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hief of Jurassic Defense RAW novel - Chapter (146)
146. 고향
천성이 선했던 인야에게 있어, 워록의 자질이란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운명이었다.
“대체 어쩌다 내가…?”
신전에 입원한 중환자들의 치료에 종종 실패했던 일 때문에?
별안간 마을에 난입한 랩터 떼에게 물려간 아이들을 제때 구출하지 못한 것 때문에?
구덩이 무덤의 장례를 너무 오랫동안 담당해왔기 때문에?
그도 아니면, 마을사람들 몰래 공룡 고기를 즐기던 취미 때문에?
“말도 안 돼. 고작 그런 일 때문에….”
그러나 뒤늦게 후회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아직 익숙치 않은 워록의 힘이었지만, 어쨌든 일컬어지기로 이것은 신의 계시였다.
그리고 인야가 태어나고 자랐던 마을이 원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인야는 어떻게든 힘겨운 순례길을 하루하루 이어나갔다.
“호호, 인야 님 덕분에 시끄러운 치들이 이제야 좀 조용해졌네요. 물론 제가 직접 나서도 됐지만요!”
“고맙소, 그대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이곳 첼족의 주민들이 크게 다치거나 위험할 뻔했소.”
“티라노족에게 물건을 전부 털릴 뻔했습니다. 인야 님께서는 저희 오르니토의 은인이십니다!”
대륙의 동부, 북부, 서부, 중부 그리고 남부까지.
그녀는 온 곳을 돌아다니며 워록으로써의 경험을 쌓고, 지인들을 만들었다.
종종 흥미로운 일이 있어, 거대한 용각류 원소룡과의 인연도 만들 수 있었다.
《모오오오오오-》
“새끼를 찾아줘서 고맙다고?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걸.”
그렇게 사도의 길을 걷던 중, 그러던 어느 날.
인야는 한 남자를 마주쳤다.
“이봐요! 괜찮아요?!”
그는 바로 바토르 가이.
인야가 처음 발견한 바토르의 상태는 심각했다.
다리 한쪽이 완전히 뜯긴 채, 피를 뚝뚝 흘리는 외발로 먼 거리를 걷고 있었으니.
그의 뒤쪽으로 끝없이 이어진 핏자국은 그가 현재 느낄 고통이 어떤지 미루어 짐작하게끔 했다.
“끄으으윽….”
워록이 된 이후, 더 이상 신성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인야.
그녀는 지혈을 위해 붕대와 약초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바토르의 입에서는 도움을 요청하는 말이 아닌, 예상 밖의 말이 흘러나왔다.
“이곳은 곧 위험해지니, 숨어라….”
“저, 이 상처는… 당장 치료받지 않으면!”
바토르는 인야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혹시 남은 도끼가 있는가?”
“도끼라면….”
얼떨결에 지니고 있던 여행용 손도끼 하나를 건네준 인야.
그녀는 바토르의 손길에 의해 곧바로 수풀로 내던져지고 말았다.
쏜살같이 날아들어 바토르를 덮쳐온, 마소스폰딜루스 수인 – 마소스들 때문이었다.
“오너라!”
쿠콰콰콰쾅-!
그들 중 하나가 피안개가 되어 터져 나갔다.
그러나 방금 동료 하나를 잃은 나머지 마소스들은 개의치 않고 그를 둘러쌌고, 바토르는 품속에 손을 넣은 채 말했다.
“아직 나에겐 세 자루의 도끼가 남아있다. 흐흐흐.”
“키익… 아직 도끼가… 남아있다고?”
“궁금하면 움직여보던지. 지금부터 먼저 움직이는 놈 대가리부터 먼저 터져 나간다고 생각해라.”
바토르는 그렇게 눈을 부릅뜬 채 놈들을 노려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상황을 헤쳐나갈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았다.
점점 악화되고 있는 대치 상황.
어느새 마소스들의 뒤쪽으로, 또다른 티라노족 전사들이 합류했다.
그리고 그들 사이로, 날카로운 이빨을 빛내며 티라노족의 족장, 엑소르가 다가왔다.
“끝이다, 바토르 가이!”
길다란 글레이브를 땅에 꽂아 넣으며 엑소르가 포효했다.
“우리 조상들이 겪어온 굴종과 핍박의 역사! 그것을 바로 이곳에서, 대족장인 네놈의 피를 마시는 것으로 달래도록 하겠다.”
“누누이 말했지 않은가, 엑소르. 나는 그저 흩어져 사는 휴먼족의 부족들을 통합하려는 것뿐. 너희 티라노족에게는 관심이 없다고.”
“너희 인간들은 언제나 한 입으로 두말을 하지. 휴먼족의 그 내전이라는 명분으로, 이미 우리 티라노족의 마을이 셀 수 없이 불타올랐다!”
“쯧, 그러니 내가 그 어리석은 우리네 부족들을 싹 다 통일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공룡 대가리라고는 하지만, 설마하니 이 정도도 이해하지 못할 줄이야!”
그렇게 으르렁대던 둘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격돌했다.
물론 그 격돌이란, 티라노족의 일방적인 공격일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바토르는 다리 하나가 없는 상태 그대로였으니까.
아직 던질 도끼가 남아있는 척 허세를 부리던 바토르는 결국 다가올 죽음을 예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때.
“양쪽 다, 부디 싸우지 말아 주세요…!”
숨어있던 인야가 튀어나와 바토르의 앞을 가로막았다.
동시에 검은 화염의 벽이 바토르와 티라노족 사이를 갈라놓았다.
“평화롭게 대화로 하면 되잖아요. 이렇게 피를 흘릴 필요가 있나요?”
“크륵. 뭐냐, 이 여자 인간은!!”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티라노족은 인야의 검은 불길을 몸으로 뚫고 쇄도해왔다.
지금껏 인야가 ‘사도의 길’을 걷던 중 처음으로 맞이했던 상황 중 최악이라고 할만한 상황.
겁이 나고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죽음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사람에게서, 인야는 도저히 눈을 돌릴 수 없었다.
이들의 사정은 모르겠으나, 무의미한 살생은 신의 섭리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제발… 멈춰 주세요!!”
화아아아아악-!!
인야는 필사적으로 바토르를 보호했다.
검은 화염이 쉴 새 없이 몰아쳤고, 그렇게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하이 킹이시여! 어디 계십니까!!”
실종된 대족장, 바토르를 구하기 위해 쫓아온 하이랜드 정규군에 의해 마침내 두 사람은 구조되었다.
하지만 둘의 인연은 그곳에서 끝나지 않았으니.
거의 전설이나 역사 속에서만 존재해왔던 워록.
그 워록의 힘을 난생처음 눈앞에서 목격한 바토르는, 그녀를 영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인야. 부디, 이 몸과 함께해 주오. 나는 당신이 없으면 안 되오.”
“아…! 아무리 그렇게 말씀하셔봤자…!”
마음이 약했던 인야는, 결국 바토르의 구애에 넘어와 세 번째 부인이 되었다.
이후 그녀는 하이랜드 정규군에 합류했다.
워낙 강력한 워록의 힘이 있었으니, 그녀는 줄곧 이어지는 부족 통합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울 수 있었다.
“오늘도 인야, 당신 덕분에 수월한 전투를 치를 수 있었소.”
“네… 쿨럭…!”
“이런, 괜찮소? 받으시오, 회복의 도라지요. 당신을 위해 잔뜩 창고에 쟁여 놓았으니, 필요할 때마다 마음껏 자시오.”
“아, 고마워요….”
그러나, 스스로의 생명력을 불태워 표출하는 검은 신성력.
그것이 신의 분노라 불리는 워록의 힘의 근원이었다.
그 때문에, 인야의 몸은 점점 나빠져 갔다.
힘을 갈무리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바로 그녀가 이어가던 ‘사도의 길’을 수행한 의미였건만….
어느새 인야에게 있어 그 수행은 뒷전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이제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둘 사이에는 아이도 생겨났으니까.
“잘생긴 아이로군. 이름은 당신이 지어 주시구려.”
“아크한….”
“아크한이라, 멋진 이름이로군. 왜 그런 이름을 지었소?”
“그건… 이 세상 너머를 자유롭게 오가는 영혼이라는 뜻이에요. 저처럼 겁 많고, 끌려다니는 삶을 살기보다는, 제 아이가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가며 용기 있게 살아갔으면 좋겠거든요.”
“나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당신은 항상 그 누구보다 용기 있는 사람이었소. 어째 기억이 잘 안 나시는가 보오.”
“하하, 그랬나요…?”
품에 안긴 아이는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인야는 그 아이, 아크한의 눈망울을 보며 생각했다.
아크한과 함께 마을로 돌아가 살아가게 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고.
그러나 상황은 그녀가 원하는 방식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첫째 부인이 좌측, 둘째 부인이 우측을 맡기로 하였소. 인야, 당신이 중앙을 공격해 주시오. 그 사이, 나는 적진의 한가운데 떨어져 진형을 무너뜨릴 테니.”
“….”
아직 부족 전쟁이 한창인 시절이었다.
그녀는 어느새 소문이 자자해진 공포의 워록으로서.
그리고 대족장, 바토르의 부인이자 파트너, 또 한 명의 전쟁 영웅으로서.
끊임없이 부족 전쟁에 동원되어야 했다.
화아아아아아악-!!
“또… 또 저 검은 화염이다!!”
“승산 없는 싸움이다! 피해라!!”
그럴 때마다 인야는 하루빨리 아크한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힘의 갈무리보다는 힘을 폭주시키는 법에 더 익숙해져 갔다.
그러던 어느날.
마침내 가이족의 압도적인 무력에 굴복한 모든 휴먼족의 족장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으니.
“이제부터 우리 가이 부족과 나머지 7개 부족은 하나다! 모두가 휴먼 부족 연합의 일원으로서 대륙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쳐나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 잔을 들어라! 자! 휴먼족을 위하여!!”
“”휴먼족을 위하여!!””
그제서야 인야는 마을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똑똑.
“혹시… 아크한이니?”
“맞는데요? 그런데 아줌마는 누구세요?”
“아… 미안, 내가 집을 잘못 찾았구나.”
“누구래?”
“몰라. 하던 거나 마저 하자, 피네.”
“좋아!”
이미 열 살, 유년기를 전부 지나 버린 아크한.
자신이 없는 동안, 이미 다 커버린 아이.
인야는 차마 그 아이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쿨럭-
심지어 그녀의 몸 상태는 이제 정상조차 아니었다.
워록이 된 순간부터 단명할 운명.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몸을 가지고 있었으니, 몸이 조금이라도 성할 때 아이를 마주하고 싶었건만….
“…….”
자신이 낳은 아이를 방치했다는 죄책감.
심지어 돌아온 지금도, 아이를 오래 보기 어렵다는 자신의 처지.
그리고 이런 자신을, 아이가 원망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세 가지 감정이 그녀의 마음을 교차했다.
‘내게는 엄마로서의 자격이 없어.’
크면서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사람이 이제와서 엄마라니, 부끄러운 일이다.
인야는 그렇게 생각하며, 먼발치에서 지켜만 보기로 했다.
다행히 아크한은 아크툼 부족의 보호를 받으며 행복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인야로서는 굳이 자신이 끼어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위해서든, 자신을 위해서든.
그러나, 그러던 어느 날.
아크한은 불현듯 엘프족을 찾아갔고, 여왕을 접견하고 돌아왔다.
이후, 아크한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
말수도 줄었고, 표정도 어두워졌으며 전반적으로 생기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마치 이제 곧 죽을 시한부 인생이라도 된 것처럼.
인야는 즉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아보기 위해, 엘프족이 있는 북부로 찾아갔다.
“낯선 자여. 그리고 불길한 기운을 품고있는 자여. 우리는 너의 출입을 불허한다.”
윈터홈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고대의 나무정령이 바위를 던져 그녀의 출입을 막았다.
수많은 마법사와 환수들이 인야를 공격해왔지만, 인야는 그 모든 걸 뚫고 마침내 여왕을 독대했다.
“당신… 내 아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거죠?”
“미안해요….”
“…!!”
인야는 그녀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트리센나가 남은 모든 힘을 쏟아부어 아크한에게 시전한 ‘시간의 그릇’.
그리고 아크한에게 보여준 이 세계의 운명이 담긴 무수한 시간선에 대한 이야기.
엘프족 여왕, 트리센나의 설명을 들은 인야는 그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말을 들어 버린 것이었으니까.
“어째서 그런….”
“아크한 님께서 워낙 완고하셨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 또한 사과드립니다… 뭐라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네요.”
트리센나의 말대로였다.
결국 아크한이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다.
인야는 자신이 엄마로서 해주고 싶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것은 바로 아크한이 스스로 결정한 일을 무사히 헤쳐나갈 수 있도록, 그 앞길을 닦아주는 것.
그랬기에 결심했다.
이제는 ‘시간의 그릇’이 된 아크한이 미래에 마주할 데스랜드에 대해 조사해 보고, 도움이 될 방법을 찾기로.
그리고 마침내, 인야는 ‘사도의 길’을 끝내고 브릿지 마을로 되돌아왔다.
브릿지 마을이 데스랜드와 가장 가까운 장소였기 때문이었고, 또 다른 이유는….
공교로운 우연으로 그녀와 비슷한 시점에 워록이 된 오빠, 비요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진짜 오랜만이네. 정든 나의 고향.”
뭔가 어수선하긴 했지만, 10년 전의 모습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마을의 풍경.
인야가 하이랜드에서 전쟁영웅이 되어 이름을 떨치는 동안, 이곳의 족장 자리는 그녀의 오빠가 이어받은 상황이었다.
워록의 수명, 그리고 데스랜드의 정보.
양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니, 그녀로서는 비요른을 만나러 오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길이었다.
그러나.
“돌아오셨군요, 인야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을의 몇 남지 않은 원로 한 명이 구부정한 허리로 그녀를 맞이하더니, 그는 인야를 곧장 고인돌 터로 안내했다.
“…?”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웬 고인돌 하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바로 그녀의 오빠, 비요른이 묻혀 있다는 고인돌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