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89)
289화
온통 의문투성이였다.
대체 석문은 어떻게 열었으며, 죽었다던 좌사는 어떻게 여기 있는지? 대체 저 모습은 어떤 상황인지?
하지만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남궁류청과 좌사가 순식간에 수십 합을 겨뤘다.
고요하던 협곡에 우레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예상컨대 아마 협곡 위에서도 이 천둥소리가 들릴 것이다.
둘이 너무 가까이 붙어 빠르게 손을 놀리고 있었기에 쉽사리 끼어들 기회를 잡을 수가 없었다.
이러다 협곡이 무너지는 거 아닐까 싶을 때에야, 나는 끼어들었다.
오는 도중 마주친 마교도에게서 잠시 빌린 검에 검기를 담고 정확히 허점을 찔러 들어갔다.
“······ !”
좌사가 손바닥으로 검봉을 정확히 가로막았다. 보호구 하나 없이 맨손에 호신강기만 둘러져 있을 뿐 맨살인데 쇳덩어리와 부딪친 느낌이 들었다.
그대로 검날을 쥔 좌사가 역으로 휘둘렀다.
“큭”
거기에 담긴 위력에 나는 검을 놓치며 그대로 날아갔다.
순식간에 협곡의 절벽까지 날아갔다. 몸을 틀 겨를도 없었다. 그대로 절벽과 충돌할 뻔한 나를 뛰어 온 남궁류청이 막듯이 충돌했다.
속력을 이기지 못한 나와 남궁류청이 함께 바닥을 나뒹굴었다. 호신강기를 둘렀음에도 온몸이 부서질 듯 아팠다.
“퉤.”
나는 피 섞인 침을 뱉어 냈다.
남궁류청이 나를 받아 주지 않았다면 분명 어디 한군데는 부러졌을 것이다.
남궁류청도 잔뜩 인상을 찡그린 채 검으로 바닥을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동시에 물었다.
“괜찮아?”
“괜찮아?”
눈을 마주하고는 실웃음을 흘렸다. 나는 표정을 굳히고 말을 이었다.
“뭔가 이상해.”
좌사의 힘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무공의 세밀함은 훨씬 떨어졌지만, 담긴 내공과 파괴력이 전과 달랐다.
“전에 만났을 때는 이 정도까진······ !”
하지만 말 한마디도 제대로 이을 수가 없었다. 곧장 좌사가 공격해 들어왔기 때문이다.
10장에 가까운 거리를 순식간에 좁힌 좌사의 발짓 한 번에 협곡의 절벽 일부가 우르르무너져 내렸다.
무공의 세밀함이 부족하다?
상관없었다, 이 정도의 힘이라면.
기교는 약자에게나 필요한 것이었다. 좌사가 대충 휘두르는 움직임도 엄청나게 위협적이었다.
나는 좌사가 날린 흑색의 장력을 간신히 막았다.
또다시 뒤로 몇 발짝이나 물러난 사이, 좌사가 남궁류청에게 덮쳐들고 있었다.
남궁류청이 검강을 두른 채 허공에 검을 긋는 것이 보였다. 좌사의 탁한 흑색의 장력이 상앗빛 검기에 반으로 갈라졌다.
기이한 점은 또 있었다. 좌사가 내가 아니라, 자꾸 남궁류청을 먼저 노렸다. 나는 남궁류청 옆에 딸린 거추장스러운 짐 덩어리 취급이었다.
‘천마지보를 노리던 것이 아니었나?’
이미 주체가 바뀐 모습이었다.
그리고 남궁류청 또한 좌사의 목적이 자신인 것을 눈치챘다.
남궁류청이 말했다.
“가.”
“류청!”
“어차피 이자는 내가 목적인 것 같고······ .”
검기는 버틸 수 있었으나 검강까지는 무리였는지 남궁류청의 검으로 인해 좌사의 쇳덩어리 같은 몸에도 상처가 났다.
“네가 저 마귀의 무덤에서 뭘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는 데 힘빼서 좋을 것 없는 건 알아.”
“······ .”
“그러니까 가.”
마음은 같이 상대해야 한다고, 남궁류청을 혼자 두어선 안 된다고 외치고 있었다.
“버티고 있을 테니까.”
그런데 발이 주춤 뒤로 물러났다.
협곡 바닥에서 발견되었던 척후, 점점 개어 가는 안개. 눈앞에 누군가 머저 들어간 것이 분명한 천마대총.
“대신 꼭, 돌아와.”
* * *
쿵-!
천마대총이 살짝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위에서 먼지와 돌가루등이 충격 때마다 후드득 떨어지길 반복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앞만 보고 달렸다.
천마대총의 안은 마치 미로와 같았다.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천마대총 안에선 금안의 능력이 통하지 않았다.
자연지기를 움직일 수는 있었다.
다만 본래라면 보였던 벽 너머의 상황과 기간 진식 등이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해 금안으로 천마대총을 꿰뚫어 보는 것이 불가능했다.
유일하게 알 수 있었던 건 들어올 때 스치듯 보았던 석문이었다.
석문은 내가 과거 만신의의 비밀 거처에서 빠져나올 때, 그리고 위지백의 산장의 비밀 통로를 빠져 나올 때 쓴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되어 있었다.
아주 복잡한 순서로 진기를 불어 넣어야만 열 수 있는 방식.
그렇다면 대체 누가 이곳의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었을까?
천마대총 안은 긴장한 것에 비해 너무나 고요했다.
타닥, 타닥, 타닥, 타닥.
열린 석문이 우습게도 내 발걸음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이런 곳이라면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 목숨을 위협하는 기관진식이나 함정 같은 것은 없었다.
복도에 간격을 두고 늘어선 석상들과 계속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미로 같은 구조일 뿐.
‘발자국이라도 남아 있다면······.’
먼저 들어온 자를 뒤따를 수라도 있을 텐데.
천마지보는 천마대총의 위치는 알려 줬지만, 그 안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는 알려 주지 않았다.
내 걸음을 따라 벽에 걸린 횃대에 불이 확 피어 올랐다가 멀어지면 꺼지길 반복했다.
그 불빛에 따라 가슴 높이에 검을 쥔 얼굴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 을씨년스러운 것이 심장이 약한 자들에게 좋지 못한 장면이었다.
쿵-.
소음이 이제는 아주 작게 들렸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느려졌다.
기이했던 좌사의 모습. 좌사가 저 꼴인 것은 아마도 그가 익힌 사이한 무공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무공이 없었다.
천마지보로 마교의 무공에 관해 많은 지식을 얻었다고 한들 내가 마교의 모든 무공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천마지보가 생긴 지 벌써 몇 백년이 지났으니. 새로운 무공이 마교에 흡수되거나, 있던 무공이 개량되었을 것이다.
‘좌사의 저 모습이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있다면······.’
그때, 왠지 모르게 문득 석상에 시선이 갔다.
석상이 입고 있는 갑옷은 요즘은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양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슬지 않고 반짝였다. 석상이 들고 있는 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석상은 모두 다 다른 체격에 모두 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은 그런······.
순간 든 소름끼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두어 발 물러섰을 때.
턱.
무언가와 부딪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눈을 부릅떴다.
천마지보를 얻고 천마대총에 가까워질수록 내 기감은 훨씬 더 예민해진 상태였다. 그런 내 기감을 속이고 이렇게 바로 뒤까지 접근할 수 있는 실력자라니.
‘대체 누가······!’
이미 늦은 것이나 다름없지만, 비수를 든 채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굳었다.
“······화무?”
파리하게 질린 창백한 안색에 하얗게 바랜 머리카락, 금빛이 도는 눈동자.
얘가 대체 왜 여기 있는 거지?
내가 지금 귀신을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제갈화무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결국엔 남궁 공자와 왔네?”
“······.”
잠시 침묵하던 나는 분노에 차 그대로 멱살을 쥐었다.
“너 이 자식······!”
제갈화무가 희미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너! 알고 있었지?”
내가 비무 대회에서 우승하기 전, 제갈화무는 태고 진인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내가 천마지보를 만지도록 종용했다. 태고 진인이 손끝 하나 댈 수 없도록 철저하게 막아 그렇게 끝났지만.
만약 거기서 내가 만졌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겠는가?
“그러면서 입을 싹 다물어? 왜 상황을 이렇게 만든 거야!”
나를 이 상황에 밀어 넣은 것은 야율이었지만, 제갈화무가 내게 미리 언질이라도 줬다면 이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음, 지금 그게 궁금해?”
제갈화무의 눈동자가 기이하게 금빛으로 빛났다. 그리고 내 손을 덮어 쥔 손에선 꽤 강한 힘이 느껴졌다.
나는 의심스럽게 제갈화무를 보았다.
내가 제갈화무를 굳이 생각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으려 들었던 것은 그가 이미 더는 버티기 힘들 정도로 악화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예전에 네가 그랬지? 내 병이 천마가 저지른 짓이라고.”
제갈화무가 갑자기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살짝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그랬지.”
제갈화무를 만나기 전에 회귀때 얻었던 정보로는 그랬었다. 자세히 파고들자 조금 다른 이야기였지만.
“틀린 말은 아니야. 천마에게 대적하기 위해 기억을 물려주다가 후손들이 모두 절명하게 되었으니. 제갈은 내가 마지막일 테야.”
“······”
씁쓸하면서도 후련하게 느껴지는 그런 어조였다. 생에 집착하던 제갈화무와는 전혀 다른 태도.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다. 이제는 다른 사람이나 다름없다는 걸.
“그런데 이상하다 여긴 적 없어?”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제갈화무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나와 천마가 기억을 대대로 물려받는 게 무척 비슷하다고 생각 한 적 있지?”
“······.”
나는 침묵했다.
“음, 옛날이야기를 해 볼까? 그러니까 천마가 아직 천마가 아니었던 시절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