까 해서요.” “항상 하는 말이지만 가면쟁이와 만년설삼 나눠 먹으며 잘 살겠지.” “집요하시군요.” “그래, 이쪽 앙심이나 걱정해라. 네가 왜 그 사람들 관계를 걱정하나? 건방지게.” 나는 혈천도마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답을 찾았습니다.” 혈천도마의 말이 옳다. 내가 전력으로 상대했을 때 비로소 형은 허탈하게 웃으며 패배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어설픈 배려는 형의 자존심에 상처만 입힐 뿐이다. 마불을 확실하게 내 사람으로 만든다. 오히려 그럴 때 형과 마불의 관계 역시 새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