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분위기가 어느 정도 조성되자 나는 뜸을 들이며 천천히 말했다.
“남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믿고 끝까지 내 편에서 서 줄 수 있나?”
“…….”
‘까마귀 발’과 원로들이 이해되지는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쨌거나 그들은 나를 천둥새 신이라고 철저하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내 편에 설라는 말에 그들은 얼굴에 의문을 띄울 수밖에 없었다.
잠깐 사이, 여러 생각이 스쳐 가는 듯 ‘까마귀 발’과 원로들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며 점자 어두워졌다.
“혹시 다른 오지브웨 동족들이 천둥새 신인 황제 폐하를 받아들이지 않고, 뒤에서 뭔가 음모라도 꾸민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심안이나 맵 창으로 우리 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들에게 직접 그 얘기를 듣고 싶었다.
“뭐가 뭔지도 모르는 바보 같은 놈들!”
“감히 천둥새 신께 수작을 부리다니.”
“다들 미쳤군! 제정신이 아니야!”
“동족이라 해도 제가 가만히 두지 않을 겁니다.”
남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 원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분노를 터트렸다.
마지막으로 ‘까마귀 발’이 화를 꾹 참으며 다짐하듯 말했다.
“저희 남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은 이미 천둥새 신인 황제 폐하 사람들입니다. 끝까지 황제 폐하를 믿고 따르겠습니다.”
난 입가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대들을 믿고, 나머지 오지브웨 부족 사람들을 설득해 보지.”
“감사합니다. 황제 폐하!”
“천둥새 신이여! 오지브웨 부족 사람들에게 평화를 안겨주십시오.”
‘까마귀 발’과 남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 원로들이 나에게 연신 감사를 표하며 잠시 멈춰줬던 연회가 다시 이어졌다.
한쪽 구석에 자리 잡은 전사들이 흥을 돋우기 위해 피리를 불거나 북을 두드리며 연주했다.
피이이이이! 피이이! 피이이이!
두우웅! 둥둥!
두 가지 악기로만 연주해도 음악이 무척 웅장하게 들려왔다.
아까 대추장인 ‘까마귀 발’에게 물어봤지만, 그들이 연주한 곡은 나를 기리기 위한 곡이었다.
-천둥새 신을 위하여.
아주 먼 옛날부터 오지브웨 부족 사이에서 내려오는 연주곡이라고 한다.
잠시 전사들의 연주곡을 감상하다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들이 보고 있는 자작나무껍질 종이를 쳐다봤다.
‘악보라도 되는 건가?’
잠시 후, 전사들의 연주가 끝나자 ‘까마귀 발’에게 부탁했다.
“…하늘의 태양의 종이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자작나무껍질 종이를 건네받자 ‘까마귀 발’이 부끄럽다는 듯 민망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피식!
난 자작나무껍질 종이 안의 내용을 유심히 살펴봤다.
모닥불 빛으로 보이는 다양한 그림 문자들.
사람이나 동물이 여러 형태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 걸 보면 무슨 스토리가 있는 것 같았다.
‘이건 천둥새 신이고.’
‘저건 뿔 달린 뱀이네.’
대략 천둥새 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뿔 달린 뱀을 죽여 사람을 구한다는 내용.
‘근데, 이 그림을 보고 어떻게 연주하는 거지?’
당연히 의문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면 북과 피리를 연주하는 전사들은 이 그림 문자를 보면서 자신의 감정이 느끼는 대로 연주하는 듯했다.
“……천둥새 신을 찬양하는 내용입니다.”
“그렇군.”
‘까마귀 발’이 내 옆에서 간단히 부연 설명하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이 그림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은 무척이나 난해한 악보였다.
“다른 곡도 있는데, 들어보시겠습니까?”
“밤이 너무 늦었군. 다음에.”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에둘러서 거절한 난 머릿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악보를 만들어야겠어.’
의식주를 해결하느라 음악이나 미술 같은 문화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물론, 그것들이 현 상황에 맞지 않게 사치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늘의 태양’에 속한 부족마다 전통 음악이 있었고, 또 그 음악들을 보존할 필요성을 느꼈다.
어쨌든 문화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니까.
‘지금이라도 문화에 조금씩 투자해야겠어.’
우선, 악보를 만드는 것부터.
* * *
남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 마을에서 지낸 지도 며칠이 흘렀다.
그동안 이 지역을 돌아다니며 어떤 자원이 있는지 확인했고, 또, 뭘 발전시켜야 할지 고민했다.
“황제 폐하! 떠날 준비가 끝났습니다.”
내가 머무는 자작나무껍질 움막에 ‘세찬 눈보라’가 들어와 보고했다.
“남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 전사들은?”
“삼백 명 정도 됩니다.”
아마 남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 대추장과 주요 사람들과 더하면 인원은 더 늘어날 것이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출발하지.”
“네. 황제 폐하!”
잠시 후, 오지브웨 부족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마을을 나섰다.
“천둥새 신이여! 축복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우리 마을을 방문해주세요!”
마을 바깥에는 완전무장한 오지브웨 부족 전사들이 친위대 전사들의 지시를 받으며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마침, ‘들소 가죽’이 앞으로 일정에 대해 간략하게 얘기했다.
“곧장 북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 지역으로 갈 것입니다. 다행히도 ‘까마귀 발’ 대추장이 다른 오지브웨 부족들한테 미리 연락해놔서 황제 폐하께서 그들을 기다릴 필요 없을 듯합니다. 다만, 오지브웨 부족 대주술사들이 몇 가지 황제 폐하를 시험한다고 하더군요.”
“내가 천둥새 신인지, 아닌지를?”
“네.”
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과연 오지브웨 부족 대주술사들이 어떤 걸 준비했는지 기대가 됐다.
그리고 며칠 전, ‘바람과 구름’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출발 명령을 내렸다.
“가지.”
“네, 황제 폐하!”
* * *
체로키 강 중류.
‘거북 등껍질’과 ‘땅’ 상단이 우거진 숲 속을 무척 지친 표정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때, 전방을 정찰하러 갔던 상단 호위 전사 몇 명이 돌아왔다.
“상단주님! 휴식할 만한 곳을 찾았습니다.”
미지의 부족 전사들의 기습을 받은 이후 그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땅’ 상단 사람들은 보름 동안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체로키 부족 영토에 들어온 ‘거북 등껍질’은 그제야 굳은 얼굴을 폈다.
“좋아서 거기서 쉬도록 하지. 일행들의 그쪽으로 안내해.”
“알겠습니다.”
정찰하러 갔던 상단 호위 전사들이 다시금 앞으로 치고 나아갔다.
그들을 뒤따라가며 ‘거북 등껍질’은 사기가 저하된 ‘땅’ 상단 사람들에게 힘을 북돋웠다.
“곧 휴식할 예정이다. 조금만 더 걷도록.”
“네, 상단주님!”
힘없이 대답하는 그들을 이해한다는 듯 ‘거북 등껍질’이 다시 걸으며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사망자 둘, 부상자 다섯.
지금까지 수없이 상행하면서 자신이 이끄는 ‘땅’ 상단 사람들이 죽은 게 이번에 처음이었다.
‘좀 더 내가 신중하게 움직였다면…’
‘먼저 접촉부터 할 걸 그랬어.’
주변에 보는 눈이 있어서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거북 등껍질’은 무척이나 후회하며 자책하고 있었다.
잠시 후, 계곡에 자리 잡은 ‘땅’ 상단 사람들이 오랜만에 편하게 휴식을 취했다.
‘거북 등껍질’과 상단 호위 책임자는 그들과 함께 휴식하면서 대책을 세웠다.
“…크게 다친 직원은 아무래도 힘들 것 같습니다. 그냥 체로키 부족의 교역소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니. 카토바 부족과 전쟁 중이라 체로키 부족은 위험해. 모두의 안전을 위해 그냥 이대로 일리노이 연맹 지역으로 가서 치료를 받는 게 나아.”
“알겠습니다.”
목적지가 다시 정해졌다.
“당분간은 상부에 미지의 부족과 접촉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보고할 생각이야. 마스코지 부족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우리 상단을 공격한 부족 말고도 대규모의 마을이 열 개 정도 더 있는 것 같더군.”
“지금으로선 미지의 부족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최대한 위험을 줄일 필요는 있겠죠.”
“그래. 그나저나 내가 너무 어설프게 결정했어. 대평원의 개척 부대가 조사가 끝날 때쯤 미지의 부족들을 접촉했어야 했는데.”
또다시 자책하는 ‘거북 등껍질’을 상단 호위 책임자가 위로를 건넸다.
“상단주님! 그냥 운이 없다고 생각하십시오.”
“그래야지. 아마 지금쯤이면 개척 부대가 임무를 받고, ‘아주 큰’ 강으로 달려오겠지?”
“아마 그럴 겁니다.”
* * *
‘하늘의 태양’ 수도, ‘아주 큰’ 도시.
연구소 단지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자 찬란한 노을’은 몇몇 행정기구 수장과 함께 관청에서 나왔다.
“…그 기계가 제대로 작동된다면 인력이 획기적으로 감소하겠네요.”
“…저도 얼마나 대단한 기계인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찬란한 노을’과 행정기구 수장들은 전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번화가를 빠르게 가로질러 갔다.
잠시 후, 연구소 단지 한쪽에 자리 잡은 광장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대부분이 여자들이네요.”
“그러게요.”
‘찬란한 노을’과 행정기구 수장들이 자리에 앉자 바로 시연이 시작됐다.
광장에 있던 사람들이 조용해지며 단상 위로 기술자들이 차례대로 걸어갔다.
마포로 덮여 있는 기계들은 총 열 대.
그리고 연구소 수장이 단상 맨 앞으로 나와 시연에 앞서 이번에 만든 기계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지금까지 여자들이 실을 만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 물레만 있다면 혼자서도 충분히 실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시연할 여자분들을 이 자리에서 바로 섭외하겠습니다. 물레를 사용해보시고 싶은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연구소 단지 광장에 있던 여자들이 소란스러워졌다.
웅성웅성!
“제가 해볼게요!”
“저요!”
물레를 시연할 여자분들이 정해지자 마포에 덮여 있던 물레가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
겉으로 보기엔 물레라는 기계가 무척 초라해 보였다.
하지만, 작동 방법을 들은 여자들이 각자 한 자리를 차지하며 커다란 물레바퀴 손잡이를 잡고 돌리기 시작했다.
드르르륵! 드르르르륵!
“실이 나온다!”
“저렇게 실을 짜는 게 쉬웠나?”
“저 물레만 있으면 나 혼자 온종일 실을 뽑을 수 있겠는데.”
연구소 단지 광장에 있던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탄성을 자아냈다.
특히, 마 옷을 담당하는 여자들은 기쁨의 몸짓으로 환호를 보냈다.
잠시 후, 자리에 없는 황제 폐하 대신에서 ‘찬란한 노을’이 연구소 수장과 물레를 제작한 기술자들을 치하했다.
“잘 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기술자들을 대표해 연구소 수장이 대답했다.
“…원리가 간단해서 물레를 쉽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게 다 설계도를 준 황제 폐하의 덕분이죠.”
“그나저나 베틀이라는 기계는 언제 나오나요?”
“그게 생각보다 복잡해서 좀 시일이 걸릴 듯합니다. 그래도 목화를 수확할 가을쯤에는 베틀이 완성될 것이니 그리 걱정 안 하셔도 될 듯합니다.”
“네. 기대할게요.”
* * *
북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 마을.
수많은 호수를 지나 북부 삼림 오지브웨 부족 전사들의 안내와 호위를 받으며 나와 방문단 일행은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 예상대로 천둥새 신이라는 소문을 듣고 온 여러 오지브웨 부족 사람들이 마을 입구부터 나를 구경하기 위해 몰려 있었다.
웅성웅성!
“방문단이 왔다!”
“천둥새 신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어디에 있지?”
“저 중앙에 있는 사람인 것 같은데.”
그때, 수많은 인파를 지나가면서 유난히 특이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저자들이군.’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맵 창의 표시된 점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