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r brother of the heroine of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73)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언제 다가온 것일까?
델트를 향해 호통을 친 그란스.
그에 델트는 몸을 움찔거리면서 본인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가 무어라 말하려던 순간, 나는 작게 신음을 흘리면서 일어났다.
“크윽……. 죄송합니다. 세필로드 가문의 건으로 형님께서 화가 나신 듯하여…….”
그 발언에 델트는 고개를 홱! 돌리더니,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
확실히 세필로드 가문과 스페이원 가문에서 결정한 약혼의 건을 일방적으로 무너트린 것은 내 잘못이다. 하지만 그에 대해선 이미 직접 두 가문의 가주들과 대화를 마쳤다.
그런데 제삼자나 다름없는 델트가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심지어 그란스조차 분노를 꾸욱 억눌렀는데…….
“델트, 네 이놈……!”
눈을 부릅! 뜨면서 델트를 노려본 그란스.
그에 델트는 황급히 고개를 가로젓기 시작했다.
“아, 아닙니다! 이 녀석이 계속 제게……!”
“닥쳐라! 네놈은 장소조차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것이냐! 그리고 그 이야기에 관해 네놈이 뭐라고 할 자격 따윈 없다!”
델트는 입술을 잘근 깨물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때마침 등장한 레갈루스 E 라바디안 황태자.
“기념해야 할 황제 폐하의 탄신파티에서 동생에게 폭행을 저지르는 귀족도 있었군. 가정 문제는 자택에서 해결해 주길 부탁하고 싶지만, 이번 사건은 조용히 넘어가긴 어렵겠어.”
레갈루스의 발언에 그란스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스페이원의 명예를 실추시킨 델트.
창피를 넘어 수치스럽기 그지없다.
분노로 폭발할 것 같았던 그란스는 잠시 얼굴이 붉어졌으나, 레갈루스의 발언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예, 알고 있습니다.”
“델트 영식은 남은 이틀간의 파티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게.”
“황태자 전하의 관대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데스 퍼레이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레갈루스 황태자. 그는 이번 사건을 조용히 무마시키기 위해 델트에게 근신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너무 주목을 받은 걸까?
귀족들은 스페이원 가문의 내부에서 불화가 존재함을 감지했고, 케이네스 L 아르덴 자작이 스페이원 가문으로부터 좋지 못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는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 *
“저분은…….”
시리스 백작 영애와 함께하던 영애들이 파티장에서 쫓겨나는 델트를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그리고 시리스 가문의 장녀, 파멜라의 눈치를 살폈는데.
파멜라는 케이네스를 향해 주먹을 휘두른 델트의 모습에 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분명, 어머님에게 스페이원 가문의 조력을 얻고자 약혼을 했다고는 들었지만…….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까지 남동생을 폭행하는 망나니와 약혼을 성사시킨 거야?’
그녀는 델트에 대한 호감도를 크게 하락시켰다.
아니, 애초에 델트에 대한 소문들을 접하면서 감정이 식은 지는 오래였다.
유흥가를 제집처럼 드나들면서 수많은 영애들과 스킨십을 주저 않는 경박함. 약혼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제나 파멜라와의 만남을 후순위로 미루었다.
“하아…….”
파멜라는 긴 한숨을 내쉬면서 델트로부터 홱! 고개를 돌려버렸다.
‘……적당히 별관에 처박아 두고, 괜찮은 남자를 찾아봐야겠어.’
파멜라는 주변 영애들의 시선에 작은 연기를 보였다.
델트와의 결혼이 두렵다는 듯 몸을 잘게 떨면서 눈가를 적시는 그녀.
그런 파멜라의 모습에 영애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괘, 괜찮으세요?”
“델트 영식에 대해서는 저도 여러모로 듣고 있었어요. 하지만 설마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까지 배다른 동생을 폭행할 줄은…….”
“예? 그게 무슨…….”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파멜라는 살짝 주저하듯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몇 개월 전, 델트 영식께서 유흥가를 자주 드나든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됐어요. 게다가 슬럼가에서 평민들을 폭행하고 다닌다는 소문까지…….”
“아…….”
영애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면서 살짝 수긍해 보였다.
델트의 소문은 뒤에서나마 꽤 유명했으니까.
“그래서 저는 델트 영식에게 다가가는 것을 계속 망설였었어요.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면서 저분을 믿어보기로 결심했었죠. 하지만, 설마 가족에게까지 폭행을…….”
한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린 순간, 주변에 모여 있던 영식과 영애들이 파멜라를 다독였다.
그리고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잠들어 있던 악담들을 가지고 델트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물론, 스페이원 가문의 차남인 그를 공개적으로 비난할 순 없겠지.
하지만 그들의 입소문은 빠른 속도로 젊은 귀족들에게 퍼져나갔다.
그리고…….
“케, 케이네스 님, 괜찮으세요?”
몇몇 영애들이 케이네스에게 다가가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케이네스의 입가에서 흘러내린 붉은 혈선.
그는 작게 미소를 지으면서 손등으로 핏물을 닦아냈다.
“네,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손수건을 제 핏물로 더럽힐 순 없죠.”
“아…….”
“도, 도대체 델트 영식께서는 왜 이런…….”
한 영애가 미간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케이네스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자책하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스페이원 가문은 로즈 가문과의 파혼을 선언한 이후, 제 약혼에 대해 다른 가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영애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래의 배우자를 찾고 있는 그녀들에게 역시 꽤나 유명한 이야기였으니까.
“……가주님께 가문의 결정을 따르지 않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게 무슨…….”
“……저는 가문과 가문의 이익을 따지면서 결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과거 몇몇 귀족들은 가문과 가문에서 결정된 결혼으로 비극을 낳았었죠.”
“아…….”
누군가가 작게 탄식을 흘렸다.
케이네스는 말을 계속 이었다.
“저는…… 사랑이란 감정을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혼은 미래에 고난을 함께 이겨내며 서로를 따뜻하게 포용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과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그건…….”
실제로 귀족 가문에서 일어난 부부간의 불화는 몇 년 동안 수십에서 수백 건에 이르면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중에는 거론하기도 무서울 정도로 무시무시한 사건들도 존재했는데.
해당 사건들은 재판으로까지 넘어가면서 작위의 박탈 등. 각종 강력한 처벌로 연결되었다.
“저는 그런 비극을 원하지 않습니다. 멍청하다고 비난하셔도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그런 불화가 제게도 찾아오지 않으리라는…… 그 확신이 불가능했습니다.”
케이네스의 긴 이야기에 영애들은 잠시 침묵하고 말았다.
확실히 그런 비극이 본인에게 찾아오지 않으리라고는 100% 확신할 순 없겠지.
“그리고 델트 형님께선 가문의 이익보다 개인적인 감정을 우선시한 저의 어리석음을 탓하셨을 뿐입니다.”
“아, 아무리 그래도 폭력을…….”
“이 모든 것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자식을 낳아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제 어리석음 때문에 발생한 일입니다. 여러분들께 불편함을 드려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고개를 숙여 사죄한 케이네스.
신사적이면서도 로맨티시스트 연기하는 그 모습에 영애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편, 고개를 숙인 케이네스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본인이 내뱉은 말이었지만, 닭살이 돋을 정도의 오글거림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면 됐어.’
마음이 흔들린 영애들로부터 델트의 험담은 마치 파도를 타기 시작한 듯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케이네스는 황족과 몇몇 귀족들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여 사죄한 뒤, 곧바로 파티장을 벗어났다.
한편, 그 모습을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보던 엘리자베스. 그녀는 친구들로부터 소동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가문과 가문의 손익관계가 아닌 사랑이란 감정을 추구한 13세의 소년 귀족.
누군가는 그를 어리석다고 비난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엘리자베스의 귀에 닿지 않았다.
오히려 케이네스의 진심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그녀는 두 손을 본인의 가슴에 얹으면서 눈을 감았다.
“케이네스 군의 마음이 멀어지게 되더라도, 이 감정만큼은…… 절대로 변하지 않으리라 약속할게요.”
세필로드 가문과의 약혼을 취소하고, 본인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려 한 탓에 가족으로부터 주먹을 맞게 된 케이네스.
그녀는 잠시 고개를 돌린 채 눈가를 훔쳐야 했다.
* * *
이동식 계단을 마차의 문 앞에 내려 둔 마부.
그것을 지켜보던 나는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크큭…….”
“……무슨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아니, 딱히 재미있는 일은 아니었지. 그래도 설마 그런 멍청한 짓을 저질러 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
황제의 탄신파티에서 설마 주먹을 휘두를 줄이야.
가주인 그란스가 세린의 뺨을 후려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델트의 경우에는 언성을 높이면서 귀족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던 상황. 그래, 그런 상황에서 내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뭐, 주먹은 별로 아프진 않았지만……. 나름 꽤 많은 시선들이 모여 있는 상황이었는데, 정말로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던 건가?”
주변 시선들조차 무감각해질 정도의 분노.
감정을 그렇게 다스리지 못해서야, 앞으로 귀족 노릇을 해먹을 수 있을까 모르겠네.
하여튼 간에 이번 사건으로 델트는 그란스에게 눈도장을 찍혔을 것이다.
뚜벅.
계단을 밟고 마차에 탑승하려던 순간.
나는 마부석에 올려진 작은 상자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건 뭐야?”
“아……. 이거 말입니까?”
마부는 대기실에 비치된 음식들을 상자에 담아 두었다는 모양이다. 자택에서 기다릴 가족들을 위해서.
살짝 민망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는 그의 모습에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월급은 받아서 뭐 하냐? 그 정도는 그냥 사 먹어.”
“하하하하, 도련님 저택과 조금 가까운 장소에 자택을 마련하려고 하다 보니…….”
아무래도 출퇴근 시간 때문에 그동안 조금 힘들었던 모양이다.
나는 마부의 대답을 듣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돈을 빌리는 것 정도라면 언제든지 말해도 돼. 아니, 그보다 진작에 좀 말하지.”
“도련님을 귀찮게 해 드릴 순…….”
“그 정도로 귀찮기는 무슨……. 필요한 금액은 하녀장인 아벨한테 말해 둬. 매달 일정액을 월급에서 삭감하든지, 아니면 나중에 총괄납부하든지, 갚는 건 알아서 정하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부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1~2개월이란 시간 동안 생활비를 아끼느라 마부의 가족들이 여러모로 고생을 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 고생의 결과. 마부의 가족은 30평 부지에 2층 규모의 주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저택과의 거리도 지름길을 통하면 마차로 20~30분 정도.
“몇 개월 고생해서 근무 거리가 1/3 정도까지 줄어든다면, 장기적으로는 큰 이득인 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뭐, 근무 거리가 가까워진다면 확실히 편하기는 편하겠지.
하지만…… 대기실의 음식을 도시락 상자에 담아서 가져갈 생각까지 했었다니. 설마, 자택에서부터 도시락 상자를 챙겨 온 건가?
“저 상자……. 어디에서 났어?”
“아, 대기실에 따로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음식을 챙겨가고 싶은 사람들은 상자에 담아가도 괜찮다고, 하녀분들께서…….”
뭐, 그렇다면 상관없으려나?
담아가지 말라고 했다면 모를까, 괜찮다고 허락을 해 주었으니 말이다.
체면을 중요하게 여기는 귀족들로서는 함부로 음식들을 자택으로 가져가지 못하겠지. 하지만 평민 출신인 마부들은 그런 체면 따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보다, 무슨 죄라도 졌어? 왜 시선을 피해?
무슨 잘못이라도 들킨 것처럼 시선을 피하는 마부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가져가도 괜찮다고 말했다면 상관없겠지. 가족들이 먹을 만큼 충분히 담아 왔어? 더 가져가고 싶으면 지금 대기실로 돌아가서 새 상자에 더 담아 와. 조금 기다리는 것 정도는…….”
“아, 아닙니다. 충분히 담았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손사래를 치면서 고개를 가로젓는 마부.
그 모습에 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곤 곧바로 마차에 탑승했다.
“그래, 내일 또 담아가면 되겠지.”
마부는 이동식 계단을 회수한 뒤, 곧바로 마부석에 착석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마차가 황성을 빠져나가기 시작할 무렵, 나는 창밖을 내다보다가 잠시 두 눈을 감았다.
드르르르르르.
조용한 저녁의 거리.
마차의 바퀴 소리만이 귓가에 들려왔다.
“……뭐, 적당한 시기에 터트려야겠어.”
나는 그란스와의 약속을 떠올리면서 작게 웃었다.
16살까지 제5 서클에 도달한다?
아쉽게도 내가 16살. 즉, 4학년이 되었을 땐 이미 제7 서클 마법을 마스터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마나도 이 정도면 충분할 테고. 지금 당장 기초를 배워 둬도 괜찮겠어.”
종족의 변환은 모든 사건들이 마무리된 직후에라도 상관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