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82
“듀얼로, 놈들을 구속해야겠군.”
““듀얼!””
듀얼 필드가 치솟아올랐다.
[2 vs 2 듀얼이 시작됩니다.]“···2대 2?”
여한설과 진슬아의 표정이 동시에 찡그려졌다.
***
“아. 망겜. 할 거 더럽게 없네. 망겜이네.”
랭크 게임 대기시간이 37분을 넘어가는 것을 보며 나는 투덜거렸다. 원래도 최상위권 등수가 되면 랭크 게임을 잡는 시간이 길어지기는 하지만 이 세상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모바일 소울 커맨더스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건, 목숨의 위협도 없이 할 수 있는 이런 초갓겜을 왜 아무도 안 하는건지 모르겠네.
[「신하연」님이 접속하셨습니다.]오. 적절하기 그지없는 타이밍에 신하연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아무리 두드려맞아도 계속 덤비더니, 여한설과 맞싸운 뒤부터는 슬슬 나랑 듀얼하는 걸 꺼린다. 작작 때릴 걸 그랬나.
덱 튜닝을 어느 정도 하고 나면 다시 덤벼드니 투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 듯 하지만, 문제는 내가 지금 심하게 심심하다는 데 있다. 모바일로 게임 하지도 못할 거 은행 가서 강도질이라도 한 다음에 제압하러 오는 경찰과 듀얼을 할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스핑크스.] [왜.] [전익현. 자주 저런 얼굴 해?] [어. 중증의 듀얼 중독이야. 냅둬.]그 정도로까지 미치진 않았거든. 은행을 털었다가는 시간강사 자리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 분명했으므로 나는 ‘주변 은행 위치’ 검색을 그만뒀다.
“···이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나는 휴대폰을 두들겼다.
[야.] [왜요.] [2:2 ㄱ?] [갑자기요?]대전 상대를 검색하고 있던 신하연의 상태창이 ‘대기 중’으로 바뀌었다. ‘파티 요청’창이 들어오고, 한 파티가 됐다.
바로 매칭 검색이 시작되고, 매칭이 성사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오른다. 2:2 매칭은 1:1과 레이팅이 다르게 책정되는지라 매칭될 유저가 꽤 있다.
[매칭이 성사되었습니다.] [룰 : 「2:2」, 「동시 턴」, 「소울 링크」, 「필드 공유」]가장 대중적인 플레이 룰이네. 「소울 링크」란 건, 한 팀의 두 플레이어 중에 한 명이 패배하면 나머지 한 명도 패배한다는 뜻이다.
룰을 확인한 나는 입맛을 다셨다. 2:2를 비롯한 ‘팀플’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소울 커맨더스 포맷 중 하나다. 이름부터 마음에 안 든다. ‘팀플’이라니. 불길하기 짝이 없는 울림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이것 말고는 딱히 선택지가 없다. 2:2가 그나마 모바일 소울 커맨더스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게임 룰이기 때문이다.
내가 팀플레이 포맷을 싫어하는 이유는 다양한데, 팀플레이 포맷을 가장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패 어때요?] [나쁘지 않아.]나와 함께하는 듀얼리스트와 좋든 싫든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지고 있는 패의 정보를 서로 나누고, 각자 최선의 판단을 한다.
한 턴에 한 플레이어만 플레이를 하는 브릿지 턴이 아니라 ‘동시 턴’ 룰이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게 이미 예약돼 있다.
나는 내 플레이를 마치고 옆 필드를 바라봤다. 「눈사람」소환이라니. 제정신인가.
+
【눈사람】
【1 mana】
【소환 : 아군 필드를 다음 세 턴 동안 빙결시킵니다.】
【1/2】
+
쩌저정! 필드가 얼어붙는다. 내가 상대의 명치를 후려까기 위해서 소환해 놨던 「아기 늑대기수」가 행동불능 상태에 빠졌다.
신하연의 덱에는 ‘빙결’키워드를 메리트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들이 많기 때문에 「눈사람」을 써서 필드 구축을 시작하는 게 왕도지만. 그러면 내 「명치 사냥꾼」의 템포가 심하게 밀려 버린다.
애초에 팀플을 한다는데 눈사람을 왜 들고 온 거야. 덱 튜닝 안했네. 어쩌면 생각을 안 한 걸지도.
[앗.]그제서야 사태파악을 한 신하연이 채팅을 올린다.
[괜찮음. 천천히 해 보자.]세 턴간 필드가 얼어붙은 탓에 상대의 파상공세에 내 필드가 그대로 밀려 버렸다. 초반의 필드장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덱에서 초반이 밀린 탓에 게임이 많이 힘들어졌다.
괜찮다. 이 정도면. 상대들의 실력도 크게 좋지 않고. 나는 침착하게 필드를 스윕하고, 내 맞은편의 명치를 후려패 나갔다.
상황이 반반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초반의 디메리트 트롤링 때문에 딜량이 부족하다. 마침내 내 핸드가 말라붙는다. 상대의 남은 체력은 6.
다음 드로우에, 모든 것이 달렸다.
[당신의 턴입니다.]나는 카드를 뽑는 모션을 본다. 갓 드로우다.
+
【돌진기병 로이】
【6 mana】
【돌진, 상대에게 1/1 기수를 셋 소환해 줍니다.】
【6/2】
+
“나는 돌진기병 로이를 소환!”
고오오. 화면 안에서 멋들어진 흑색 기수가 창을 들어올린다. 상대의 필드에 1/1의 기수가 셋 만들어졌지만, 아무 문제 없다. 상대에게는 다음 턴이 오지 않을 테니까. 이번 턴, ‘로이’의 직접 공격으로 나의 승리다.
“나는 돌진기병 로이로 상대를 직접 공격!”
[공격할 수 없습니다.]“?”
뭐지. 버근가. 아무리 휴대폰을 드래그해도 로이가 움직이지 않는다.
로이의 몸이 얼음으로 뒤덮혀 있다.
나는 그제서야 옆의 필드에서 벌어진 로그를 확인했다.
[이전 플레이 : 신하연 플레이어가 「빙결여제」를 소환]+
【빙결여제】
【7 mana】
【모든 필드를 빙결시킵니다.】
【8/8】
+
상대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신하연이 빙결여제를 소환한 것이다. 그것도 내 「로이」소환이 끝난 직후에. 적절하기 그지없는 플레이다. 내가 소환하기 전이어도, 소환하고 공격 선언을 한 후였어도 게임이 끝나는 건데. 예측이라도 한 것 마냥 정확한 타이밍에 필드를 얼려 버렸다.
내가 팀플 게임을 싫어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던 플레이어에게 트롤링을 당하는 경우가 생기니까. 그것도 꽤나 빈번하게.
기대를 하지 말 걸. 기대를 하니까 배신당하는 것인데.
빠악! 화면 안의 내가 상대에게 소환해 준 기수들에게 얻어맞는다.
가뜩이나 낮아져 있던 체력이 줄어들어 0이 된다.
[패배하셨습니다.]나는 휴대폰을 덮고 심호흡을 했다. 이거. 내가 이긴 거다. 패배했다는 글자는 거짓이다. 이건 가짜 게임이었다.
[전익현! 표정 무서워!] [보아하니 또 졌나보네.] [전익현. 질 때마다 저런 표정 해?] [무섭지? 쟤 장난 아냐. 눈 뒤집히면 네가 있는 어항도 때려부술걸?] [무서워! 시레나 도망쳐야 해!]시레나가 불안하게 탈출구를 찾아 어항을 뱅뱅 맴돈다. 야. 처음 온 애한테 이상한 고정관념 불어넣지 마. 진짜 내가 이상한 놈 같잖아.
아무튼 이런 이유들 때문에 팀플은 쓰레기다. 팀플레이 할 바에는 혼자 하는 게 백 번 낫다.
***
두 명의 ‘교수’들의 플레이의 퀄리티는 꽤나 높았다. 아마 진짜 교수와 비슷한 급 정도는 될 것이다.
여한설의 실력 자체는 꽤나 올라와 있었지만, 교수 한 명을 상대로 무조건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옆에 있는 진슬아도 교수와는 크게 격차가 난다.
“난국이네.”
여한설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꽃잎 토큰」덱의 필드 전개력 덕분에 어째저째 버티고는 있지만 상황이 영 좋지 않다. 진슬아는 필드를 틀어막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여한설의 소환수들과 토큰은 소환되는 족족 점사당해 어둠 속성의「희생」에 바칠 소환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나는 「불사조 깃털」을 발동.”
고저도, 톤도 없는 교수의 목소리에, 여한설의 소환수가 다시 터져나갔다. 상황이 한층 불리해졌다.
“···젠장.”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면 질 수밖에 없다.
“어떡하지? 구호 요청이라도 해야 하나?”
“안 돼. 도심이랑 거리가 너무 멀어.”
지금 구호를 요청한다고 해도 오기 전에 게임이 끝날 것이 분명하다. 여한설은 길게 숨을 쉬었다. 이대로면 패배는 기정사실.
지면 어떻게 될까? 아카데미에서의 패배는 최소한의 안전이 담보되는 패배다. 필드, 그것도 「탑」의 존재와 듀얼해서 패배한다면···.
등골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절망적이네.”
“아직 안 졌어.”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있긴 해.”
어떤 난국이라도 뻔뻔하게 웃는 인간. 듀얼이라면 바닥을 모를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인간.
···그라면 아마도 팀플레이 듀얼에도 적절한 조언을 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듀얼 중이니 직접적인 조언을 받을 수는 없겠지만.
‘···묻기 싫어.’
무시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하지만 오래 고민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이지후.”
“전익현에게 전화 연결해 줘.”
자존심이 상하는 건 죽기보다 싫다. 하지만, 듀얼에서 지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것보다도 더 싫다.
끝
[통화를 거절하셨습니다.]하릴없이 덱을 구상하고 있는데 이상한 데서 전화가 오기에 거절 버튼을 눌렀다. 누가 예의 없게 덱 튜닝 시간에 전화를 하는 거지.
삐리리. 다시 전화가 온다. 어디서 올 전화도 없는지라 다시 통화 거절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전화가 온다. 전화번호 차단을 해 볼까 했는데 전부 다른 전화번호다.
뭐지. 이게 사이버 테러인가 뭔가 하는 그런 건가. 몇 번의 핑퐁 끝에 나는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
[왜 전화 안 받아!]여한설의 목소리다. 그러고 보니 처음 전화가 올 때 여한설의 이름이 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전화할 때에는 항상 파이팅이 넘치네.
“덱 튜닝 중이어서. 왜 전화했냐?”
[···팀플 잘 하는 방법 가르쳐 줘.]그건 나도 좀 알고 싶다.
“무슨 일 있냐?”
“그럼 팀플 잘 하는 법도 알 바 없겠네.”
나는 전화를 끊···.
[전화 끊으면 할아버지한테 말할 거야.]“뭘.”
[아무튼 뭔가를.]일름보 재벌가 여식의 갑질에 맞서 일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나는 소심하게 휴대폰을 바닥에 내려놨다.
“2:2 듀얼이라면 또 내가 잘 하기는 하지.”
[전익현. 몇 분 전 지지 않았어?]시레나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