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117
117화
파티장을 가득 채우던 음악 소리가 천천히 멎어들 무렵.
한성태는 사람들과 함께 파티장을 나오고 있었다.
파티에서 보낸 시간만 두 시간이 넘어갔다.
‘지치네.’
파티장을 나와 벽에 들을 기대고 쉬고 있는 한성태의 얼굴은 조금 지쳐있었다.
여러 운동으로 다져진 그의 몸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육체적인 측면이었다.
아무리 운동으로 체력을 늘린다고 해도 정신적인 면까지 케어해줄 수는 없었다.
파티장에 들어선 한성태는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했다.
브리튼 리를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매우 좋았지만.
‘본부장님이 너무 신나셨지.’
김철민은 한성태를 데리고 파티장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소개해 주었다.
한두 명이라면 크게 힘들 일이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크리스마스 파티의 주최자가 넷플렉스 한국 지부의 본부장이라는 것이다.
김철민이 가진 인맥은 상상 이상으로 방대했고.
그 덕분에 한성태의 지갑에는 여러 사람의 명함이 가득 들어 있었다.
‘집에 들어가면 바로 자야지.’
겨우 두 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지칠 대로 지친 한성태는 옅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파티도 끝이 났기에 사람들도 하나 둘 돌아가고 있었다.
“성태 씨, 여기 있었네요.”
“아, 하린 씨.”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서하린이 구석진 곳에 있는 한성태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선배님, 피곤해 보여요.”
그녀의 옆에는 김리나도 함께 있었다.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한성태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래도, 이런 파티가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아서요.”
“그럴 수 있죠. 저도 처음인걸요.”
한성태의 말에 서하린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돌아가실 거죠?”
“그래야죠. 하린 씨는요?”
“저도 돌아가려고요. 매니저님이 오시기로 했거든요.”
그녀의 말에 한성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속사가 있으면 이런 점이 편하다.
매니저가 데리러 와주니까.
“리나도 본부장님이랑 같이 가는 거지?”
“네.”
“그래, 조심히 들어가. 오늘 고생 많았어.”
“선배님도요. 오늘 즐거웠어요. 다음에 학교에서 봐요.”
“응.”
김리나의 말에 한성태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김철민이 있는 곳으로 사라지고.
“우리도 이제 가죠. 매니저님이 어디로 오신대요?”
“주차장이요. 성태 씨는요?”
“저도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네요.”
한성태는 서하린과 함께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왔어? 많이 피곤하지.”
“조금 피곤하네요.”
“고생했어. 바로 집에 가면 되나?”
“네.”
“알았어.”
정두식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고생 많았다며 당신의 어깨를 토닥입니다.] [‘영원한 젊음의 배우’가 원래 사람을 상대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말합니다.]한성태는 창문을 통해 어두워진 바깥을 돌아보았다.
조명이 들어온 거리에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성태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끼익, 쿵.
집에 들어온 한성태는 짐을 한쪽에 던져두고는 바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렇게 10분 뒤.
씻고 나온 한성태가 수건으로 머리를 털어내며 침대로 향했다.
우웅.
스마트폰을 드는데 진동이 느껴졌다.
“……?”
누가 전화라도 걸었던 걸까.
스마트폰 화면을 켠 한성태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모르는 번호에서 온 문자 하나.
―브리튼 리입니다. 오늘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브리튼 리가 직접 보낸 문자.
한성태는 그 문자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매우 값진 선물을 받았다.
* * *
연말 파티가 끝나고 시상식이 점점 가까워졌다.
1월에 열리는 시상식의 날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하루’의 촬영도 끝을 보이고 있었다.
[‘천의 얼굴’은 당신이 마지막 촬영 때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말합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마지막인만큼 강한 인상을 남겨주는 게 어떤지 슬쩍 제안합니다.]대본을 보고 있던 한성태는 신들의 메시지에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곧 다가올 ‘하루’의 마지막 촬영.
한성태는 그 마지막 촬영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연기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고 집중이 필요했다.
우웅.
한성태가 대본을 계속 살펴보고 있을 때였다.
대본 옆에 놔둔 스마트폰이 울리더니, 하나의 이름을 띄었다.
그 이름을 본 한성태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여보세요?”
―어, 성태야, 뭐 해?
“그냥 있었죠. 무슨 일이에요?”
김미소에게 걸려온 전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한성태의 얼굴이 반가운 기분을 담았다.
―지난번에 말했던 부탁 때문에 전화했어.
“아, 네, 무슨 부탁인데요? 언제든 말만 해주세요.”
그녀의 부탁이라면, 못 들어주는 것 말고 전부 들어줄 수 있었다.
김민석 가족에게는 은혜를 너무 받았으니까.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라면 다 들어줘야지.
―너 지금 온스타 하는 거 있지? 우리 쇼핑몰도 이제 슬슬 인플루언서를 통해 규모를 키우고 홍보 좀 해보려고 하거든.
“좋죠. 포스팅하는 건 언제든 가능하니까. 말만 해주세요.”
―괜찮다는 거지?
“네, 언제든지 할 수 있어요.”
―다행이다.
김미소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에 한성태가 웃음을 흘리고는 천천히 대화를 이어갔다.
“포스팅 해주기 원하시는 거죠?”
―응, 그런데 우리가 막 대단한 곳은 아니라서……. 협찬비를 엄청 많이 주지는 못해. 혹시 어느 정도 규모가 좋을까?
“에이, 협찬비는 무슨 협찬비에요. 누나가 저한테 해주신 게 얼마나 많은데.”
한성태 하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당장 그녀의 밑에서 알바도 할 수 있었고 옷도 많이 받았다.
덕분에 1년을 나지 않았던가.
―아니야. 그래도 받을 건 받고 그래야지. 매니저 연락처 주면, 이 부분은 내가 매니저랑 조율해볼게.
“알았어요.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한성태는 충분히 대가를 받지 않고 할 생각이 있었지만, 김미소가 그걸 바라지 않았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는 거겠지.
그녀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한성태는 바로 그녀에게 정두식의 번호를 문자로 보내주었다.
―아, 받았다. 고마워.
“네, 누나.”
―다음에는 우리 스튜디오에서 보겠네. 그때 보자.
“네.”
김미소와 전화를 끊은 한성태는 스마트폰을 한쪽에 내려놓았다.
‘협찬이라.’
김미소에게 받는 협찬.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당신에게 여러 가지 옷을 입힐 생각에 기대하고 있습니다.]메시지가 깜빡거리며 한성태의 시야를 가렸다.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린 한성태는 고개를 내렸다.
일단 대본부터 마저 봐야 할 것 같다.
* * *
‘smile’ 스튜디오.
그 앞에 멈춰선 한성태는 스튜디오의 입구를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촬영하느라 바빠, 스튜디오에 나오는 일도 줄어들었다.
체감적으로 일 년 만에 찾는 듯한 느낌.
“왔어?”
스튜디오로 들어서는 한성태를 김미소가 웃으며 반겨주었다.
한성태도 웃으며 그녀에게 인사했다.
“이쪽으로 와볼래? 옷 준비해놨어.”
“네.”
김미소가 안내한 곳에는 십여 벌이 넘는 옷이 걸린 공간이었다.
코트부터 시작해서 아주 사소한 양말까지.
이 정도면 1년은커녕 2, 3년은 충분히 보낼 양이었다.
“누나, 이건?”
“다 너한테 협찬할 거.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편하게 가져가. 어차피 다 네 거니까.”
“그래도 이건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에이, 이게 많긴 뭐가 많아. 네 몸값에 비하면 별로 많은 것도 아니야.”
도대체 이 사람은 자신의 몸값을 얼마로 보고 있는 걸까.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는 올해 들었던 말 중 가장 듣기 좋은 말이라며 미소 짓습니다.] [‘영원한 젊음의 배우’가 성격이 시원한 게 너무 좋은 사람 같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신들조차 그녀의 배포에 감탄을 보내고 있었다.
한성태는 걸음을 옮겨 옷들에 가까이 다가갔다.
무수히 많은 옷.
그 옷들을 가지고 어떻게 입어야 할지가 더 고민이 되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자신이 나설 차례라며 미소 짓습니다.]아니, 딱히 고민할 이유가 없나.
바로 옆에 대신해서 옷을 골라줄 존재가 있는데.
한성태는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골라주는 대로 옷을 잡았다.
“옷 갈아입고 나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네.”
김미소가 밖으로 나갔다.
한성태는 바로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김미소는 포토존에 앞에서 유선빈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누나.”
“어, 오, 좋은데?”
한성태의 모습을 본 김미소가 눈을 크게 떴다.
여러 벌의 옷을 잘 조합한 한성태의 모습은 감탄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했다.
“성태 씨,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죠.”
“네, 작가님도 잘 지내셨나요?”
김미소의 옆에 있던 유선빈이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그 모습에 한성태도 미소를 지은 채 유선빈이 내민 손을 붙잡았다.
“오늘 촬영, 잘해봐요.”
“잘 부탁드립니다.”
한성태는 포토존에 올라갔다.
* * *
찰칵찰칵.
카메라 셔터가 눌리는 소리가 포토존을 가득 채웠다.
사방에 있는 조명이 포토존에 선 한성태를 비추고 있었다.
그 앞에서 유선빈이 쉬지 않고 촬영하고 있었다.
“네, 너무 좋아요! 조금만 어깨 낮추고. 네, 그겁니다!”
사진을 찍는 유선빈의 모습은 상당히 신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일의 의욕이 잔뜩 들어 있는 모습.
그런 그의 앞에서 한성태는 각종 자세를 취하며 촬영에 임하고 있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는 입술을 오므려 살짝 내밀어보라고 말합니다.] [‘천의 얼굴’이 머리를 쓸어넘기는 건 어떤지 슬쩍 제안합니다.] [‘절권도의 창시자’가 시원하게 노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합니다.]한성태를 가지고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는 존재들이 많았다.
그는 신들의 행동을 조금도 귀찮아하지 않았다.
어차피 시간은 많았고 돈을 받고 하는 일이었다.
김미소의 일도 깃들어 있기에, 한성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성태 씨, 다로 모델 일 하는 거 아니죠? 어떻게 된 건 전보다 더 자세가 좋아진 거 같아.”
유선빈의 말에 한성태가 미소를 지었다.
열심히 한 보람이 있는 말.
한성태는 유선빈의 칭찬에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고.
“어? 그 미소 좋다. 지금 그대로 유지해봐요!”
그런 그의 모습조차 유선빈은 카메라에 담아내었다.
“조금 더 아련하게 보실래요? 얼굴은 정면에 고정하고.”
촬영은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다섯 시간이 넘게 이어진 촬영.
그 촬영은 밤이 될 때까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