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214
213화 나스트론드(3)
[지나가라. 예언의 대적자여.]‘맹세를 저버린 자’는 그렇게 말하며 재현을 다음 관문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재현은 가벼운 걸음으로 내부를 향해 걸음을 뗐다.
‘이제 두 개의 관문은 지나온 건가.’
남은 것은 하나.
이미 시간은 이틀가량이 지나 있었다.
재현은 시련이 준비되는 때에 맞춰 빠르게 이를 돌파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어쨌든 지금 치르고 있는 것은 무기 강화 퀘스트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자신이 니플헤임에 도착한 이유는 세 번째 시련을 치르기 위함.
이를 위해서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세 번째 관문은 당신에게 상극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상극?”
재현은 그렇게 설명하는 헬라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하나, 그녀는 더 말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재현은 직감했다.
‘아무래도 마지막 관문이 쉽진 않다는 뜻이겠지.’
그릉!
파피는 재현의 바짓단을 콕콕 찌르며 힘내라는 듯 그를 위로해주었다.
조금 전 보았던 기억. 이는 재현의 표정을 어느 때보다 어둡게 만들고 있었으니까.
재현은 억지로 굳어진 표정을 푼 채 다시 앞을 향해 걸었다.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깊이 상기하지 않으면, 어느새 잊어버리게 되는 사실이었다.
* * *
[으아아아악…!] [아악…! 아아아악…!!]재현을 기다리고 있는 나스트론드의 마지막 관문은, 늑대가 인간들을 찢어발기는 지옥이었다.
핏빛으로 물든 가죽옷과 늑대의 성난 이빨, 널브러진 물건들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은 검이나 창과 같은 날붙이다.
“저들은 살인을 저지른 죄인들입니다. 죄 없는 자를 죽인 자들이죠.
그들은 세 번째 관문인 이곳에서 끊임없이 늑대들에게 찢기게 될 겁니다.”
살인에 대한 벌을 내리는 곳이라.
역시 어떤 곳에서든 사람을 죽이는 것이 가장 큰 죄악인 모양이었다.
재현은 주변을 잠시 둘러본 뒤, 죽 도열한 죽어가는 망자들을 무시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릉…!
헬라가 있기에 죄인들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일은 없었으나, 어쨌든 보기 좋은 풍경은 아니었다.
망자들은 시시때때로 이들의 길을 막으려 했고, 재현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파피 역시 이들을 경계하며 낮게 울고 있었다.
재현은 괜찮다는 듯 파피의 머리를 잠시 쓰다듬어 준 뒤, 마지막 문지기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역시 테마에 걸맞게 자리에는 늑대의 탈을 쓴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생을 앗아간 자’. 세쌍둥이 형제 중 가장 큰 형이며, 마지막 관문의 문지기입니다.”
헬라는 이번에도 간략한 설명을 해주었다. 재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향해 다가갔다.
‘생을 앗아간 자’가 입을 열었다.
‘생을 앗아간 자’는 흥미롭다는 듯 재현을 훑어보았다.
그는 예언의 대적자인 자신에 대해 잘 아는 듯 보였다.
재현으로서는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설명할 게 더 줄어들 테니까.
“마지막 문을 지나고 싶다. 뭘 해야 하지?”
재현의 물음에 ‘생을 앗아간 자’가 잠시 그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음… 아무래도 너는 꽤나 많은 사람을 죽인 모양이구나.]‘생을 앗아간 자’의 흔들리지 않는 얼굴이 어째서일까, 딱딱히 굳은 것처럼 보였다.
재현의 미간이 좁혀지며, 그로부터 짜증 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래서. 나를 들여보내 주지 못하겠다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니다. 네 살인의 동기는 다른 악한 이들의 것과는 명백히 다르니까. 죽인 이들 역시 모두 악하거나,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자들이었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을 살릴 방법이 있는지조차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분명 잘못이니까.]
“그런 놈들까지 신경 쓰기에는 내 주변에 있는 것을 지키는 게 더 급했거든.”
‘생을 앗아간 자’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그가 재현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이었다.
[나 역시 많은 것을 잃어보았다. 라그나로크… 그 기나긴 전쟁은 나스트론드의 감옥보다도 더 끔찍한 지옥, 그 자체였으니까.생판 모르는 남보다는 동료를 지키는 게 당연하겠지.]
“내가 마지막 관문을 지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 줄 수 있나?”
[한 가지.]‘생을 앗아간 자’의 고개가 갑작스레 돌아가며 목소리가 이어졌다.
[내가 하는 말에 무조건 긍정해라. 그렇다면 여길 지나가게 해 주지.대신 부정적인 대답을 내놓거나, 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이곳에서 너를 죽이겠다.]
“듣고 결정하지.”
재현의 말에 ‘생을 앗아간 자’가 곧바로 물어왔다.
[다시는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 맹세할 수 있나?처음 살인을 저지르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너는 그때의 결정을 바로잡을 수 있는가?]
그 말에 재현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허나, 이내 그는 피식 웃으며 투기를 끌어올렸다.
다른 이들을 죽이지 않을 수 있냐고?
“아니, 그건 못하겠는데?”
재현은 첫 번째로 죽였던 정우민을 떠올렸다.
그는 어머니에 이어 자신까지 죽이려 했던, 인간이라 취급할 수조차 없는 쓰레기였다.
재현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과연 나는 과거로 돌아가면 그를 죽이지 않을 수 있을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아니, 아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할 거다. 후회는 안 해.”
재현의 목소리와 함께, ‘생을 앗아간 자’의 명령이 떨어졌고.
크르르릉!
주변을 에워싼 늑대들이 재현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파피가 빠르게 재현의 앞에 섰다.
주인을 지키기 위한 본능적인 태세였다.
헬라가 피식 웃으며 재현을 바라보았다.
“역시 당신다운 결말이네요. 거짓말 한 번이면 지나갈 수 있는 길일 텐데. 나스트론드의 모두를 적으로 돌리겠다는 건가요?”
“그래야만 한다면.”
헬라는 진심으로 재현의 행동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대적자다워. 재현 군은 언제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좌절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그건 대단한 힘이야.’
처음부터 헬라는 마지막 관문의 문지기인 ‘생을 앗아간 자’가 재현에게 무엇을 물을지 알고 있었다.
다시는 사람을 죽이지 않을 수 있느냐?
이는 일종의 시험이었다.
이 상황만을 모면하기 위해 뉘우치는 척을 하는 죄인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그들은 마지막 관문을 지나자마자 니드호그에게 잡아먹힌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존재가 바로, 거짓으로 반성하는 척하며 자신을 기만하는 자였기 때문이다.
니드호그는 마지막 관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흐베르겔미르로 온 그런 위선적인 자들을 잡아먹는다.
사람을 속이고, 자신의 이익만을 취하는 자들은 언제나 재앙을 초래한다.
니드호그는 그런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 다시는 환생할 수 없게 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헬라가 재현에게 이를 설명한 적은 없다.
그렇다면 재현은 어째서 거짓으로 ‘생을 앗아간 자’를 속이지 않고, 그들과 싸우기로 한 것일까?
그녀가 생각하기에, 재현은 그저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스스로를 속이고 자신의 죄를 피하려 하지 않았을 뿐이다.
재현은 깨닫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부터 해야 하는 일은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것.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도망가기 시작해서는 오딘을 죽일 수 없다.
아스가르드를 무너뜨리고 두 번째 라그나로크를 막을 수 없는 것이다.
헬라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재현을 바라보았다.
앞의 ‘생을 앗아간 자’ 역시 나쁜 표정은 아니었다. 그는 되레 즐거워하고 있는 듯 보였다.
자신을 속이지 않고, 힘으로 맞서다니.
이런 자가 도대체 얼마 만이라는 말인가?
심지어 재현은 강했다.
스스로를 과신하지도, 맹신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이 이길 것이라고.
“저도 돕겠습니다. 이건 시련이 아니니까요.”
헬라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파피 역시 그릉, 하는 짧게 우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몸집을 불렸다.
나스트론드의 마지막 관문, 늑대들과 세 존재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재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제작한 검을 쥐었다.
서걱!
이어 늑대를 베어내는 서늘한 감각이 그의 손을 타고 전신에 번져갔다.
필요 없이 누군가를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을 가로막는다면 누구든 치워버린다.’
그게 재현의 행동 방침이었다.
* * *
흐베르겔미르의 깊은 곳. 재현의 전투를 지켜보는 한 존재가 있다.
거대한 덩치를 지닌 독룡 니드호그.
그는 이 샘을 지키는 자이자, 이그드라실의 뿌리를 갉아 먹는 드래곤이었다.
[간만에 흥미로운 녀석이 날 찾아왔구나.]니드호그의 뒤편에는 무수히 많은 시체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하나같이 위선으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살인자들. 이들은 니드호그의 식사 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민재현이라고 했나… 분명 녀석은 이곳까지 도달하겠지.]니드호그는 재현이 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생을 앗아간 자’가 강하다고는 해도, 신격 2단계 해방을 마친 존재를 처치하는 것은 어렵다.
이미 재현은 매 순간 자신을 증명하며 한계를 극복해 지금의 힘을 갖추었다.
고작해야 문지기가 상대할 수준은 벗어난 지 오래인 것이다.
니드호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긴 몸을 죽 늘였다.
“그럼, 빠르면 저녁 즈음에 날 찾아올 테니 슬슬 준비를….”
그가 재현을 관찰하기 위해 사용하던 수정구의 마력을 꺼뜨린, 바로 그 순간.
콰앙!
정면으로부터 터져 나온 굉음과 함께 마지막 관문의 문이 활짝 열렸다.
니드호그의 입꼬리가 인정사정없이 치솟았다.
그곳에는 재현을 비롯한 그의 일행이 서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생각하던 것보다 몇 배는 더 빨리 흐베르겔미르로 도착했다. 이는 예상에 없던 일이었다.
[재미있구나…! 대적자… 상상 이상이야!]“칭찬은 고맙지만… 일단 무기부터 강화해주는 게 어때? 너도 알다시피 꽤 먼 길을 왔거든.”
재현의 능청스러운 말.
이야기했던 것과는 달리, 재현은 조금 전 늑대들을 순식간에 정리해 버리고 이곳까지 도달했다.
니드호그조차 놀랄 만한 속도로.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되겠군.]니드호그가 마력을 끌어올리며 이었다.
[꽤 고대하고 있었거든. 예언의 대적자인 너와 싸우는 걸 말이야.]그 순간, 갑작스레 재현의 귓가가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주의! 최초로 온전한 격을 지닌 신화급 존재와 조우했습니다.
―격의 차이가 극심합니다!
―당장 전투를 중단하십시오.
―당장 전투를 중단하십시오.
허나, 재현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웃으며 되레 마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간만에 싸울 만한 녀석을 만난 것 같은데.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죠? 헬라.”
“그거 알아요? 재현 군은 이둔만큼이나 제정신이 아니에요.”
물론 그렇게 말하는 그녀 역시 웃고 있었다.
재현은 숨을 고른 채 앞을 보았다.
니드호그.
신화 속 흐베르겔미르의 주인이자, 독을 지닌 이들 중 단연 최강으로 묘사되는 자.
지금 재현은 그런 존재와의 전투를 앞둔 것이었다.
니드호그가 거체를 움직이며 전투태세를 취했다.
[걱정 마라. 전력을 다하지는 않을 테니까.]“당연히 그래야지. 여기서 날 죽이면 너도 손해잖아?”
니드호그는 재현의 당돌한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가 날카로운 새하얀 독니를 드러내며 재현을 바라보았다.
[예언의 대적자여. 지금부터 내가 너를 시험하겠다.]재현은 그 말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받았다.
“얼마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