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82)
제 1082화
254화. 태양신의 자아들(6)
털썩!
쓰러진 단테의 근처로 동료들이 모여들었다. 포칼의 손에서 흘러나온 태양기가 마치 팔처럼 단테를 부드럽게 안아서 들었다.
단테는 그 순간까지도 론으로부터 물려받은 검, 라시드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었다.
[기적이구나. 이 아이가 지금껏 버텨준 것은.]포칼이 단테를 살피며 말했다.
[이곳을 처음 창조했을 때, 나는 기적이라는 게 무엇인지를 처음 깨달았다. 바다 아래의 생물은 내가 바다를 만들자 우연히 생겨났으며, 하늘에 사는 생물도, 땅에 사는 생물도 그러했다. 나는 이 세상을 창조했을 뿐, 그 모든 법칙과 질서까지 혼자 정하지 않았다.]단테는 뼈와 내장이 보일 만큼 깊은 상처가 가득하나, 포칼의 손길을 받은 이후부터 단테의 호흡은 빠르게 안정되고 있었다.
[나조차 설명할 수 없는 인과와 우연이 쌓여…… 마침내 필연에 닿는 것이다. 그 결과가 아름답든, 그렇지 못하든. 이 아이는 오늘 여기서 죽지 않을 운명이었던 것이다.]이내 포칼이 고개를 들었다.
어리석은 형제와 필멸자들을 응시하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육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거대한 이야기의 탑은 하늘을 짓누르듯 떠 있었고, 크라고스는 내내 여유롭던 기세를 잃은 채 긴장한 듯 보였다.
[하나, 너희에게도 과연 그러한 기적이 허락될까? 지플, 너흰…… 세상을 망치고 있다. 돌멩이 하나마저, 눈송이 하나마저 너희의 뜻대로만 결정할 수 있는 세상을 원하지. 그건 기적이라 부를 수 없다. 완성된 세계라고도 부를 수 없어. 단지, 끝없는 어둠일 뿐이다. 모든 가능성이 닫힌 어둠…….]출렁, 출렁, 촤아아아……!
포칼의 눈동자가 빛나자 일대에 형성된 금빛 바다가 출렁였다.
그 바다를 이룬 물은 한 방울, 한 방울이 전부 인간과 생명, 그리고 그들이 일군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포칼이 사랑하는 기적으로 가득한 존재들이, 어긋난 힘에 짓밟혀 변한 것이다.
그 사실이 포칼을 진노하게 만들고 있었다. 전장의 모든 생명과 사물이 그 분노에 반응해 일그러지고 있었다.
오로지 진과 동료들만이 편하게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걸 넘어, 그들은 마치 바람을 휘감은 듯 온몸이 가벼워지는 감각도 느꼈다. 포칼의 힘이 깃들고 있는 것이다.
친구의 죽음이라는 고통과 죄책감은 사라졌고, 검을 쥔 손은 한없이 단단하며 적을 보는 시선은 무섭도록 형형하다.
“무덤을 잘 골랐구나, 켈리악 지플. 오늘 네놈은 이 자리에서 반드시 죽는다. 그리고 크라고스…… 네놈도 곱게 끝날 생각은 버려라.”
화륵……!
브라다만테의 칼날에 청화가 일었다. 마검 비기 업화, 불사조 테스가 소환문을 뚫고 모습을 드러내자 지플의 일원들은 지난번 전투의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진이 적들의, 특히 켈리악의 죽음을 확신한 건 다름이 아니다.
그가 도망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야기의 탑은 포칼이 나타난 직후부터 계속 공간 도약과 현실 조작을 시도하고 있으나, 마신석은 사방에 퍼진 태양기를 감당치 못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계산되지 않았다. 병력을 생성하는 것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포칼과 크라고스, 그리고 말루기아의 태양기가 마신석의 기능을 강력하게 저하하는 중이었다.
“후우…….”
끄드득!
이야기의 탑 중앙부, 켈리악은 분노에 차 이를 악물었다. 악다문 이빨과 입술 사이로, 분노에 섞인 허망함이 한숨처럼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건 말을 아끼지 못한 죗값이다. 지금부터 나의 또 다른 자아인 크라고스를 찾으러 갈 것이다. 그를 깨운 후, 나는 다시 잠에 들 것이다.]
-크라고스를 깨운 후엔, 내가 무엇을 하면 되지?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여라. 나는 너를 선택하였으니.]
-정말 마음에 드는 대답이로군…….
-[하나만 명심하면 될 뿐이다. 결국 끝에 너희를 기다리는 건, 종말뿐이라는 것을. 결국은 모두가 죽어 없어져서 흔적조차 남지 않게 될 것이다. 바람에 휘날리는 먼지 한 톨조차도.]
바로 얼마 전 말루기아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마음대로 하라는 게, 이런 뜻이었나…….”
속았다.
말루기아에게 제대로 농락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마치 켈리악이 끝까지 칼춤이라도 추도록 도와줄 듯이 말했으나, 아무것도 아니었다.
“켈리악 친구, 상황이 그렇게 안 좋아? 그, 말루기아가 나타나서 도와주지 않을까?”
“그자는 이 모든 상황을 예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일부러 마신석에 깃든 본인의 힘을 제외하고 있을 테지.”
“하아? 대체 뭘 위해서? 말은 우리를 마치 앞으로 쓰기 좋은 종처럼 부리려는 듯이 하더니!?”
켈리악은 말루기아가 제 목에 남긴 흉터를 어루만지며 몇 초쯤 생각에 잠겼다.
금방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우선 너희로부터 분화된 수많은 세상을 닫을 필요가 있다. 너희가 천 년 전 역사를 조작하면서 생긴, 그 수많은 찌꺼기를.]
‘나를, 지플을 이용해 무슨 일을 꾸몄든, 어떤 방법을 사용하려는 것이든…… 말루기아가 바라는 건 하나뿐이다. 그자는, 나를 다른 차원을 닫기 위한 소모품으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흉터가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그 흉터가 생긴 순간부터, 사실 켈리악의 목숨은 완전히 말루기아의 소유였다. 지금 말루기아는 단지 주인으로서 그 목숨을 사용할 권리를 행사하는 것일 뿐.
“젠장, 그래도 저 크라고스라는 놈은 우릴 돕겠지? 어차피 저쪽하곤 적대인 것 같으니, 으…… 그래도 어렵네. 어렵다.”
살아 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아둔한 라갈조차 그 사실을 직감하고 있었다. 마신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현재 바멀 연합과 지플의 전력 차이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상공 최강을 자부하는 이야기의 탑은 마신석이 아니면 그저 거대한 비행 구조물일 뿐이며, 그 안에 탑승 중인 마법사들은 이 시점에 변수가 될 수 없다. 망령대도, 유령대도, 마령대도 전부 옛적부터 바멀 연합에 패배한 기록이 수 차례였다.
창성급 전투 능력자를 비교해도 마찬가지, 지플엔 오로지 켈리악뿐이다. 그가 지금 분노에 찬 연합의 무인들을 혼자 당해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지금은 그간 지플이 해오던 것처럼 대량 학살을 빌미로 협박을 할 수도 없었다. 그들이 인질로 잡을 수많은 사람은, 이미 황금의 물이 되어 제국 땅에 흐르고 있으니까.
“……발악을 할 때로군, 라갈.”
파도가 밀려오듯, 계속해서 중앙부 함교 너머로 진의 업화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마치 악몽처럼,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머잖아 저 불은 이야기의 탑을 불사르고 켈리악을 휘감으려 들 것이다. 그러곤 육신도 영혼도 남김없이 태워버릴 것이다.
“으윽, 그것밖에 없나.”
“끝나더라도, 이대로 허무하게 끝날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실행할 수밖에. 라갈, 너는 우선 엘로나 지플의 육신을 허물어라.”
엘로나를 사로잡은 후부터 라갈은 켈리악의 명을 받고 매일 그녀의 육신에 독을 주입해왔다.
그때는 태양신의 자아나 다중세계의 진실 같은 정보를 모를 때인 만큼, 추후 엘로나가 만약 폭주할 경우에 대비하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말루기아가 그 육신을 쓰지 못하도록 망치려는 의도다. 그 압도적인 태양신의 힘 앞에 라갈의 독 같은 게 통할 것 같지는 않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어차피 마지막이기 때문이었다. 늘 진에게 따라주고는 했던 기적이 벌어지지 않는 한, 지플의 일원은 이곳에서 단 한 사람도 살아 돌아갈 수 없었다.
“알았어.”
“지플의 권속들은 들어라. 예기치 못한 난입으로 인해, 우린 이제 마지막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적들을 물어뜯어라. 우리가 죽더라도, 적들 역시 더 나아갈 수 없도록.”
츠하아아악-! 크드드득!
켈리악이 그 말을 끝낸 순간, 함교 전방이 무너지며 이야기의 탑 중앙 내부로 푸른 화염이 쏟아졌다.
그 순간이 켈리악에겐 마치 느린 화면처럼 보였다.
언제, 어떻게, 무엇으로 이토록 거대해졌는지 알 수 없는…… 룬칸델의 막내, 그 깊고 흉포한 눈동자가 그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켈리악, 주제에 이제야 최후를 맞이하는 거대 세력의 수장다운 얼굴을 하고 있구나. 그래, 느꼈을 테지. 마침내 오늘이 끝이라는 사실을.”
켈리악은 대답하지 않고 지팡이를 들어 그의 검을 막아냈다. 검과 지팡이가 부딪힌 순간, 중앙부 일부가 마신석과 함께 분리되는 모습이 이어졌다.
진은 순식간에 탑에서 떨어져 멀어지는 마신석의 모습을 보며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이 도망칠 곳은 없고, 바깥엔 동료들이 있었다.
“끝이면 어떠한가? 어차피 종말이 다가왔다. 너흰 아직 말루기아의 실체를 마주하지 못했으니…… 이 작은 승리감에 도취할 수 있을 테지.”
진은 이미 마신석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근접전이 시작되고, 진은 단 한 번도 뒷걸음질을 치지 않고 켈리악을 밀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가 자랑하는 공간 폭발과 지플의 비전 대마법들은 진을 위협할 수 없었다. 똑같은 창성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라, 진이 그 모든 걸 너무 잘 아는 까닭이었다.
“비참한 내면을 감추려 애쓰지 마라, 켈리악. 내가 네놈의 힘을 잘 알고 있듯이, 너 또한 나를 잘 알고 있다. 나는, 사라지지 않는 사람이다. 네놈들이 무슨 짓을 하든, 네놈들보다 더 강력한 놈들이 무슨 일을 꾸미든, 나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싸우는 사람이다.”
칼날이 목을 스치고 지나가는 감각을 느끼며, 켈리악은 진이 방금 한 말을 곱씹었다.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말이었다.
두 사람의 무기가 맞물리며 굉음이 번지는 와중, 바깥에선 강렬한 폭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소가주. 황금함대, 방금 도착하였습니다.]티칸에 대기 중인 황금함대가 도착한 것이다. 단테의 안전도 확보되었으니, 이제 연합은 끌려다닐 이유가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
분노에 찬 황금함들은 벌써 전장을 포위하고 있었다. 이야기의 탑이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다.
“기함 사라 검 개방, 전 함대, 적을 말살하라. 오늘 이 땅에서, 지플과 이야기의 탑은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