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hise in the Otherworld RAW novel - Chapter 142
제 142화
17. 142화
화려한 방 안에서 의기소침한 소년이 창밖을 통해 세상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소년의 뒤에서 하녀라고 하기에는 화려하지만 귀족 부인이라고 보기에는 조금은 수수한 복장의 여인이 서 있었다.
“셀라, 성 밖의 이야기를 해 주지 않겠어?”
“예, 국왕 폐하.”
셀라는 테슬란 국왕의 요구에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서 그리고 할머니에게서 들었던 동화 같은 이야기에서부터 셀라가 보고 겪었던 수많은 이야기들까지 귀찮아하지도 않은 채로 모두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나도 성 밖으로 나가 보고 싶다.”
처음에는 셀라에게 거부감을 보였지만 지금은 테슬란에게 있어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셀라였다.
물론 테슬란은 셀라조차도 자신을 감시하는 이들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하고는 있었다.
자신의 누이의 남편인 아르센의 권력이 성안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자신을 지키는 기사들조차도 자신의 지시보다는 아르센의 지시를 따르고 있었으니 테슬란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없었다.
“나가 보실래요?”
“뭐?”
테슬란은 그냥 푸념처럼 한 이야기였지만 셀라의 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다른 기사나 하녀들이었다면 절대 테슬란이 성 밖으로 나가는 일에 대해서 허락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셀라는 달랐다.
“하지만.”
“날씨도 좋고 하니 산책을 나가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국왕 폐하.”
셀라의 부드러운 미소에 테슬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평생 이 답답하기 짝이 없는 성안에 갇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던 테슬란이었다.
“대공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어째서요? 볼테르 왕국은 대공의 것이 아니라 폐하의 것입니다. 대공의 허락을 받으실 필요는 없으세요.”
셀라의 말에 테슬란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호위하는 기사를 바라보았다.
기사의 표정이 변하지는 않았지만 움찔 떨리는 몸에 테슬란은 셀라가 걱정이 되었다.
지금 자신이 셀라마저 잃게 된다면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폐하께서 산책을 하시고자 하니 준비하거라.”
“…….”
셀라는 기사에게 마치 아랫사람을 대하듯이 지시를 내렸다.
그런 셀라의 모습에 기사는 당황한 듯했지만 셀라의 지시를 따르려는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테슬란처럼 대공의 허락이 없기에 테슬란이 왕성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런 우물쭈물하는 기사를 셀라는 더욱 엄하게 다그쳤다.
“네놈이 감히 폐하의 지시를 거역하는 것이냐!”
“그…… 그렇지 않습니다.”
대공의 권력이 왕국을 뒤덮고 있다지만 셀라의 말처럼 볼테르 왕국의 주인은 테슬란이었다.
“네가 테슬란 폐하의 신하이고 왕국의 기사라면 테슬란 폐하의 지시를 따르거라!”
셀라의 호통에 기사는 결국 어쩔 수 없이 테슬란의 외출을 위한 준비를 했다.
마음 같아서는 셀라의 목을 자신의 검으로 베어 버리고 싶었지만 이미 아르센으로부터 셀라가 테슬란을 공격하지 않는 이상은 절대 셀라를 건드리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뒤였다.
더욱이 근위 기사단의 단장과 부단장 및 몇몇 기사들은 셀라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에 셀라를 함부로 할 수도 없었다.
오직 테슬란에게만 셀라의 정체를 숨기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테슬란은 셀라가 자신의 친모라는 사실도 모른 채로 셀라의 도움으로 성 밖을 나와 볼 수 있었다.
“여기가 성 밖?”
“예, 폐하. 이곳이 폐하의 백성들이 사는 곳입니다.”
귀족가의 도련님과 같은 복장을 한 테슬란이어서인지 그의 정체가 들통나지는 않았다.
물론 테슬란의 주변에서 기사 복장이 아닌 평민들의 복장으로 위장한 기사들이 보호를 하고 있었기에 일반인들이 함부로 테슬란의 주변으로 다가오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 순간 기사들이 하나둘씩 테슬란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테슬란이 왕국민들의 삶을 들여다보기 편하게 거리를 두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테슬란에 대한 보호에 허점을 만드는 것이었다.
마치 불행한 일이 벌어지기를 기다리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사실도 모른 채로 테슬란은 나이 또래의 해맑은 표정으로 처음으로 나와 본 거리를 둘러보며 신기해했다.
그런 테슬란의 모습을 셀라는 조금은 안타깝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평범한 신분이었다면 좋았을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그게 테슬란의 운명이니.’
지고한 왕의 신분이었다.
당장에라도 안쓰러운 자신의 아들을 품에 안은 채로 자신이 테슬란의 엄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테슬란의 정통성에 흠집을 내게 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꾸욱 눌러 참는 셀라였다.
셀라 그녀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주 잠깐 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뿐이었다.
숨 막히게 답답한 왕궁 내에서 테슬란의 마지막 안식처가 되어 줄 수 있다면, 그래서 테슬란이 볼테르 왕국의 진정한 왕이 될 수 있다면 셀라는 만족할 수 있을 것이었다.
“저게 프랜차이즈 매장이야?”
“예. 아르센 대공께서 처음 만들었던 프렌치프라이네요.”
“아!”
말로만 들었지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물론 좀 더 어린 시절에 아르센이 직접 패스트푸드들을 만들어 주기는 했었다.
아르센이 워낙에 바빴기에 자주는 먹을 수 없었지만 대부분의 패스트푸드들은 접해 본 테슬란이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처럼 줄을 서서 패스트푸드를 먹어 본 적은 없었기에 테슬란은 멍하니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한번 줄 서서 주문을 해 보실래요?”
“어? 그래도 돼?”
“그럼요. 호호호!”
마치 어린아이를 가르치듯이 셀라는 다시 경험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지만 패스트푸드에서 음식을 받는 법을 경험시켜 주었다.
“내가 했어! 셀라! 내가 했다고!”
“호호호! 정말 잘하셨어요.”
테슬란은 비록 셀라의 도움이 있었지만 주문을 하고 음식까지 직접 받아 본 것에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의지대로 그 어떤 것도 해 보지 못한 테슬란에게 처음으로 자신감을 가지게 해 준 것이었다.
그렇게 패스트푸드를 받아서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음식을 먹는 테슬란과 셀라였다.
주변에서 두 사람을 보호하던 위장한 기사들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자신을 감시하는 사람이 없자 테슬란은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했다.
셀라도 자신을 감시하는 사람일 터였지만 그래도 셀라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테슬란이었다.
“형님께서는 어째서 왕위에 오르지 않으시는 걸까? 난 언제든 드릴 수 있는데 말이야.”
셀라는 테슬란이 말을 한 형님이 아르센을 가리키는 것임을 알고서는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진실을 밝힐 수 없는 것이 너무나도 답답한 셀라였다.
이 진실은 아르센조차도 알지 못하는 것이었기에 셀라는 자신이 친모라는 사실보다 더 테슬란에게 밝힐 수가 없었다.
“아르센 대공님을 믿으세요. 그분은 정말로 폐하가 볼테르 왕국을 다스리기를 원하시는 분이세요.”
“아니. 셀라. 형님이라고 해서 권력에 욕심이 없으실 리가 없어. 아마도 내가 죽을 때를 기다리고 계실 거야.”
테슬란은 셀라의 말을 부정하며 모두가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고 여겼다.
누이인 레일리 공주가 테슬란의 조카를 낳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아르센도 움직이게 될 것이라 여기는 테슬란이었다.
그렇게 아르센을 두려워하는 테슬란에게 셀라는 화가 난 표정을 지은 채로 말을 했다.
“그렇지 않아요! 테슬란!”
“셀라?”
“죄…… 죄송합니다, 폐하. 하지만 아르센 님을 두려워하지도 그리고 미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
“…….”
테슬란은 셀라의 말에 역시나 셀라도 결국에는 아르센의 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테슬란 자신이 의지할 만한 이는 아르베니아 대륙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이었다.
셀라와 테슬란이 왕궁 밖으로 나갔다는 소식은 아르센에게 바로 보고가 되었다.
“그녀의 행동이 도를 넘는 것 같습니다, 대공 각하.”
“무엇이 도를 넘는다는 건가.”
아르센은 셀라의 행동이 눈에 거슬린다는 기사단장의 보고에 실소를 했다.
기사단장도 셀라가 테슬란의 친모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셀라를 처벌해야 한다는 말투로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르센이 왕위를 탐낸다면 아르센의 목을 베어 버리겠다고 이야기를 하던 기사단장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레일리가 회임을 하고부터 더욱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기사단장이었다.
이제는 테슬란을 왕으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에 아르센은 기가 찰 정도였다.
“천한 신분의 여인이 테슬란 폐하의 마음을 어지럽힐까 걱정입니다.”
기사단장으로서는 왕의 핏줄이라고는 하지만 왕비도 아닌 천한 핏줄의 여인의 배에서 나온 테슬란보다 대공인 아르센과 왕가의 순수한 혈통인 레일리 공주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가 더욱더 정통의 왕위 계승자로 여겨지는 것이었다.
“테슬란 폐하는 아직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시다. 갑갑하고 살벌하기까지 한 왕궁에서 현명하고 자애로운 왕으로 성장하기는 힘들어. 더욱이 선왕께서 서거하신 뒤로 의지할 곳이 없으신 폐하시니 진심으로 폐하를 위하는 이가 필요해.”
“알겠습니다. 대공 각하.”
기사단장은 단호한 아르센의 말에 더 이상 아르센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아르센이 더 이상 왕위에 오르지 않는다고 해도 이제는 상관이 없었다.
‘공주님께서 왕자를 낳으신다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더 모양새가 좋겠지.’
아르센이 왕이 되지 않더라도 지금처럼 섭정으로 군림하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렇게 귀족들은 접근 방식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아르센이 왕위에 오른다면 역성혁명이지만 레일리 공주가 낳은 왕자가 왕위에 오른다면 볼테르 왕국의 정통성은 지켜지는 것이다.
물론 그때가 되면 테슬란은 자연히 제거되어야 했지만 왕에게 충성을 바친 기사단장조차 그에 대해서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폐하를 보호해라. 폐하께서 잘못되신다면 네놈의 목뿐만 아니라 귀족들 모두 죽일 테니까.”
기사단장은 아르센의 싸늘한 눈빛에 지금 한 말이 진심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의 아르센이라면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대공 각하.”
아직은 테슬란이 죽어야 할 때가 아니었다.
그렇게 자유를 만끽하던 테슬란은 기사들의 보호를 받으며 다시 왕궁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아르센은 왕궁 안으로 들어서는 테슬란을 성의 창을 통해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꼭 사악하고 탐욕스러운 왕위 찬탈자가 된 기분이군.”
아르센은 먼 미래에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욕을 먹는 것이 두려운 것이냐? 차라리 테슬란 폐하를 자유롭게 해 드리는 것이 폐하를 위한 것인가. 후우! 나도 권력에 물드는 모양이군.”
아르센은 자신의 말에 두려움에 떨던 기사단장의 모습을 떠올렸다.
무력이라면 아르센보다 평생을 검을 쥐었던 기사단장이 더 뛰어날 터였지만 기사단장은 아르센의 지시 앞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굴복하고 있었다.
그것이 권력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아르센은 어느덧 자신도 권력의 노예가 되어 가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